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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외교

    내공남불? 일본의 낯 뜨거운 WTO 흔들기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를 두고 WTO 상소기구 비판
    4개월 전에 일본 상소 판정 승리 때는 WTO 칭찬
    내가 이기면 공정, 남이 이기면 불공정?

    (자료사진=황진환 기자)

     


    지난 12일 세계무역기구(WTO)가 일본 후쿠시마 수산물에 대한 우리나라의 수입금지 조치가 정당하다는 최종판결을 내렸다.

    1심을 뒤집은 WTO 상소기구의 패소 판정에 일본은 당황한 모양새다.

    일본 정부는 판정 직후 "패소가 아니"라며 억지를 부리는 것도 모자라 "WTO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며 WTO에 화살을 돌리고 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은 12일 기자회견에서 "WTO 상소기구의 정원이 7명이지만 지금은 겨우 3명"이라며 "위원을 제대로 선임하지 않으면 상소기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는 매우 다급한 상황에 있다"고 말했다.

    판정 인원을 이유로 WTO 상소기구의 정당성 흔들기에 나선 것이다.

    일본 보수 매체에서도 WTO 때리기에 나섰다.

    일본의 대표적인 보수지인 요미우리 신문은 14일 사설에서 "현재 WTO의 분쟁 처리 기능은 저하하고 있다"며 "상소기구의 재건을 포함해 WTO 개혁에 대해 일본은 각국과 연계하면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적었다.

    14일자 요미우리 신문 사설 'WTO 역전패소, 과학적으로 안정성을 계속 설득해야' (사진=요미우리신문 인터넷 캡처)

     


    또 다른 보수지인 산케이 신문 또한 '한국 금수조치에 패소, 무엇을 위한 WTO인가'라는 제목의 사설을 내고 "(WTO 상소기구가) 1심 판정을 취소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에선 WTO에 의한 분쟁 처리의 실효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해왔다"며 자신들에게 패소 판정을 내린 WTO를 비판했다.

    ◆ '내공남불'…내가 이기면 공정, 남이 이기면 불공정

    일본은 지난해 후쿠시마 수산물에 대한 WTO 1심 판정이 나왔을 때도 우리나라에 결과에 승복하라며 목청을 높였다.

    WTO 1심 판정이 나왔던 지난해 2월 사이토 겐(齋藤健) 당시 농림수산상은 "한국은 WTO의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바 있다.

    일본은 불과 4개월 전 브라질을 상대로 한 WTO 상소기구의 판정에 대해선 "의미 있는 판정"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12월 일본 정부는 브라질과의 분쟁에서 WTO 최종 승리 판정을 받자 외무장관 담화를 발표해 "(WTO 상소기구의 결정은) 일본이 중시하는 자유롭고 공정한 다자 무역 체제를 강화하는데 의미 있는 것"이라고 자평했다.

    일본이 이렇게 쌍수들고 환영했던 WTO 판정을 내린 상소기구 인원은 3명. 이번에 우리 손을 들어준 상소기구 인원 또한 3명이다.

    이길 땐 의미 있는 판정을 내리는 곳으로, 졌을 땐 개혁이 필요한 곳이라며 WTO에 대해 일본식 '내로남불'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平成 30년) 12월 14일 일본 외무성에서 발표한 고노 다로 외무성의 담화다. 일본은 당시 브라질과의 분쟁에서 최종 승리 판정을 받자 “의미 있는 판정”이라며 WTO의 판정을 치켜세웠다. (사진=일본 외무성 누리집)

     


    일각에선 WTO 창립 당시 회원국이었던 일본이 WTO 판정에 불복하는 것은 책임 방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본은 WTO의 원년 멤버로서 WTO의 혜택을 누려온 수혜국"이라며 "국제기구의 일원으로서 일본이 책임을 다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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