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복도에서 80대 노인의 하반신을 노출한 채 기저귀를 교체한 행위는 노인복지법상 성적 학대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인천지법 형사항소4부(양은상 부장판사)는 노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요양보호사 A(58·여)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5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고 7일 밝혔다.
선고유예는 가벼운 범죄에 대해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미루고,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사실상 없던 일로 해주는 판결이다.
A씨는 지난해 3월 22일 오후 9시 56분께 인천시 서구 한 요양센터 2층 병실 밖 복도에서 환자 B(84·여)씨의 기저귀를 갈아 채우다가 하반신을 노출해 성적 수치심을 준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노인복지법상 노인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행위는 적어도 성적 언동에 해당하는 것으로 제한해 해석해야 한다"며 "피고인의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피고인이 공개된 장소인 복도에서 가림막 없이 피해자의 기저귀를 교체한 행위는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적 가혹 행위에 해당한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기저귀를 갈아 채울 당시 주변에는 요양보호사 3명이 더 있었다"며 "다른 병실에 입소한 노인들도 복도로 나오면 그 장면을 볼 수 있었던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거동이 불편해 스스로 대소변을 가릴 수 없는 노인이라고 하더라도 신체 특정 부위를 드러낸 채 기저귀를 가는 장면을 다른 사람에게 보인다면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노인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행위를 한 피고인의 범행은 죄질이 가볍다고 할 수 없고 피해자와 합의하지도 못했다"면서도 "당시 피해자와 병실 다른 노인들 사이에 언쟁이 있어 복도에서 기저귀를 교체한 사정 등은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