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간 11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은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점에서 북미간 대화의 모멘텀을 살리는 성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통해 북미정상회담과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향후 프로세스에 대해서도 인식을 공유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경협 등 일부 제재완화에 대해 '적기가 아니다'고 말해 우리 정부의 비핵화 방법론에 대해선 여전히 적지 않은 시각차가 있음을 시사했다.
◇3차 북미정상회담 "구체적 논의"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단독회담 모두 발언을 통해 "중요한 것은 대화의 모멘텀을 계속 유지해 나가는 것"이라며 "가까운 시일내에 3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리라는 희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정상회담결과 언론발표문에서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에 공개된 단독회담 모두발언에서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관계는 매우 좋다"며 "진심으로 존경하는 분이고 이런 좋은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3차 북미정상회담도 있을 수 있다"면서도 "단계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 서둘러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두 차례 북미정상회담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에 의한 '톱다운 방식'에 의해 추진된 것처럼 3차 북미정상회담도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회담이 끝난 뒤 SNS를 통해 "국민들의 성원에 힘입어 한미 정상회담을 잘 마쳤다"며 "이번 정상회담 자체가 북미간의 대화 동력 유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평가했다.
정의용 실장은 언론 브리핑에서 "앞으로 비핵화 협상을 추진해나가는 방안, 3차 북미정상회담의 개최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의견교환이 있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 "남북정상회담 추진", 트럼프 "북한 입장 빨리 알려달라"3차 북미정상회담은 남북정상회담을 먼저 개최해 비핵화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한 뒤 개최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만간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할 계획을 밝혔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말미에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입장을 가능한 한 조속히 내게 알려달라'고 요청했다고 정의용 실장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문 대통령에게 한 전화에서도 김정은 위원장을 먼저 만나 비핵화에 대한 정확한 의지를 파악해줄 것을 당부한 바 있다.
이에 따라 3차 북미정상회담은 남북정상회담 이후에 개최 여부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에 응하고 미국의 요구에 상응하는 비핵화 결단을 내릴 경우 북미정상회담을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관련해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요청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사의를 표했다고 정 실장은 전했다.
관건은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통해 지난해 4월 이후의 '핵· 경제 병진노선' 포기를 유지하면서도 미국의 비핵화 빅딜 요구에 대해선 '버티기 작전'에 들어갈 것임을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남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전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에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청와대의 움직임이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조만간 대북특사 파견 등 북한과의 접촉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제재완화 여전히 '아직' 입장 확인한 것은 부담이 번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간 대화모멘텀을 유지해야 한다는 한미 양국의 공통된 인식은 확인했지만, 대북 제재완화 등 비핵화 각론에 대해선 이견이 있다는 점도 어느 정도 드러났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비핵화 일괄타결 이전에 제재완화는 없다는 강경론이 기조를 이뤄왔다. 한미정상회담 직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제재 문제에 "약간의 여지가 있다"고 말해 기대를 모으기도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강경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문제에 대해 기자들에게 "적절한 시기가 되면 지원을 할 것"이라면서도 "지금은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또 대북제재와 관련해서도 "상당히 강화할 수 도 있지만 김정은 위원장과의 관계 때문에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며 "우리는 제재가 계속 유지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견인하기 위해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재개 같은 제재유예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설득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그동안 비핵화의 최종상태(end state)에 대해선 미국의 입장과 완전히 일치한다면서도 두 세단계의 '조기수확'을 거둬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해야 한다는 구상을 밝혀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현 시점에서 우리는 빅딜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빅딜은 핵무기들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말해 우리 정부의 '조기수확론', '포괄적 합의-단계적 이행' 방안에 의견을 같이 하지 않는다는 뜻을 내비쳤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이견을 보인 것 아니냐'는 질문에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고, 그에 대해 허심탄회한 논의가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