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이 4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국회 정무위원회가 4일 전체회의를 열어 국가보훈처의 업무보고를 받으려 했으나, 피우진 보훈처장이 출석하지 않으면서 끝내 파행됐다. 여야는 상임위 파행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면서 공방을 벌였다.
피 처장은 이날 정무위 대신 법사위에 참석했다. 손혜원 의원 독립유공자 특혜 의혹은 법사위에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여기에 손 의원이 특혜 의혹을 부인하며 SNS에 "니들 아버지는 그때 뭐 하셨지?"라는 글을 올려 논란은 더욱 불붙었다.
이날 오후 열린 정무위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원 불참한 가운데,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의원들이 일부 참석했다. 애초 출석할 것으로 예정됐던 피 처장은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한국당 김용태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피감기관의 장이 다른 이유도 말하지 않고 국회 회의에 참여하지 않는 초유의 사태"라며 "보훈처장은 무엇이 두려워서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지 이해가 안된다"라고 말했다.
피 처장은 이날 법사위가 겹쳤다는 이유로 출석을 하지 않았다. 법사위에서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이 대표 발의한 '보훈보상대상자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계류돼 있어 참석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피 처장이 출석을 무시하고, 민주당 의원들까지 모습을 안나타낸 것은 명백히 문제라고 성토했다.
정무위 한국당 간사인 김종석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정무위는 여야 간사합의로 4일 보훈처 업무보고 받기로 결정하고 위원장 명의로 회의소집을 통고한 바 있다"며 "하지만 여당인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오늘 회의에 참석할 수 없다며 회의를 파행으로 몰고 갔다"라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간사인 유의동 의원 역시 "국회 상임위원장 명의로 소집한 회의에 관계기관은 여야의 정치상황과는 관계없이 성실히 출석하는게 맞다"며 "정부기관의 불참으로 회의가 열리지 못한 것은 그 선례를 본 적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에서는 그동안 한국당이 손혜원 부친 독립유공자 선정 자료를 요구하며 회의 파행을 거듭한 전례가 있고, 보훈처만을 대상으로 한 업무보고는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있다며 회의 무산의 책임을 야당에 돌렸다.
한편 피 처장이 모습을 드러낸 법사위에서는 손혜원 의원 부친 독립유공자 논란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한국당 이은재 의원은 "손혜원 의원실을 방문하고 손용우씨를 독립유공자로 만들고 이런게 전혀 잘못된게 아닌가"라며 "(손 의원 부친인) 손용우씨가 계속 탈락한 이유는 광복 이후 남한에서 사회주의를 했기 때문"이라고 따져 물었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 역시 "손혜원 부친과 관련된 사적인 일인데, 피 처장이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하는 태도가 납득하기 어렵다"며 "보훈처에 역사상 처음 검찰이 압수수색을 들어간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피 처장은 "독립유공자로 만든게 아니고 대상이 되기 때문에 심사위원회를 거쳐서 서훈한 것"이라며 "잘못이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맞섰다.
피 처장은 특혜 의혹을 거듭 부인하고 있다. 국가보훈처는 손 의원 부친과 같은 사례로, 사회주의 활동 이력이 있으나 나라를 위해 헌신한 공훈으로 독립유공자로 선정된 사람이 지난해 11명 있다고 밝혔다.
피 처장은 손 의원의 사례처럼 독립유공자 심사대상자에 대해 처장이 직접 찾아가 설명하는 '전례'가 있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바른미래당 이태규 의원이 입수한 보훈처 자료에 따르면 '처장실로 문의가 오는 경우 직접답변을 드리고 필요한 경우 국장, 과장 또는 지방 보훈 관서에서 방문하여 설명해 드리도록 조치하고 있음'으로만 기재했을 뿐, 처장이 직접 찾아가는 전례는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손혜원 의원 페이스북 캡처)
의혹에 중심에 선 손혜원 의원은 이날 SNS을 통해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었던 제 아버지를 물어뜯는 인간들 특히 용서할 수 없다"며 “니들 아버지는 그때 뭐 하셨지?"라는 글을 남겼다.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국민들에 대한 모욕까지 서슴지 않는 손 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의 최소한의 품위를 상실했으며, 자격을 잃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