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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성폭행범, 출소 1년 만에 아내 살해…신상공개 왜 안했나

사건/사고

    연쇄성폭행범, 출소 1년 만에 아내 살해…신상공개 왜 안했나

    경찰 "신상정보 공개하기엔 잔인성 부족"
    관련법 조항 신설 당시 취지는 '범죄 예방'
    공개 조건 미달인가, 경찰 지침 부실인가

    청담동 주식 부자 이희진의 부모 살해 피의자 김다운.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지난달 25일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김씨의 신원 공개를 결정했다.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계 없음. (사진=박종민 기자)

     

    최근 군산에서 50대 남성이 부인을 성폭행한 뒤 무참히 살해하고, 시신을 테이프와 전선으로 묶어 논두렁에 버린 사건이 벌어졌다.

    하지만 경찰은 피의자의 얼굴을 공개하지 않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내부 기준에 따라 잔인성이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이 남성은 과거에도 연쇄 성폭행을 저지르는 등 재발 소지가 없지 않았다. 범죄 예방과 내부 기준 중 무엇이 우선일까?

    경찰의 신상정보 공개 기준이 애매하다는 비판이 또 다시 나오는 이유다.

    5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전북지방경찰청은 살인·성폭력처벌법상 강간·감금 등 혐의를 받는 A(51)씨에 대해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를 열지 않고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군산경찰서 등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22일 오후 11시쯤 군산시 조촌동 한 주택에서 아내 B(63)씨를 수차례 때려 살해한 뒤 테이프와 전선으로 묶어 군산시 회현면 한 농로에 버리고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이하 특정강력범죄법)'에 따르면 사법경찰관은 범행 수법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하는 등 일정 조건을 충족시키는 강력범죄 사건일 경우 피의자의 얼굴과 이름 등을 공개할 수 있다.

    공개 여부는 지방경찰청에서 심의위를 열어 결정한다. 그러나 심의위 자체를 열지 않으면서 전북경찰청은 법이 부여한 권한을 스스로 포기한 게 아니냐는 눈초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전북경찰청은 내부 지침을 준수한 만큼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특정강력범죄피의자 얼굴 등 신상공개 지침'에 따라 잔인성·중대한 피해·충분한 증거 등 세 가지를 위원회 개최의 필요조건으로 두고 있는데, 이중 '잔인한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고 해명했다.

    이어 "'잔인한 범죄'란 흉기를 사용하거나, 사체를 훼손하거나, 연쇄범이거나, 피해자가 다수이거나, 무동기(묻지마) 살해일 경우를 말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해명대로라면 경찰의 내부 지침은 '범죄 예방'이라는 특정강력범죄법 제8조의2(피의자의 얼굴 등 공개) 신설 취지를 제대로 살리고 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2009년 7월 해당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국민의 알 권리 보장 및 범죄예방 효과를 높이기 위해 흉악사범에 대해 얼굴 등을 가리지 않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제안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정황상 재범 우려가 없다고 예단하기 어려운 피의자였다. 그는 앞서 2001년부터 약 8년간 경북과 경기 등지에서 20대 여성 6명을 성폭행해 징역 8년 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오윤성 교수는 "'잔인성'이라는 건 융통성(주관성)이 많아, 이번 사건의 경우 오히려 적극적으로 신상 공개를 통해 범죄예방효과를 노려야 했지 않았느냐 하는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는 결정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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