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이 12일 '김학의 동영상의 고화질 원본'을 단독 입수했다며 보도한 내용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성접대를 했다는 별장에 등장하는 인물이 김학의 전 법무차관이라는 의혹을 해소하려면 무엇이 더 필요할까.
YTN이 12일 김 전 차관의 고화질 동영상을 단독입수했다며 국민들의 알 권리와 검찰 부실 수사 의혹을 폭로한다는 차원에서 공개한다고 하자 문득 든 생각이다. 확실히 화면 속 인물은 김 전 차관과 매우 비슷해 보인다. 윤씨의 별장이라고 설명하지 않으면 어느 유흥업소에서 벌어질 만한 광경이다.
2013년 성접대 의혹이 불거져 검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을 무렵 평소 친분이 있는 검찰 간부와 김 전 차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동영상 속 인물을 김 전 차관으로 볼 수 있느냐는 문제로 시끄러울 때였다.
이 때 이 검찰 간부가 수사 관계자의 말을 전해주었다. 요지는 이렇다. "딱 보면 안다. 김 전 차관을 모르는 사람이야 동영상 속 인물이 누구인지 알 수 없겠지만 김 전 차관을 평소 알고 있거나 함께 일해본 적이 있다면 바로 알아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어 "동영상 속 행위가 정상으로 보이지 않았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쯤되면 당시 검찰이 동영상에서 김 전 차관을 못 알아볼 리 없다는 뜻이었다. "(당시 경찰 수사에서 동영상 속 인물에 대해) 육안으로도 식별할 수 있어서 감정의뢰 없이 (김 전 차관과) 동일인이라고 결론을 내고 검찰에 송치했다"는 지난달 14일 민갑룡 경찰청장의 국회 발언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사진=자료사진)
앞서 6년 전 수사에서 검찰은 동영상 속 인물을 김 전 차관이라고 공식 확인하지 않았다. 초미의 관심사였지만 검찰은 수사 결과 발표에서 범죄 혐의와는 관련이 없는 사실이라는 이유를 들어 확인하지 않았다. 다만 비공식적인 요구에 대해서는 “동영상 속 인물이 맞다”고 확인했다는 것이 당시 수사팀 관계자의 설명이다.
동영상에 김 전 차관이 등장하는 것과 성접대 또는 성폭행 혐의는 별개의 문제이기는 하다. 하지만 남들은 다 안다는 김 전 차관을 검찰이 확인하지 않았으니 그 이상 수사가 진전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을 것이다. 사건이 불거졌을 때는 박근혜정권의 서슬이 시퍼렇던 시절이라 외압 의혹도 제기됐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는 법언이 있다. "검찰이 제 때 진상을 규명하지 못하고 국민적 의혹이 커져 다시 수사에 이르게 된 지금의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지난 9일 문무일 검찰총장의 말과 같은 뜻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1일 세 번째 수사에 착수하면서 "원칙대로 수사하고 결과를 국민들께 소상히 밝혀 오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