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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장풍', '을'인 노동자 위해 사고 한 번 크게 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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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장풍', '을'인 노동자 위해 사고 한 번 크게 치길

    [노컷 리뷰] MBC 새 월화드라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MBC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사진=방송화면 캡처)

     

    "사고를 쳐도 내가 친다."

    아르바이트한 월급을 못 받은 학생, 아수라장이 된 임금 및 단체협상 테이블의 노동자들, 비정규직 철폐와 노동권 보장을 위해 고공농성을 벌이는 노동자,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분신을 시도하려는 노동자, 3100원에 해고된 노동자까지. 하나같이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한 이 사회의 '을'인 '노동자'를 위해 MBC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의 근로감독관 조진갑이 "사고 치겠다"는 말과 동시에 제대로 사고치기 위해 나섰다.

    지난 8일 첫 방송한 MBC 새 월화드라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연출 박원국, 극본 김반디)은 왕년엔 불의를 참지 못하는 유도 폭력 교사였지만 지금은 복지부동을 신념으로 하는 6년 차 공무원 조진갑(별명 조장풍, 김동욱 분)이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으로 발령 난 뒤 갑질 악덕 사업주 응징에 나서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풍자 코미디 드라마다.

    MBC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사진=방송화면 캡처)

     

    첫 방송에서는 '철밥통'이라 불리는 안정적 직업을 위해 공무원에 뛰어들었지만 그게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일 줄은 몰랐던 주인공 조진갑의 모습이 그려졌다. 어쩌다 보니 하게 된 근로감독관이지만 조진갑은 과거 제자였던 상도여객 버스 기사 김선우(김민규 분)가 3100원 버스비를 미납해 해고되고 갑에게 짓밟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에 "공무원이 철밥통이란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공무원은 초고온압력밥솥이다. 어떤 압력에도 절대 뚜껑이 열리면 안 되는…"이라며 읊조리며 세상에 대한 분노를 억누르던 조진갑은 세상 '을'인 노동자를 위해 제대로 사고 한 번 쳐보기로 결심한다. 이 과정을 '풍자활극'이라는 드라마의 기획에 맞게 코믹한 구성으로 무겁지만은 않게 연출한다.

    '노동자'라는 단어를 꺼려하는 사회에서 뉴스에서나 볼 수 있는 '노동자', '단결', '투쟁' 등의 단어가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에서는 자연스레 등장한다. 드라마 속 연령도 다양한 노동자들의 사연은 하나같이 절절하다. 이 절실함이 더욱더 와 닿는 것은 하나같이 현실에서 봐온 모습이기 때문일지 모른다. 현실에서도 요금 2400원 횡령을 이유로 버스기사는 해고됐고, 대법원은 이를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MBC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사진=방송화면 캡처)

     

    현실에서도 삶의 최전선에 위치한 노동자의 억울함이 모이는 곳은 고용노동부다. 그곳이 노동자에게는 마지막 희망과도 같다.

    "난요, 억울하다고요. 이런 동정 말고 나대신 싸워줄 어른이 필요했다고요."

    체불된 아르바이트비를 받기 위해 마지막 희망으로 조진갑을 찾아온 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어른'이다. 나보다 힘 있는 존재 말이다. 근로감독관을 찾아 하소연하는 노동자 역시 사측보다 힘이 있을 거라 생각한 '근로감독관'을 찾아온 것이다. 힘없는 자신을 대신해 싸워줄 존재를 찾은 것이다. 그러나 현실 앞에 근로감독관도 나약한 '을'일 뿐이다.

    "사람은 제아무리 잘나도 밥 안 먹고는 못 사는 동물이야. 동물은 동물답게 대접을 해줘야 말을 알아들어 처먹는다. 말 안 듣는 짐승이 있다? 일단 뭘 멕여. 배부를 때까지 쳐 멕이라고. 그리고 목덜미를 살살살살 긁어줘. 그런 좋다고 그런다? 그때 순간적으로 목줄을 채우는 거야. 꼼짝 못 하게."(구대길 미리내장학재단 이사장. 상도여객 진짜 사장)

    MBC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사진=방송화면 캡처)

     

    노동자를 '동물' 취급하는 구대길 이사장(오대환 분)처럼 현실에서도 노동자를 대하는 일부 기업과 사회의 인식은 크게 다르지 않다. 돌아보면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속 노동자들이 처한 상황은 이 시대, 우리나라 모든 '노동자'가 처한 현실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조진갑이 "사고를 쳐도 내가 친다"라고 말했을 때, 현실에서 보기 힘든 '조장풍'이라는 히어로의 단 한 마디는 내심 기대를 갖게 한다. 비록 현실에서는 조장풍을 보기 힘들겠지만, 드라마에서나마 이 시대 노동자를 위해 시원하게 사고 쳐주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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