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한 빌딩 옥상에 설치된 KT 5G 중계기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통신사들이 속도와 용량제한 없이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다고 홍보했던 5G(5세대 이동통신) 무제한 요금제가 데이터 사용량에 따라 속도제어와 사용차단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시민단체들은 통신사들이 허위광고를 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할 계획이다.
◇ KT‧LGU+, 이틀연속 50~53GB 이상 사용 시 데이터 이용제한‧차단 가능
KT 5G 무제한 요금제 이용약관
KT와 LG유플러스는 최근 5G 서비스 상용화를 시작하며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하면 초고화질(UHD),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콘텐츠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KT 박현진 5G 사업본부장은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여러 콘텐츠를 시연한 결과 (5G는 LTE와 비교해) 음악은 9배, 영상은 많게는 30배, 영상통화는 10배까지 데이터 사용량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저희는 여기에 걸 맞는 요금제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생각했고, 일정량을 사용할 때 속도제어가 있다고 하면 그건 5G답지 못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유플러스 박종욱 모바일상품그룹장도 4일 "데이터 완전 무제한과 가장 저렴한 5G 요금제를 출시하며 업계 요금제 리더십을 확보했다"고 자평하며 프로모션을 통해 6월말까지 자사 5G 무제한 요금제를 가입하면 "올 연말까지 매월 속도 제한(QoS) 없는 5G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두 회사의 이용약관(요금제)을 보면 깨알 같은 글씨로 KT의 경우 이틀 연속 53GB, 유플러스의 경우 이틀 연속 50GB를 사용하면 속도제어와 이용차단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의 '데이터 FUP'(Fair Use Policy·공정사용정책)'을 명시했다. 기자간담회와 보도자료, 홍보문구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내용이다.
통신사들이 5G 킬러 콘텐츠로 제시한 UHD 영화의 데이터 소모량은 최고 30GB인데, KT와 유플러스의 약관상으로는 이틀 연속 UHD 영화를 2편씩 봤다면 속도제어와 이용차단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KT와 유플러스는 상업적 이용자들이 통신망을 과도하게 사용해 일반 고객들이 피해를 보는 것을 막기 위해 데이터 FUP를 두는 것이라며 일반 고객이 설령 이틀 연속 50~53GB를 사용했다고 해도 즉시 속도제한이나 이용제한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또 이런 FUP는 음성과 문자 서비스에도 있다고 덧붙였다. 개인 명의로 개통한 휴대전화에서 매일 문자 500건씩을 발송하는 등 개인명의 휴대전화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면 비슷한 식의 제한을 한다는 것이다.
KT관계자는 "이 조항은 소수의 상업적 이용자들의 네트워크 독점을 방지하기 위한 조항이지 일반 고객들의 5G 사용을 제한하기 위한 조항은 아니"라며 "일반 사용자들이 FHD 영상을 24시간 연속 시청 시 소요되는 데이터 량이 53GB이기 때문에 일반 고객들의 하루 데이터 사용량은 이를 넘는 경우가 없다"고 설명했다.
유플러스 관계자도 "이틀 연속 50GB를 사용하면 회사 내부적으로 모니터링 대상이 되긴 하지만 CCTV 연결이나 M2M(Machine to Machine, 사물통신) 등 과부하를 유발하는 상업적 사용 시에만 데이터가 차단 된다"며 "개인이 대용량 데이터가 소비되는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한다면 기준을 넘기더라도 속도제어나 사용차단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통신사들은 다만 향후 5G 사용패턴에 따라 이 기준을 상향 조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LTE보다 많은 이용자가 많은 트래픽 쓸 수 있다더니 데이터 제한하나"하지만 통신사들의 이런 주장은 대용량 데이터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것을 5G의 장점으로 홍보해온 것과는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까지 5G 서비스에 대해 UHD와 VR, AR 등을 끊김 없이 빠르게, 많이 제공할 수 있다고 홍보해 왔기 때문이다.
전국망 구축을 전제로 5G는 LTE보다 속도는 20배 빠르고, 정보량은 100배 많이 주고받을 수 있고, 특히 통신을 주고받을 때 멈춤 현상(지연)도 1000분의 1초(1ms)로 거의 없는 실시간 통신이라고 통신사들은 입을 모았다.
특히 UHD 등 대용량 데이터를 사용하는 서비스를 원활히 사용하기 위해서는 무제한 요금제를 사용해야 한다고 열을 올렸다.
KT 이필재 마케팅부문장은 "5G는 '헤비유저'를 반기는 서비스"라며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하면) 네트워크가 버텨내겠느냐는 질문이 많은데, 고객들의 (데이터) 사용량을 분석할 만큼 분석했고, 앞으로 어떻게 쓸지를 계속 분석할 것이기 때문에 (네트워크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5G 서비스를 홍보할 때는 많은 사람이 동시에 많은 데이터를 사용하더라도 문제가 없다고 홍보하더니, 상업적 이용자들이 통신망을 과도하게 사용해 일반 고객들이 피해를 보는 것을 막기 위해 하루 데이터 이용 상한을 뒀다는 설명은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이런 데이터 이용 상한은 LTE 이용자들의 데이터 사용량을 바탕으로 5G 이용패턴을 추정한 것이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김주호 팀장은 "통신사들이 일정 데이터 이상을 사용하면 속도제어나 사용차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설명하는지 모르겠다"며 "통신사들이 명백한 과장광고를 하고 있고 소비자들을 기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이어 "5G 트래픽이 얼마나 될지 통신사들도 예측을 못하는 상황에서 갑자기 데이터가 몰릴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과부하를 걱정해서 그런 조항을 넣은 것 같은데 5G 서비스를 광고하며 LTE보다 많은 사람들이 많은 트래픽을 쓸 수 있다고 홍보하지 않았냐"고 반문하며 "이런 식으로 할 것 이면 애초에 소비자들에게 이런 내용을 제대로 설명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통신사들이 5G 무제한 요금제와 관련해 과장광고를 했다고 보고 조만간 공정거래위원회에 이런 내용을 신고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SK텔레콤과 KT, 유플러스가 유사한 내용의 5G 요금제를 출시하는 등 시장지배력을 남용해 통신요금을 담합했다고 보고 이런 내용도 함께 신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