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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낙태죄 헌법불합치 환영…"현실 반영한 판결"

인권/복지

    의료계, 낙태죄 헌법불합치 환영…"현실 반영한 판결"

    • 2019-04-11 15:45

    낙태약 잘못 먹고 출혈하기도…'모자보건법' 개정 시급
    일각선 "환자 요구로 의사가 스스럼없이 낙태수술 우려"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자 의료계는 "현실을 반영한 판결"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11일 헌재 판결을 지켜본 의료계는 "산모의 건강권을 지킬 수 있는 결정", "현실을 고려했다면 당연한 결론" 등의 반응이 나왔다.

    그동안 의료계에서는 낙태 찬반 논쟁과는 별개로, 낙태한 산모와 의사를 처벌하는 데 대해 반발해왔다.

    형법 269조와 270조는 임신한 여성이 낙태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고, 의사가 임신한 여성의 동의를 받아 낙태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르면 의학적 판단을 근거로 낙태 수술을 한 의료인도 무조건 범죄자가 될 상황에 부닥친다는 게 의료계 지적이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직선제) 김동석 회장은 "산부인과 의사도 법을 지키고 싶다"며 "하지만 법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는 것이 문제였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낙태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모자보건법은 1973년 제정돼 이후 발전한 의료기술이나 그에 따른 전문가 의견이 반영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간혹 중·고등학생 중에는 낙태약으로 알려진 약물을 복용한 뒤 출혈로 병원을 찾았다 응급수술을 하기도 한다"며 "적어도 산모가 자신의 건강을 헤치지 않고 낙태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헌재 판결로 의사가 환자의 요구에 따라 스스럼없이 낙태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내비쳤다.

    무엇보다 의료계는 이번 헌재 판결에 따라 모자보건법 개정이 필요하다는데 한목소리를 냈다.

    현행 모자보건법은 본인이나 배우자에 유전학적 정신장애가 있을 때나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근친상간에 의한 임신, 강간 등에 의한 임신, 임신을 지속하면 산모 건강이 위험해지는 경우 등 5가지 사유의 낙태만 허용한다. 이때도 임신 중기(24주 이내)에만 낙태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무뇌아 등 생존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태아를 낙태해도 산모와 의료인 모두 처벌 대상이 된다.

    김 회장은 "현행법은 산모와 관련된 사항만 반영돼 있고 태아에 관한 사항은 없다"며 "심지어 정신장애는 유전되지 않는데도 허용 사유에 들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낙태 허용 시기 또한 산모와 태아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일괄 규정하기 어렵다"며 "정밀초음파는 임신 24∼26주에 보게 되는데 뇌 질환 등 치명적인 질환이 늦게 발견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산부인과 전문의는 "개인적으로 낙태 자체는 반대하지만, 현재 모자보건법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낙태를 허용해야 하는 태아의 장애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 등에 대해 의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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