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가계의 여유자금이 관련통계가 작성된 2009년 이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다만 주택 구매에 돈을 몰아넣던 2016~2017년에 비해서는 여유자금 감소폭이 줄었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2018년 중 자금순환(잠정)'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비영리단체 포함)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49조3000억원으로 2017년(50조9000억원)보다 1조6000억원 줄었다. 이는 2009년 관련 통계가 시작된 이래 최저치다.
가계 순자금운용 규모는 자금운용액(예금·보험·채권·주식·연금준비금 등)에서 자금조달액(금융권 대출 등)을 차감한 금액으로, 통상 가계 여유자금으로 이해된다. 한국은행은 일반 가계와 소규모 개인사업자·비영리단체를 합쳐 통계를 낸다.
가계의 자금조달과 자금운용 금액 모두 2017년에 비해 축소됐다. 자금조달은 금융기관 장기 차입금을 중심으로 감소세가 나타나 2017년 123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103조1000억원이 됐다. 자금운용은 금융기관 예치금 등이 줄면서 174조6000억원→152조4000억원으로 변했다.
2015년 94조2000억원으로 최대치를 기록한 가계 순자금운용 규모는 2016년 69조9000억원에 이어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빚내서 집사던' 2015~2017년 해마다 20조원 안팎의 격감이 이어졌다. 지난해는 부동산·가계대출 규제 영향으로 감소폭이 줄었다.
한국은행은 "민간소비의 완만한 증가세 등으로 2018년중 순자금운용 규모는 전년대비 소폭 감소했다"며 "민간최종 소비지출이 2017년 832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867조원으로 늘었다. 주거용건물 건설투자는 2017년 107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108조3000억원으로 소폭 늘었다"고 밝혔다.
지난해말 기준 가계 금융자산은 3729조7000억원으로 전년대비 1.7% 늘었고, 금융부채는 1789조9000억원으로 전년대비 6.1% 늘었다.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은 2.08배로 2016년(2.16배)이나 2017년(2.17배)에 비해 나빠졌다.
가계·기업·정부 전체 합산 순자금운용 규모도 전년대비 축소됐다.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활동의 결과 발생한 국내부문 순자금운용 규모는 80조3000억원으로 2017년(107조7000억원)에 비해 27조4000억원 줄었다.
비금융법인기업의 경우 순자금조달규모가 전년(14조4000억원)보다 2배 이상 늘어 39조8000억원으로 확대됐다. 순자금조달 규모는 순자금운용 규모와 정반대로 자금조달액에서 자금운용액을 차감한 것이다. 국제유가 상승 탓에 교역조건이 악화돼 수익성이 저하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됐다.
금융법인의 경우는 2017년 22조원이던 순자금운용 규모가 지난해 15조7000억원으로 축소됐다. 다만 일반정부의 경우는 세수확대 영향 등으로 전년대비 순자금운용 규모가 49조2000억원에서 55조원으로 확대됐다.
국가전체의 지난해말 총금융자산은 전년말(1경6515조5000억원)보다 632조6000억원 증가한 1경7148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금융자산 구성은 현금 및 예금(0.6%p), 채권(0.5%p), 대출금(0.5%p) 등의 비중이 전년말보다 증가했고,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2.0%p)의 비중은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