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실질적 성과를 위한 네 번째 남북정상회담 추진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표면상으로 드러난 북한과 미국의 발언을 살펴볼 때 입장 변화의 기미가 감지되지 않아 '한미→남북→북미' 연쇄 회담으로 비핵화 협상 궤도를 복원시키겠다는 우리 정부의 구상이 그대로 실현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문 대통령, 특사 빠진 남북정상회담 공식화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수석보좌관회의를 통해 "이제 남북 정상회담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추진할 시점"이라며 지난 11일(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에서 밝힌 남북정상회담 추진 계획을 공식화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의 대화를 발전시켜 다음 단계의 실질적 성과를 준비하는 과정으로 들어섰다"며 현 시점에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의 필요성에 공감했고, 김 위원장이 결단할 경우 남북미 3자 정상회담도 가능하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또 김정은 위원장도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북미 대화 재개와 3차 북미정상회담 의사를 밝혔다고 덧붙였다.
특히, 김 위원장이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 공동선언을 철저히 이행함으로써 남북이 함께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며 우리 정부도 같은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문 대통령은 "북한의 형편이 되는 대로 장소와 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남과 북이 마주 앉아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을 넘어서는 진전된 결실을 맺을 방안에 대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논의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제안했다.
다만, 이날 문 대통령의 발언에서 대북 특사 파견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빠져있다. 청와대 고민정 부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관련 발언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른 시일 내 대북 특사 파견은 정상회담에 대한 북한의 의사를 타진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여겨졌지만, 아직 북한과의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시기가 늦춰지는 것으로 보인다.
한 외교소식통은 "한미정상회담 직전까지도 남북 당국 접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했다고 한다"며 "문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제안에 북측과의 사전 공감대가 없었기 때문에 특사 파견 논의도 아직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중앙아시아 순방에서 돌아오는 시점에 맞춰 특사 파견이 추진될 수도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北, 특사는 받겠지만 대화 나설지는 미지수북한 입장에서 문 대통령의 특사는 마다할 이유가 적다.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의 양보를 요구하면서도 공식적으로 미국과의 대화 의지를 밝힌 상황이다. 때문에 협상 상대인 미국의 태도가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변화했는지 여부를 청취할 필요성은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전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북한이 완전한 로드맵을 제출하면 제재 해제를 하는 문제를 오늘 논의할 것인가'를 묻는 질문에 "확실히 논의할 것이고 그것은 오늘 회담에서 아주 주요한 주제"라고 말했다.
한미정상회담에서는 이러한 기조에 기반해 비핵화의 최종상태에 대한 정의나 로드맵, 이행계획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북미가 로드맵에 합의하고 단계마다 의미있는 비핵화 조치와 상응조치를 교환하는 조기 수확(early harvest) 방식의 중재안을 추진하고 있다.
때문에 문 대통령은 대북 특사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한 북한과의 접촉을 통해 이러한 접근법을 설명하는데 주력하고, 정상회담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을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북미가 여전히 서로에게 양보를 요구하며 강경한 입장을 내세우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는 우리측의 설명은 들어보되, 남북정상회담의 실익이 있는지에 대한 판단은 뒤로 미룰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비공개 대북특사 파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박원곤 교수는 "1차적으로 북한이 원하는 것은 남북정상회담보다는 미국이 입장을 바꿔 3차 북미정상회담을 하자는 것"이라며 "북한이 수긍할만한 미국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북한 입장에서는 우리와 정상회담을 할 이유가 없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