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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 산불 재난방송 속 배제된 장애인

    [뒤끝작렬] 수어·폐쇄자막·화면해설 없었던 강원도 산불 뉴스특보
    방송의 의무·책임에서 빠진 '장애인'에 대한 고민과 대책 필요한 때

     

    지난 4일 강원도 고성군에서 시작된 산불이 강풍으로 인해 속초시 등 동해안 일대로 번지는 등 피해가 막심한 가운데 각 방송사의 뉴스특보에서는 수어 통역이 보이지 않았다. 국가적 재난 앞에 국민인 '장애인'을 위한 재난방송은 없었다.

    지난 4일 발생한 강원도 고성군, 속초시, 강릉시 등 동해안 일대 산불은 아직도 진화되지 못하고 있다. 강풍에 화재가 확대되며 피해가 커졌다. 고성 산불로 1명이 사망하고 밤사이 산불이 확대되며 인근 주민 4천여명이 긴급 대피했다. 또한 축구장 면적의 350배에 달하는 250ha의 산림도 잿더미가 됐다. 5일 고성 산불이 진화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이번 주말이 산불 재확산의 최대 고비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며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재난이 발생하자 방송사들도 특보체제에 들어가 실시간으로 산불 현장과 피해 상황 등을 보도했다. 그러나 대표적으로 지상파 3사의 지난 4일 뉴스특보만 봐도 장애인을 위한 수어·폐쇄자막·화면해설은 찾아볼 수 없었다.

    평소에도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인들은 재난 앞에서도 최소한의 정보와 생명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방송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긴급한 상황에 TV를 켜도 그들에게는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공포가 더해질 뿐이다.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국가 재난 상황에서 국민인 '장애인'은 과연 어떻게 재난에 대비해야 하는 건지, 그들의 생명권은 어떻게 보호되어야 할지 우려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각종 방송 관련법과 시행령에서는 재난에 따른 방송사의 최소한의 의무와 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방송법 제69조(방송프로그램의 편성 등) 제8항에 따르면 방송사업자는 장애인의 시청을 도울 수 있도록 한국수어·폐쇄자막·화면해설 등을 이용한 방송(이하 "장애인방송"이라 한다)을 해야 한다.

    또한 방송법 시행령 제52조(장애인의 시청지원) 제1항은 법 제69조제9항에 따라 방송사업자는 장애인의 시청을 돕기 위하여 방송프로그램에 대하여 한국수어·폐쇄자막·화면해설 등을 이용한 방송(이하 "장애인방송"이라 한다)을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제40조(재난방송 등) 제1항에서도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업자는 「자연재해대책법」 제2조에 따른 재해,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3조에 따른 재난 또는 「민방위기본법」 제2조에 따른 민방위사태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그 발생을 예방하거나 대피·구조·복구 등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여 그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재난방송 또는 민방위경보방송을 하여야 한다고 명확히 하고 있다.

    일상에서도 장애인의 시청권은 비장애인의 시청권을 이유로 뒤로 밀려나고 있다. 적어도 일상이 아닌 '비상사태'라고 하는 산불 앞에서조차 장애인의 생명권과 연결된 재난방송에서도 뒤로 밀려나야 하는 걸까.

    지난 4일 강원도 동해안 일대 산불과 같이 긴급하게 벌어진 상황에 장애인을 위한 수어 통역이나 화면해설 등이 없었다는 것은 갑작스레 벌어진 재난이라서가 아니다. 장애인을 위한 관련 시스템이 애초에 부족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물론 특보 이후 뉴스에서는 수어 통역이 제공되고 있다.

    그러나 당장 시급했던 어제의 상황에서 관련 정보를 제공해 피해를 줄일 의무가 있는 의무와 책임이 있는 방송사에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적어도 국가적 재난 속에서 같은 국민이자 시청자인 장애인과 그들의 생명권이 배제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닌지 깊은 고민과 대책 마련을 생각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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