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낙태죄 처벌 위헌 여부를 밝히 재판이 열린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재판관들이 입정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헌법재판소가 모든 낙태를 전면적으로 금지한 현행 형법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정하면서 낙태 허용 시기를 최대 '임신 22주 내외'로 제시했다.
11일 헌재는 "태아가 모체를 떠나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은 임신 22주"라면서 "동시에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는 시기에 낙태는 허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임신 22주부터 태아가 독자적 생존이 가능한 시기라고 기준을 세운 것이다. 다만 구체적인 낙태 허용시기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헌재는 "산부인과 학계에 의하면 태아는 마지막 생리기간 첫날부터 22주 내외부터 독자적인 생존이 가능하다고 한다"며 이 경우에는 그전보다 훨씬 더 인간에 근접한 상태에 도달하였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헌재가 이날 낙태 가능한 기간의 최대한도를 22주로 정한 것은 그만큼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려면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에 관하여 전인적 결정을 하고 실행에 있어서 충분한 시간이 확보돼야 한다"며 "사회적·경제적 상황과 각종 정보를 파악하고 주변의 상담과 조언을 얻고 숙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헌재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만큼 현행 낙태죄 규정은 2020년 12월31일까지 유지되고, 이 기한까지 법이 개정되지 않을 경우 낙태죄 규정은 2021년 1월부터 폐지된다.
공을 넘겨받은 입법기관은 22주의 기간 안에 구체적인 '(낙태)결정가능기간'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에 충분한 시기'라는 조건을 제시한 상태다.
한편 이날 헌재 결정 이후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조속히 형법 및 모자보건법 등 관련 법 개정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도 입장문을 통해 "각계의 의견을 경청하고 충분한 논의와 심사숙고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학계 등에선 임신 12주까지만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임신 12주까지의 태아는 사고나 자아인식 등에 필요한 신경생리학적 구조를 갖추지 못한 것으로 인식된다. 또 이 시기 이뤄지는 낙태수술은 합병증 우려가 적어 여성의 신체에 부담이 덜 된다고 학계는 보고있다.
실제로 프랑스는 12주 이내에 낙태를 요청할 수 있다. 독일의 경우에도 일정한 사유가 있을 경우 상담과 의사 시술에 따른 임신 12주 이내 낙태는 처벌받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