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7박8일 일정으로 투르크메니스탄과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3개국 국빈방문을 위해 출국한다.
방문 국가들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야심차게 추진 중인 신(新)북방정책 핵심 국가들인 만큼 에너지·인프라 분야에서의 경제협력 강화와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이들 국가들에 흩어져 있는 항일 운동 흔적찾기 등의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마지막 순방지인 카자흐스탄에서는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과 만나 구(舊)소련 시절 카자흐스탄에 산재돼있던 핵무기 반출 등 비핵화 경험에 대한 의견도 나눌 예정이다.
하지만 비핵화 방법론을 놓고 북미간 의견 조율이 난망한 가운데 떠나는 이번 순방길에 문 대통령의 심정은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미국시간) 취임 후 7번째 한미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핵화 최종목표 포괄적 합의와 단계적 시행'이라는 '굿 이너프 딜'(충분히 좋은 거래)을 시도했지만, 북한 김정은 위원장을 설득할 이렇다할 지렛대를 확보하지 못했다.
정상회담 직후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현지에서 브리핑을 열고 "한미 정상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정착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할 방안에 관하여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비핵화 방법론 도출에는 실패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앞으로 협상의 모멘텀을 유지하면서 가급적 조기에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달성하는 여러가지 방안에 대해서 매우 허심탄회한 협의를 했다"고 언급했지만, '허심탄회한 협의'는 외교가에서 '이견(異見)이 많았다'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전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북한의 형편이 되는 대로 장소와 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남과 북이 마주앉아 두 차례의 북미정상회담을 넘어서는 진전된 결실을 맺을 방안에 대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논의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제안한 것도 남북간 물밑접촉이 지난해와 같지 않다는 점을 자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주 열린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남조선당국이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제정신을 가지고 제가 할 소리는 당당히 하면서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고 압박한 것도 부담이다.
미국의 일괄타결식 비핵화 방법론을 일축한 북한이 자력갱생 경제건설 노선에 집중하고, 또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에 일정 정도 회의적 시각을 견지하면서 4차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대북특사 파견을 당장 수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데 청와대의 고민이 깊어져 가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이번 중앙아시아 순방 기간에도 청와대 안보실을 중심으로 남북정상회담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내며 북측의 호응을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서훈 국정원장과 함께 평양을 두 차례 다녀온 정의용 안보실장은 이번 순방에 동참하지 않고 청와대를 지킨다.
일부에서는 문 대통령이 청와대를 비우는 만큼, 특사 파견보다는 특사 파견을 위한 실무접촉이 다각도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는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유럽순방 때와 마찬가지로 중앙아시아 국가 정상들과의 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정착 등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지지를 요청하면서 단계적 비핵화 방안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북한의 태도변화를 우회적으로 촉구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