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달말 국회에 제출할 추가경정예산 규모가 6조원대로 가닥이 잡혔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올해 추가경정예산은 아직 규모가 확정되지 않았다"면서도 "7조원을 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추경안 편성을 위해 아직 사업을 검토하는 중"이라며 "이번 추경안에 산불 진화와 예방 인력확충, 산불 대응 헬기 구매 비용 등 산불 대응 시스템을 강화하는 구상을 담기 위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전날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추경 예산안을 보고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강원도 산불 피해 지원 △미세먼지 저감 대책 △민생경제 긴급 지원 등을 언급하며 "시급히 예산이 필요한 곳에 정부 지원이 지체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홍 부총리는 "가장 중요한 건 추경에 맞는 사업을 선정해 연내 집행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며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재원 측면과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로선 적자국채 발행을 최소화해서 추경을 편성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재부 안팎에선 이번 추경에 미세먼지 저감 대책이 1~2조원, 수출 회복 지원에 1조원 안팎, 일자리 창출 등 고용 분야에 최대 1조 3천억원, 사회안전망 확충에 1조원가량이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산불 관련 예산과 2017년 포항지진 후속 대책 재원도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홍 부총리는 또 경제 상황에 대해 "대외여건이 지난해말 예상했던 것보다 전반적으로 어려워서 경기 하방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IMF(국제통화기금)는 전날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3%로 석 달만에 0.2%p 하향 조정했다.
홍 부총리는 "우리 수출 주력품목인 반도체 시장도 당초 정부와 시장 예상보다 좀더 부진하지 않나 싶다"며 "서비스업은 올들어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광공업과 설비투자도 부진한 양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대내외 여건 변화에 대해 긴장하면서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엄중하게 생각하며 정책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고용 상황과 관련해 "2월에 이어 3월에도 취업자 증가 폭이 20만명을 넘었다"며 "고용 상황이 나아지는 모습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특히 "15~64세 고용률이 그동안 감소세였다가 미약하지만 증가세로 전환한 건 의미가 있다"며 "실업률도 전년동기 대비 낮아진 건 긍정적 모멘텀"이라고 평가했다.
또 "음식숙박업에서 두 달째 증가세를 보였다"며 "노인 일자리가 집중된 공공보건 부문을 제외한 나머지 취업자 증가 역시 7만 2천명으로 늘어난 부분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30~40대 고용과 제조업 취업자 감소세는 다소 완화됐지만 지속되고 있다"며 "세계 경제라든가 수출여건 둔화 등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고용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내다봤다.
홍 부총리는 "일희일비하지 않고 고용 상황에 엄중한 마음으로 접근하겠다"며 "민간에서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고용 취약계층엔 정부가 맞춤형 일자리를 지원하도록 차질없이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등 노동 현안에 대해선 "현장 기업들이 단위기간을 늘려달라고 절박하게 호소하고 있다"며 "4월 임시국회에서 입법이 꼭 이뤄지길 국회에 거듭 요청 드린다"고 당부했다.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에 대해서도 "이미 2020년 최저임금 결정 프로세스가 4월부터 시작됐다"며 "8월초까지 주무 장관이 고시해야 하고 결정된 최저임금을 토대로 내년 예산에도 반영해야 한다"며 조속한 입법을 요청했다.
그는 또 신재민 전 사무관에 대한 기재부의 검찰 고발을 취하할 뜻임을 밝혔다. 홍 부총리는 "기재부 선배로서 사회에 정상적으로 복귀하도록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오늘 오후 검찰에 취소장을 제출하고 고발을 취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11일 출국해 오는 15일까지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회의와 WB(세계은행)·IMF(국제통화기금) 춘계회의에 잇따라 참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