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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정책

    1500년 전 화랑들, 성류굴에 이름을 남기다

    천연기념물 울진 성류굴에서 신라 화랑, 승려, 조선 관리 이름 새긴 명문 30여점 발견
    동굴 내부에서 발견된 최초의 명문들

    울진 성류굴에서 발견된 명문. ‘정원십사년 무인팔월이십오일 범렴행(貞元十四年 戊寅八月卄五日 梵廉行)' (이하 문화재청 제공)

     

    천연기념물 제155호인 울진 성류굴에서 신라 화랑의 이름 등을 새긴 명문들이 발견됐다.

    문화재청은 경북 울진 성류굴에서 삼국시대부터 통일신라, 조선시대에 이르는 다양한 각석(刻石) 명문 30여 개를 확인했다고 11일 밝혔다.

    동굴 안에서 명문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울진군 관계자들이 지난달 성류굴 내부 종합정비계획 수립을 위해 성류굴에 들어갔다가 입구에서 230여m에 위치한 일반인 출입제한 구역의 종유석과 암벽 등에 새겨진 명문들을 발견했다.

    이 중에는 ‘정원 14년(貞元 十四年)’과 신유년(辛酉年)’, ‘경진년(庚辰年)’등 구체적 시기를 알 수 있는 간지(干支)가 새겨진 명문이 여러 개 있었다. 또 ‘임랑(林郞)’, ‘공랑(共郞)’‘우(牛,소)’ 등 화랑 이름들과 통일신라시대 관직명인 ‘병부사(兵府史)’, 승려 이름 ‘범렴(梵廉)’, 조선시대 울진현령 ‘이복연(李復淵)’ 등이 새겨져 있었다.

    ‘정원십사년 무인팔월이십오일 범렴행(貞元十四年 戊寅八月卄五日 梵廉行/정원 14년 8월 25일 범렴이 왔다 간다)’에서 보이는 ‘정원 14년’은 중국 당나라 9대 황제 덕종의 연호가 정원(785~805)인 점으로 미뤄 서기 798년으로 추정된다. 통일신라 원성왕 14년에 해당한다.

    또 ‘신유년’,‘경진년(庚辰年)’은 국보 제147호 ‘울산 천전리 각석’에 새겨진 ‘을사년(乙巳年, 서기 525년, 신라)’과 비슷한 삼국시대에 새겨진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성류굴은 1000년이 넘는 세월동안 신라와 통일신라의 화랑과 승려들, 조선시대 관리 등 여러 사람들이 찾아 글자를 새긴 명승지이자 수련 장소였던 것으로 보인다.

    명문은 석주, 석순, 암벽 등에 다양한 크기로 오목새김(음각) 돼 있는데, 대부분 해서체(楷書體, 자형이 똑바른 한자 서체)이나 행서(行書, 약간 흘려 쓴 한자 서체)도 일부 발견됐다. 모래시계 모양의 다섯 오(⧖, 五)자도 3개가 발견돼 서예사적인 의미도 가진다.

    '신유년(辛酉年)'과 화랑 이름 '공랑(共郞)'이 포함된 명문

     

    문화재청 관계자는 “한국 고대사 자료가 희소한 상황에서 이번에 확인된 다양하고 수많은 명문들은 신라의 화랑제도와 정치‧사회사 연구 등을 위한 중요한 사료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앞으로 각석 명문에 대한 실측과 탁본, 기록화 작업 등 전반적인 학술조사와 함께, 동굴 내 다른 각석 명문에 대한 연차별 정밀 학술 조사와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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