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유교의 나라 조선에서는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신분제에 따라 학문에 정진하는 선비를 최고 신분으로, 그리고 상인은 소위 '장사치'로 매도하며 가장 천한 신분으로 분류했다.
경제활동을 천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겉으로 드러난 '명분'일 뿐 실제로는 자신들이 천대하던 장사치 뺨치는 '재테크' 수완을 보인 선비들도 많았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많은 문인을 배출한 전남 지역의 한 명문 사대부 집안은 갯벌을 개간하거나 수시로 땅을 거래하며 땅부자로 이름을 날렸다. 특히, 그 땅을 상속할 때는 쪼개지 않고 지역단위로 물려주는 등 전문 식견을 가지고 자산가치를 키웠다고 알려졌다.
또, 경북 지역의 한 양반가는 노비 소유를 늘려 농경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노동력 확보에 주력했다. 평소 꼼꼼한 노비관리는 기본이요, 심지어 국가적 전란인 임진왜란 당시에도 싼 값에 노비를 사들여 가산을 늘렸다고 한다.
◇ '믿을건 역시 부동산' 솔선수범(?) 고위공직자들'겉다르고 속다른' 조선시대 양반들의 재테크 기술을 언급한 이유는 오늘날 사회지도층인 고위공직자들도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고위공직 후보자들의 남다른 재테크 실력을 지켜보며 많은 서민들이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최정호 전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실제로 부동산 정책을 총괄해야할 최정호 전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서울 잠실의 아파트 1채와 최근 딸에게 증여한 경기도 분당의 아파트 1채, 그리고 세종시의 펜트하우스 아파트 분양권 등을 가진 부동산 부자라는 사실이 드러나며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았다.
특히, 소유 부동산들의 현 시세는 30억원을 훌쩍 넘어서고 구입 당시 시세와 비교하면 23억원 가량 오른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비판 여론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중도사퇴했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현 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으로 재직하며 재개발 예정지에 자신의 전재산 14억에다 10억대 빚까지내 26억원짜리 상가를 사들인 김의겸 전 대변인도 마찬가지다.
퇴직을 앞둔 가장의 한사람으로서 이들을 바라본다면 자신들의 노후대비는 물론이고 자식들에게 부담은 커녕 오히려 도움을 줄 수 있는 성실한 가장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급등하는 집값 앞에 자녀 출산은 커녕 결혼도 연예도 포기하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 연일 전해지는 상황에서 서민들은 이들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 알면 알수록 난해한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투자법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들이 잇따라 낙마한 뒤 좀 잠잠해지나 싶더니 이번에는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남다른 재테크 방식이 여론의 도마위에 올랐다.
이미선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받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이미선 후보자는 전재산 40억 6천만원 가운데 83%인 35억 4천만원을 주식에 투자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슈의 중심에 섰다.
부동산 투기야 '공공의 적'으로 간주되고 있지만, 오히려 돈이 좀 몰렸으면 하는 주식, 그것도 정부 측에서 활성화 대책을 내놓으며 투자 붐을 일으키기 위해 힘쓰고 있는 코스닥 종목에 투자한 것이 과연 무슨 문제일까 하는 생각이 번뜩 든다.
이 후보자를 내세운 청와대 역시 이런 생각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청와대의 인식이 딱 여기에 머물렀다는데 있다.
주식 투자액이나 총 자산중 주식 비중이 많다는 이유로 이 후보자를 비난할 수는 없지만 문제는 투자의 내용이기 때문이다.
이 후보자는 '분산투자'라는 주식 투자의 금과옥조 같은 원칙을 전혀 따르지 않아 '뭔가 있다'라는 불필요한 의심을 불러온데 이어, 소위 '몰빵' 투자한 종목의 내부정보를 이용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혹시라도 이런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면 청문회를 통해 충분히 소명해야 하지만 "남편이 알아서 했다"는 말만 반복됐다. 또 검증을 책임진 청와대도 꿀먹은 벙어리나 마찬가지니 국민들은 이 후보자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쥐꼬리 연금에 늙어가는게 두려운 서민들
금융감독원이 지난 9일 발표한 '2018년 연금저축 현황 분석결과'를 살펴보면 지난해 연금저축 가입자의 계약건당 연금 수령액은 연간 308만원, 월평균 26만원에 불과했다. 국민연금 월평균 수령액과 합쳐도 월평균 61만원에 그친다.
1인당 최소 노후생활비가 104만원이니 이에 6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100세 시대에 부동산이나 주식 등 다른 자산이 충분하지 않다면 그야말로 늙어가는게 두려운 사람들이 대다수라는 뜻이다.
정부는 이처럼 노후대비가 부족한 서민들을 위해 납입액을 늘려서라도 노후대비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며 국민연금 제도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다 각종 세제해택을 통해 연금저축과 퇴직연금 가입을 유도하고 주택연금의 가입문턱을 낮추는 등 초고령사회에 대비한 각종 정책을 내놓고 있다. 정부의 의도대로 이같은 정책을 잘 따르면 그나마 안락한 노후생활이 가능할까?
최소한 최근 드러난 고위공직자의 재테크 방식을 보면 정부 정책은 가볍게 무시하고 부동산 갭투자가 됐든, 주식 몰빵 투자가 됐든,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을 걷는 것이 정답인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