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달말 국회에 제출할 추가경정예산 규모가 6조원 안팎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당초 정부가 올해 성장률 목표치로 내건 '2.6~2.7%' 달성도 사실상 물건너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9일 홍남기 부총리를 비롯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들과 오찬을 함께 하며 추경 예산안을 보고 받았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강원도 산불 피해 지원 △미세먼지 저감 대책 △민생경제 긴급 지원 등을 언급하면서 "시급히 예산이 필요한 곳에 정부 지원이 지체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이를 감안할 때 기재부가 오는 25일쯤 국회에 제출할 추경예산안에도 미세먼지 대책과 산불 피해지역 지원을 위한 재원, 또 '경기 대응' 수요가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추경 편성의 단초가 된 미세먼지 저감 분야에선 친환경차 보급과 노후 경유차 폐차 지원 등 1~2조원가량이 배정될 것으로 보인다.
또 수출 회복 지원에 1조원 안팎, 일자리 창출 등 고용 분야에 최대 1조 3천억원, 사회안전망 확충에 1조원가량이 반영될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더해 최근 '인재'(人災)로 판명된 2017년 11월의 포항지진에 대한 후속 대책 재원도 추경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강원 산불 관련 예산은 피해 조사와 복구 계획을 세우는 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정부안 제출 이후 국회 심의 과정에서 포함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각 분야 수요를 종합할 때 추경 규모는 최소 6조원, 많게는 7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기재부는 이날도 "추경의 구체적 내용은 현재 검토중"이라며 "전체 추경 규모나 재원 등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올해도 추경이 편성되면 2015년 이후 5년째, 현 정부 출범 이후론 내리 3년째다. 앞서 박근혜정부는 2013년 일자리와 민생안정을 이유로 17조 3703억원, 2015년엔 메르스 사태 극복을 위해 11조 5639억원, 2016년엔 구조조정 지원을 이유로 11조 404억원의 추경을 편성한 바 있다.
현 정부 들어서도 일자리 창출과 구조조정지역 지원 등을 이유로 2017년 11조 332억원, 지난해 3조 8317억원의 추경을 편성했다.
올해 6~7조원이 편성된다 해도, 지난해 추경 예산까지 2년치를 합쳐봐야 예년 한 해 수준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앞서 한국을 찾은 IMF(국제통화기금) 측은 "한국 정부가 올해 성장률 목표인 2.6∼2.7%를 달성하려면 GDP(국내총생산)의 0.5% 가량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면서 9조원 수준을 권고한 바 있다.
따라서 올해 추경이 그 3분의2 수준인 6~7조원 규모에 그칠 경우 성장률 목표치 달성도 사실상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IMF는 이날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3.3%로 전망했다. 지난 1월 내놓은 전망치인 3.5%에서 3개월만에 0.2%p 낮춘 수치다.
그럼에도 한국의 성장률은 당초 전망치인 올해 2.6%, 내년 2.8%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을 내놨다. 한국을 직접 방문했던 IMF가 우리 정부의 추경 편성 의지를 확인한 뒤 이를 반영해 내놓은 수치란 게 정부측 설명이다.
이는 곧 최소 9조원 규모 추경을 편성했을 때 2.6% 성장률 달성이 가능하단 얘기다. IMF는 보고서에서 "경제성장이 악화될 경우 보다 확장적 재정·통화정책이 필요하다"며 적극적 재정 운용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