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선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가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받고 있는 모습.(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과도한 주식 보유로 논란의 중심에 선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놓고 여야가 휴일인 14일에도 날선 공방을 벌였다.
이미선 후보자는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와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한 이후 야당의 집중 타겟이 돼 여야 주도권 싸움의 핵심 인물로 떠올랐다.
그만큼 청와대와 여당 등 여권에선 이 후보자를 지켜야 하는 절박함이 커졌고, 자유한국당 등 야당에선 이 후보자를 떨어뜨려야할 필요성이 많아진 것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날도 이 후보자에 대해 방어막을 쳤다.
이해식 대변인은 14일 "자유한국당은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도를 넘는 정치공세, 고발공세를 중단하고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에 협력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한국당 주광덕 의원 등이 이 후보자에 대해 제기한 미공개 정보를 활용 의혹에 대해선 "독재시절 각종 조작사건과 비슷하다. 수사당국과 사법부는 더이상 정치권 꼭두각시가 아니"라며 강한 어조로 반박했다. 한국당이 이 후보자를 검찰에 고발하려는 게 근거 없는 정치 공세라는 시각이다.
민주당뿐 아니라 일부 법조계에서도 이 후보자의 편에선 발언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부산지역 58명의 변호사는 이미선 후보자의 헌법재판관 임명을 촉구하고 나섰고, 전수안 전 대법관도 SNS를 통해 "법정 밖 세상에는 유죄추정의 법칙이 있는 것 같다. 어렵게 겨우 또 하나의 여성재판관이 탄생하나 했더니, 유죄추정의 법칙에 따라 안된다고들 한다"면서 주식 논란은 결격 사유가 안 된다고 거들었다.
여기에 더해 이미선 후보자의 남편인 오충진 변호사는 전날 주식거래 관련 의혹을 제기한 주광덕 의원을 향해 방송을 통한 ‘맞장’ 토론을 제안했다.
그는 거래정지 결정 2주 전에 삼광글라스 주식을 매도한 사실에 대해선 “특별한 미공개 정보를 얻었고 이용하려 했다면 가지고 있던 주식의 반도 안되는 일부만 팔았겠느냐”고 반박하면서 “15년 가까이 거래해 온 내역 중 운이 좋아 비교적 단기에 30%, 40% 수익을 올린 경우들을 몇 개 추려 공격하지만, 반대로 손해를 본 경우가 훨씬 많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김도읍 법사위 간사와 바른미래당 오신환 법사위 간사가 지난 1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주식투자 논란과 관련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보수 야당들도 일제히 반격했다.
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은 이 후보자에 대한 검찰 고발을 예고하면서 "주식거래도, TV토론 제안도 배우자가 대신, 대체 누가 후보냐"고 꼬집었다. 민 대변인은 이어 "거래정지 직전이나 악재 공시 전에 관련 주식의 대부분을 매도한 것으로 볼 때 내부정보를 이용했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후보자와 배우자가 그렇게 당당하다면 청문회 당일 현장에서도 요구했던 종목별 매매 손익내역과 입출금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계좌원장 상세본 자료는 왜 지금까지 제출하지 않고 있냐"며 "지금이라도 주식거래와 관련한 모든 자료를 제출하고 스스로 금융감독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이만희 원내대변인도 "부실한 검증에 대한 책임을 지진 못할망정 자신들의 잘못을 덮으려 무조건 문제없다고 나서는 청와대 인사라인 등 현 정권의 독선과 오만이 끝장을 달리고 있다"며 재차 조국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 경질을 요구했다.
오 변호사의 맞짱 토론 제안을 받은 주광덕 의원은 되레 조국 민정수석에게 맞장토론을 하자고 응수했다. 주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조 수석은 이 후보자의 남편 뒤에 숨어서 SNS만 할 때가 아니라 이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주 의원은 이 후보자 부부가 판사 시절 부적절하게 다량의 주식거래를 하고, 이 후보자는 보유 주식과 관련된 재판을 맡았다는 주장을 거듭 폈다.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은 "(이 후보자가) 내부 정보를 사전 취득해 이용했을 가능성에 대서도 의혹에 비해 소명이 부족하기만 하다"면서 헌법재판관으로 부적합하다고 말했다.
여야가 이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시한을 하루 앞두고까지 첨예하게 맞붙으면서 ‘이미선 정국’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15일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으면 청와대는 국회에 재송부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가 정해진 날까지 청문보고서를 대통령에게 송부하지 않으면 대통령은 10일 이내의 범위에서 기간을 정해 보고서를 보내달라고 국회에 다시 요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