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차(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미세먼지 저감 대책으로 경유차 퇴출을 본격화하면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논의 중 하나가 '경유세 인상'이다. 현재 휘발유 가격의 80% 수준인 경유의 가격을 올려 소비자들의 경유차 구매 욕구를 떨어뜨리자는 것이다.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 특별위원회가 경유세 인상을 권고한 데 이어 최근엔 여당을 중심으로 경유세 인상 토론회가 열리는 등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계획이 없다며 선을 그었지만 이미 환경단체와 업계를 중심으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 정부 일축에도 불붙은 '경유세 인상' 논의기획재정부는 지난 12일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하겠다고 밝히며 동시에 "경유세 인상 등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호승 기재부 1차관은 "유가보조금 축소와 경유세 인상 방침은 정부 내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지 않다"며 유류세 인상 논의에 선을 그었다.
다만 이러한 정부의 일축에도 유류세 인상 목소리는 여당을 중심으로 계속해 나오고 있다.
정부가 미세먼지와의 전쟁을 선포한 상황에서 유발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 경유차를 잡기 위해선 경유세를 올려야한다는 것이다.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실과 에너지전환포럼은 국회도서관에서 토론회를 열고 경유세 인상을 주장했다.
현행 '100:85:50' 수준인 휘발유와 경유, LPG 상대 가격을 '100:93:50' 수준으로 점차 올리고 유가보조금 역시 축소해야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확보된 재원을 친환경차 확대에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2월에는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 특별위원회가 경유세 인상을 권고하기도 했다. 인상의 이유로는 역시나 경유차로 인한 미세먼지 악화 등 환경문제를 꼽았다.
환경단체 역시 경유세 인상은 물론 유가보조금 축소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이지언 국장은 "도로 미세먼지 오염원 중에서 경유차가 압도적 비중을 차지한다"며 "경유차를 타지 말라고 캠페인을 해도 변화가 적은 것은 결국 경유가 싸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OECD와 달리 경유 가격이 휘발유 대비 85% 수준에 멈춘 것이 고착화됐다"며 "또 유가보조금 등을 축소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미세먼지를 감축하자고 하는 것은 액셀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고 있는 꼴"이라고 덧붙였다.
미세먼지 속 강남(사진=연합뉴스)
◇ "효과 없다" vs "정부의지 보여야"… 갑론을박경유세 인상은 '결국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있느냐 없느냐'는 논의로 이어진다. 이를 두고 환경단체와 업계의 의견이 엇갈리는 것은 물론 정부 부처 내에서도 이견이 있다.
환경부는 미세먼지의 주범인 경유차를 줄이기 위해선 경유세를 올릴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지만 기획재정부는 인상 시 저감 효과에 의문을 제기한다.
기재부는 앞서 2017년 한국조세재정연구원과 진행한 연구에서 '경유가격을 2배 올려도 저감되는 초미세먼지(PM2.5) 양은 2.8%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환경단체는 정부가 미세먼지를 줄이겠다고 밝힌 만큼 경유차 퇴출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유가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서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을 많이 배출하는 것이 분명한 만큼 경유세를 올려 경유차를 퇴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그에 따른 자영업자와 서민을 위한 대책, 친환경차 지원책 등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화물차에 지원되는 유가보조금에 대한 점차적 폐지를 강조한다. 경유세를 아무리 올려도 유가보조금이 지원되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환경운동연합 이지언 국장은 "경유세를 아무리 올려도 지원되는 유가보조금이 똑같이 올라가 효과가 없다"며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유가보조금 개편이 필요하며 화석연료에 대한 보조금 형태가 아닌 다른 형태의 복지를 지원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이 국장은 "화석연료에 대한 보조금이 아닌 유류비 현실화, 친환경차 보조금 등으로 화물차 업계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정유업계는 아직까지 경유차가 미세먼지의 주범이라는 주장엔 근거가 부족하다는 입장과 함께 '당장 경유차를 퇴출하면 대안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휘발유와 경유에 비해 LPG는 충전소 등 인프라가 부족하다"며 "차종도 다양하지 않은 LPG 차가 경유차의 대안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