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4‧3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에게 5일 사퇴 요구가 제기됐다. 바른미래당은 후폭풍을 맞으며 격한 내분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분위기다.
손 대표는 지난 4일 이재환 후보자 캠프 해단식을 마친 뒤 귀성했다. 이 후보자는 경남 창원성산 보궐에 출마해 3.57%를 득표해 민중당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바른미래당의 원내 의석은 제3당의 위치다.
이날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는 선거가 끝난 뒤 첫 지도부 공식 회의였다. 손 대표는 "보궐선거가 참패로 끝났다"면서도 "희망은 있었다"며 선거 결과를 자평했다.
손 대표는 이어 "청년정치와 실용경제의 씨앗을 확실히 뿌려놨다"며 "불모지인 경남에 바른미래당의 위치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후보를 내지 말았어야 한다는 비판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손 대표를 공개 비판했던 이언주 의원 등 당 일각에서 제기한 '보수단일 후보' 주장을 재차 반박한 것이다.
그는 또 "국민께서 만들어주신 다당제의 불씨를 이어 나가겠다"며 "당을 흔들려는 일각의 시도에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도 했다. 당내 최대 쟁점인 연동형 비례제를 포함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추진을 계속하겠다는 의미이면서 자신의 거취를 포함해 당 지도부에 대한 반대 의사를 용납지 않겠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손 대표로선 비록 1석을 공천했지만, 참패하고 돌아와선 지금까지 추진하던 일을 계속 강행할 것이니 다른 목소리를 내지 말라는 엄포를 놓은 셈이다.
곧 바로 반발이 제기됐다. 이준석 최고위원은 "오늘 발언이 다소 예의 없을지 모르나 양해 바란다"며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이 최고위원은 "연동형 비례제에 대한 평가도 나온 것 같다"며 "연동형에 대한 필사적 노력의 결과가 3.57%. 아무리 입시 제도를 바꿔도 공부 안 한 학생이 대학가는 방법은 없다. 그런 방법이 있다면 입시부정"이라고 말했다.
5일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 손학규 대표와 이언주 의원 등이 참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손 대표가 연동형 비례제를 통해 낮은 지지율(득표율)에도 불구하고 의석을 바라는 것은 '입시비리'와 같다는 지적이다. 이 최고위원은 "호남 사람들도 연동형 비례에 동의 안 한다. 이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손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즉시 모든 의원들은 조기 전당대회 준비로 의견을 모아달라"며 "그것이 싫다면 최소한 재신임 투표라도 하자"고 말했다. 사실상 손 대표에게 물러나라는 얘기다.
권은희 최고위원도 손 대표의 퇴진을 요구했다. "하태경 최고위원과 이준석 최고위원이 자신들의 심경을 밝혔다"며 "손 대표께서 퇴진을 결단을 하시면 된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출신 지도부를 중심으로 손 대표에게 "사퇴하라"는 요구를 동시다발적으로 제기하는 형국이다.
그러자 손 대표의 측근인 이찬열 의원이 격하게 반발했다. 이 의원은 선거 결과에 대해 "몇몇 의원들의 내부 총질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내부 갈등을 패배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깨끗하게 갈라서서 제 갈 길을 가는 것이 서로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는 사람이 함께 뭉쳐서 새 집을 짓고 끝없는 단결을 해야 할 때"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손 대표에게 퇴진 요구를 펴는 인사들이 탈당하라는 얘기와 같다. 이 의원은 "당 대표께서 단식까지 하셨는데 패스트트랙 못 걸겠다는 사람들, 제 3당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사람들, 우리 왜 같이 해야 하나!"라며 책상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바른미래당은 이날 회의에서 별다른 결론을 내지 못한 채 갈등만 노출했다. 다음주 의총을 소집해 손 대표의 거취와 패스트트랙 등 당내 문제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