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으로 돌아온 ‘척암선생문집책판'(이하 문화재청 제공)
유럽에 흘러나갔던 항일의병장 척암선생의 문집 책판이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고국으로 돌아왔다.
문화재청은 1895년 명성황후 시해 직후 일어난 을미의병 시 안동지역 의병장으로 활약한 척암 김도화(1825-1912)의 ‘척암선생문집책판(拓菴先生文集冊板)’ 1장을 지난달 독일에서 매입해 국내로 들여왔다고 11일 밝혔다.
이번에 돌아온 ‘척암선생문집책판’은 ‘척암선생문집’을 찍어낸 책판 1000여 장 중 하나로 권9의 23~24장에 해당한다. 가로 48.3㎝, 세로 19.1㎝, 두께 2.0㎝ 크기다. 책판 손잡이인 마구리 부분은 많이 훼손됐지만 금색 안료 칠은 그대로 남아있다. 활자 부분의 보존 상태는 양호하다.
이 책판은 지난 2월 문화재청 산하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국외 경매에 출품된 한국문화재 모니터링을 통해 독일의 한 작은 경매에서 발견했다. 오스트리아의 한 가족이 소장해 오던 것이었는데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한국국학진흥원의 협의를 통해 매입에 성공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한국의 유교 책판’ 중 일부인 '척암선생문집'
‘척암선생문집’은 척암이 생전에 남긴 글을 모아 그의 손자 김헌주 등이 1917년 편집·간행한 것으로 본집 39권 19책, 속집 13권 6책으로 구성된다.
'척암선생문집책판’은 지난 2015년 10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유교책판’의 일부다. 그동안 20장만이 한국국학진흥원에서 관리되고 있었으나 이번 책판 매입으로 총 21장이 전해지게 됐다.
척암 김도화는 영남에서 활동한 조선 말기의 대학자이자 의병장이다. 한국 독립운동의 산실인 임청각 문중의 사위 가운데 한 명으로 을미사변과 단발령을 계기로 을미의병이 촉발되자 안동통문(安東通文)을 각지로 보내고 1896년 71세의 나이로 의병장을 맡아 안동의병을 이끌었다.
1983년 대한민국 건국포장에, 1990년에는 대한민국건국훈장 애국장에 추서됐다.
‘척암선생문집책판'과 인출본 비교
한편, 이번 ‘척암선생문집책판’이 고국에 돌아오는 데는 온라인 게임회사 라이엇 게임즈의 도움이 컸다. 라이엇 게임즈는 2012년부터 문화재청과 문화재지킴이 협약을 맺고 한국 문화유산 보호와 지원을 위한 사회공헌활동을 해오고 있으며 누적 기부금은 50억 원을 넘어섰다.
라이엇 게임즈는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함께 미국에 있었던 조선 불화 ‘석가삼존도’, 프랑스 경매에 출품된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 환수와 같은 국외 한국문화재 환수 사업, 주미대한제국공사관 복원 사업을 추진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