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한형기자)
수도 서울의 미세먼지를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피해가 따르더라도 효과를 낼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지만 손쉬운 공공부문과 도심지역에만 대책이 집중돼 반쪽대책에 그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미세먼지 가운데 경유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11%수준으로 경유차의 미세먼지 발생 원인별 비중은 석탄화력발전소와 공장매연 등에 이어 4번째다.
그러나, 공장 숫자가 적고 인구가 밀집된 서울경기지역은 사정이 다르다. 경유자동차 배출물질이 23%의 비중으로 난방과 함께, 전체 미세먼지 생성 요인들 가운데 1,2위를 다툰다.
이런 요인에 더해 2019년은 1월부터 미세먼지가 유난히 기승을 부려 시민들의 미세먼지발 질병 발병 우려와 미세먼지로 인한 불편이 최악을 기록했다.
오죽 했으면 박원순 서울시장은 15일 미세먼지대책을 발표하면서 "우리가 마주한 새로운 재난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고 행정구역도 없으며 국경마저 뛰어넘는 것이다"며 "서울시는 그동안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늑장대응보다 과잉대응이 낫다는 생각으로 과감한 정책들을 시행해왔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오랜 준비를 거쳐 내놓은 미세먼지 대책에서도 경유차에 대한 부분이 다수 포함됐다. 대책의 핵심내용은 ▲경유 오토바이 퇴출 ▲경유 마을버스 퇴출 ▲어린이 통학차량 친환경차 확대 ▲경찰버스 분전함 설치 ▲도심지 환경 5등급 차량 통제제한 등이다.
이 가운데 가장 강력한 건 '5등급 차량 운행제한'이다. 4대문 안에 설정된 '녹색교통지역'에 낮시간 동안 5등급 차량 진입을 막겠다는 것이 대책의 요지다. 서울시는 12월부터 대상 차량이 도심으로 진입할 경우 25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녹색교통지역내 5등급 차량은 3천727대이고 매일 유출입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 대수는 2~3만대 수준으로 총 미세먼지 발생량의 15.6%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서울시의 전망이다.
연일 반복되는 미세먼지 재난 속에서 무엇이라도 대책을 마련해야하는 행정기관의 고충이 읽히지만, 올해 1월부터 반복적으로 끼고 있는 미세먼지는 특정지역을 가리지 않고 서울시 전지역에 영향을 끼쳤던 점으로 미뤄 서울시 대책의 범위가 협소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도시 전체를 뒤덮는 미세먼지 발생 유형으로 미뤄볼때 특정지역을 타깃 단속할 경우 경유차량들은 인근 지역으로 동선을 바꿔 운행하게 되고 경유차 배출가스 총량은 줄어들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효과가 큰 5등급 차량 운행제한을 먼저 시행하고 효과를 봐서 4등급 운행 제한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가 과감한 정책 추진에 나서지 못하는 데는 통행제한에 따른 시민반발 우려가 작용했다는 지적도 있다.
사실 경유차량 통행 제한 외에도 서울시가 맘만 먹으면 추진할 수 있는 제도는 많다. 도심지역에 대한 혼잡통행료 부과나 차량 2부제의 전면적인 시행 등 고강도 대책들이 이미 공공부문에서는 도입 시행되고 있지만 시민반발을 우려해 제도도입이 늦춰지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들 정책에 대한 의사결정권이 서울시에 없는 것도 아니다. 서울시는 "차량의 운행제한 방식 결정은 지자체가 하도록 돼 있다"고 밝혔고 "차량 2부제 운행의 민간확대 역시 조례상 근거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국에서 미세먼지 피해가 가장 심한 서울시인데 굳이 타 시도와 보조를 맞춰 대책을 추진하겠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박원순 시장의 "늑장보다는 과잉대응이 낫다"는 발언이 무색할 정도로 서울시의 미세먼지 행정은 조심조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