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사진=윤창원 기자)
4‧3 창원성산 보궐선거 결과에서 범(凡)보수진영의 최종 득표율이 범(凡)진보진영을 앞서는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보수통합'을 두고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1승(통영‧고성) 1패(창원성산)' 성과를 거둔 황 대표는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보수통합과 관련해 '단계적 통합'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바른미래당에선 선거 참패로 인한 지도부 교체론이 불거지며 분당(分黨)설까지 흘러나오면서 보수통합의 '키(key)'를 쥔 황 대표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3일 창원성산 보궐선거 결과를 분석해보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대한애국당 등 이른바 범보수 후보들이 얻은 표를 합치면 범진보가 얻은 총합보다 높았다. 한국당 강기윤(45.2%, 4만2159표), 바른미래당 이재환(3.6%, 3334표), 애국당 진순정(0.9%, 838표) 후보의 득표율을 합치면 총 49.9%에 달했다.
반면, 당선된 정의당 여영국 의원(45.8%, 4만2663표)과 민중당 손석형(3.8%, 3540표) 후보 등 범진보 후보들의 총 득표율은 49.6%를 기록했다. 표면적으론 범보수와 범진보의 차이가 0.3%포인트에 불과했지만, 고(故) 노회찬 전 의원의 지역구인 창원성산이 전통적으로 노동자층이 강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보수진영이 선전이 두드러졌다는 평가다.
때문에 내년 총선에선 보수진영이 통합 후보를 내세울 경우 험지인 이 지역을 탈환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수도권 역시 현재로선 보수진영이 밀리고 있지만, 통합에 성공할 경우엔 승산이 있다는 의미다.
황 대표는 보궐선거 직후인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보수통합과 관련해 일단 '단계적 통합론'을 언급했다. 황 대표는 "헌법 가치를 같이하는 모든 정치세력이 함께하는 통합을 꿈꾸고 있다"며 "갑자기 (통합)하기 어렵다면 단계적으로 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총선 승리를 위해 보수통합이라는 대전제에 동의하면서도 방법론에 있어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읽힌다.
당내에서도 총선 전 보수통합 필요성에 대한 이견은 없다. 다만, 통합의 방식과 시기에 관해 다양한 의견이 엇갈린다.
한국당이 고려하는 통합의 대상은 중도보수를 표방한 바른미래당과 극우성향의 애국당인데, 둘 중 어느 쪽과 먼저 통합해야 할지가 관건이다. 수도권 의원들 사이에선 당 지지율이 상승세인 상황에서 중도층 확장을 위해선 바른미래당과 우선적으로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 대 당 또는 개별 입당 등 통합방식도 시기 못지 않게 중요한 사안으로 꼽힌다. 현역의원이 조원진 의원 밖에 없는 애국당과는 당 대 당 통합 추진에 큰 어려움이 없지만,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출신들이 섞인 바른미래당은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냐는 의견이 나온다.
당내 친박계 초선의원은 5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애국당은 주도권을 한 사람이 쥐고 있지만 바른미래당은 나름 큰 조직"이라며 "게다가 통합 대상이 되는 의원들도 바른미래당 안에서 소수에 불과해 당 대 당 통합을 이끌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재선의원도 통화에서 "솔직히 5‧18 논란만 봐도 바른미래당과는 정치 성향이 안 맞는데, 당 대 당 통합이 되겠냐"며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당내에서 제기된 당협위원장 교체설도 이같은 맥락에서 터져 나온 것으로 보인다.
최근 당 신정치혁신특별위원회 공천혁신 소위원회에서 당협위원장 전원 사퇴에 이어 6~8월 조직강화특별위원회를 구성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총선을 앞두고 외부 보수세력을 포섭하기 위해선 전국 지역구 당협위원장 자리를 비우고 공천 작업을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는 즉각 이를 부인했다. 황 대표는 간담회에서 "아직 공천에 대한 구체적인 세부적인 방안은 갖고 있지 않다"며 "논의를 시작하는 단계로 여러 의견 수렴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전임 지도부인 김병준 비대위에서 지난 1월 당협위원장을 교체한지 불과 3개월 만에 재차 교체설이 불거져 나오자, 당내 친박계를 중심으로 반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황 대표의 주요 지지층이 친박계인 점을 감안하면, 반대를 무릅쓰고 추진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