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보톡스 맞아" 산불 틈타 유튜브 가짜뉴스 '활활'

세월호 7시간에 꿰맞춘 산불 5시간…억지

"얼굴 붓고 퀭해, 보톡스 맞아 탄핵마땅"…황당

11시 꽃놀이 행사에 "산불났는데 꽃놀이"…왜곡

  • 2019-04-10 11:10
최근 유튜브에서 강원도 지역을 덮친 화마와 관련한 얼토당토 않은 가짜뉴스가 확산되며 많은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한 보수성향의 유튜브 채널은 8일 "북한이 미사일을 쐈을때 8분만에 NSC를 소집해 상황실에 와 있었는데 이번에는 0시 20분에 나타났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행적에 의혹을 제기했다.
산불이 최초 발생한 오후 7시 17분께부터 문 대통령이 상황실에 도착한 0시 20분까지 5시간 동안 무엇을 했냐는 주장이다.
심지어 상황실에 등장한 문 대통령을 두고 "술 한잔 먹고 자다 나온 얼굴 아니면 시술을 받고 나온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 채널은 4일과 5일의 문 대통령의 사진을 비교하며 "좌측 턱선에서 부은 자국을 확인 할 수 있다"며 "얼굴이 붓고 퀭하고 보톡스 (맞은 것) 처럼 보이는데 그게 아니면 술을 먹어서 대응을 못한 것 같다"며 탄핵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유튜브 채널 썸네일 화면 캡처)

 

진성호 한나라당 전 의원이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인 진성호방송 또한 이런 주장과 궤를 같이 한다.
진 전 의원은 6일 업로드한 영상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산불이 일어난 지 5시간이 지난 뒤에야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면서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사건 때 7시간의 행적과 비교했다.
또 "4일 신문의 날 기념식이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는데 문 대통령이 신문사 발행인들과 술을 마시지 않았을까 싶다"면서 "얼굴 표정이나 얼굴이 조금 술을 마신 듯한 모습이었다"고 주장했다.
진 전 의원은 "자신은 추측할 뿐이다"라고 한발 물러서면서도 "언론이 이를 보도 안한다. 자신의 방송을 봐야 진실을 알 수 있다"고 재차 자신이 주장한 바가 사실임을 시사했다.
김정숙 여사와 관련한 가짜뉴스도 확산되고 있다.
또 다른 유튜브 채널은 산불이 확산되고 있는데 김 여사가 꽃놀이를 하고 있다며 질타했다.
이 유튜버는 욕설과 함께 "산불이 났는데 꽃놀이를 하는 것이 제정신이냐"며 청와대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진을 비난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당시 문 대통령은 신문의 날 행사가 끝난 후 집무실에 복귀해 산불 현안에 대해 세세하게 보고를 받고 있었다고 청와대는 밝히고 있다.
청와대 고민정 부대변인은 5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산불이 1단계가 발령됐던 것이 19시 38분이다"라면서 "그런데 이미 그 전부터 계속 국가위기관리센터를 중심으로 해서 (대통령께) 여러 상황 보고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의 이석 논란이 벌어졌을 당시에도 문 대통령은 현안과 관련한 보고를 받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시 문 대통령께 '직무 명령'을 통해 정 실장의 복귀를 건의드렸다"고 말했다. 이는 집무실에서 문 대통령이 산불 등의 현안을 주의깊게 보고 받고 있음을 반증한다.
이에따라 수사결과 세월호 참사 당일 '구조 골든타임'을 훨씬 지난 시간에야 최초 보고를 받고 오후에 강남에서 미용사를 청와대로 불러 '올림머리'를 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박 전 대통령의 '7시간'과 문 대통령을 대비시키는 것은 억지에 가깝다.
청와대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또 청와대는 가짜뉴스가 확산되자 9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엄단의 의지를 나타냈다.
고 부대변인 명의의 이 서면 브리핑에서 청와대는 "이런 거짓말을 누가 믿겠는가 해서 대응하지 않았으나 정치적으로 악용돼 더이상 묵과할 수 없다"면서 "최초 거짓말을 유포한 곳에 대해 청와대는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로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여사와 관련한 주장도 단편적인 내용을 가지고 확대 왜곡한 것에 가깝다.
김 여사는 4일 오전 청와대 경내 산책로에서 청운초등학교 학생들과 '우리 꽃나무 심기' 행사를 했다. 고성에서 시작된 산불 최초 발화 시간인 오후 7시 17분과는 거리가 있다.
다만 청와대 인스타그램에 김 여사의 식목일 행사 사진이 게시된 것은 오후 11시쯤으로 추정돼 게재 시점에 대한 부적절성은 상당부분 인정 된다. 결과적으로 해당 사진은 심각해진 산불 상황과 게재 시점의 부적절성 등으로 삭제됐다.
하지만 이러한 단편적인 사진 하나를 가지고 일부 유튜버들은 '산불 심각한 데 꽃놀이를 했다'라고 주장하며 가짜뉴스를 퍼트리고 있는 실정이다.
구독자들 또한 이를 "거짓없는 정보 감사한다" 등의 반응으로 맹신하며 지인들에게 퍼나른다. 가짜뉴스 확산의 원인이다.
특히나 고령층은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접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관계가 확인되지도 않은 내용을 사실인양 퍼트리는 유튜버들은 사실상 가짜뉴스의 근원지가 된다.
이를 반영하듯 일부 구독자들은 "이걸 덮으려고 나경원에게 뒤집어 씌운거다"라는 등의 왜곡된 추측을 하며 또 다른 가짜 뉴스를 낳고 있다.
대형 산불로 인해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가 난 가운데 등장한 이러한 가짜뉴스들은 피해주민들을 또다시 울리고 있는 셈이다.
또 이러한 가짜뉴스는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했던 소방관들과 군인 등의 노고 또한 빛을 바라게 만들어 현혹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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