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과 조원태 사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별세하면서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에게 경영권이 승계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조 회장이 갖고 있는 지분과 그에 따른 상속세, 오너 일가에 우호적이지 않은 주주들의 지지 여부가 조 사장 체제로 전환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진그룹은 조 회장이 8일 새벽(한국시간) 미국 로스엔젤레스(LA)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지난해 말부터 폐질환 치료와 요양을 위해 LA에서 머무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그룹은 곧바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해 안전과 회사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장례 일정과 절차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지만, 미국에서 운구하는데 걸리는 복잡한 행정절차 등을 감안하면 장례절차까지 4일에서 7일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그룹 경영은 조원태 사장의 '3세 경영체제'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2003년 한진정보통신으로 입사한 조 사장은 2017년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한 이후 조 회장과 함께 회사 경영을 이끌어 왔다.
특히 조 사장은 6월 서울에서 열릴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 총회 의장직을 맡게 될 예정이다. IATA가 항공업계의 국제연합(UN)으로 불리는 만큼 이 총회에서 '조원태 체제'가 공식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경영권 승계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조 회장은 지주회사인 한진칼 주식 17.84%를 보유해 한진그룹의 지배력을 행사했다. 우호지분을 모두 합하면 28.95%다.
이 가운데 조 사장과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등 세 자녀는 6.95%의 한진칼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
이밖에 한진칼 주식은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그레이스홀딩스)가 13.47%, 국민연금공단이 6.7%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상속세율을 50%로 계산하면 한진칼에서 조 사장 측 우호지분은 20% 수준으로 떨어진다.
따라서 조 회장의 지분 상속과정에서 다른 주주들의 지지 여부가 조 사장 경영체제로 전환되는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신한금융투자 박광래 연구원이 "여론의 공격에 상속을 포기하고 주주들과의 빅딜을 통해 일가족은 임원 자리를 유지하면서 회사를 전문경영인에게 넘겨줄 수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한 것도 이 같은 변수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조 사장이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확보한다면 오너 일가의 갑질 논란으로 떨어진 기업 이미지를 제고해야 할 숙제도 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