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바른미래당 의원.(사진=연합뉴스)
선거제 개편·검찰 개혁 패스트트랙과 4·3 보궐선거 책임론에 대한 바른미래당 내홍이 격화되면서 당내 호남계 의원들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의당과의 공동교섭단체마저 거절하며 바른미래당발 정계개편을 기대하던 민주평화당이지만 정작 당론 수렴은 좀처럼 이루지 못하는 모습이다.
4·3 보선으로 당대표 퇴진 가능성이 제기되던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추석 때까지 당 지지율이 10%에 미치지 못할 경우 사퇴하겠다"며 사퇴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당내 일각에서는 평화당과 함께 손 대표의 퇴진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들은 평화당이 손 대표 퇴진에 힘을 실어주는 조건으로 호남 의원들과 현재 바른미래당 소속이지만 평화당 내에서 활동 중인 비례대표 의원들의 거취를 풀어주자는 의견마저 내고 있다.
한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손 대표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이 매우 좁아졌음에도 자신의 거취를 9월까지 미루려 한다"며 "선거 참패를 책임지는 일도, 패스트트랙 처리 여부를 결정하는 일도 모두 중요한 일인데 지금의 리더십으로는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호남계 의원들의 움직임을 전제로 한 정계개편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지난해 공동교섭단체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 파트너였던 정의당의 제안마저 뿌리친 평화당으로서는 솔깃한 제안이지만 아직까지 뜻을 모으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기존에 평화당 정동영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내 자강파는 명분이 부족한 의원의 당적 이동은 '생존만을 위한 야합'이라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신중한 모습이다.
정 대표는 "총선을 앞두고 선명성을 강화하자는 측면에서 보자면 호남계 의원들의 입당이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국민들의 눈에 '이합집산'으로 보이는 것은 위험하다"고 기존의 평화당 중심의 선 쇄신을 고수했다.
아울러 "바른미래당에서 앞서 거론된 움직임에 진정성을 보이려면 우선 비례대표를 출당시키는 것이 어떠냐"고 조건을 내걸기도 했다.
반면 제3지대론을 주장하며 손 대표의 합류를 촉구해온 박지원 의원 등 정계개편파는 손 대표의 자진 사퇴가 손 대표도 살리고 3지대도 살리는 길이라며 일관된 목소리를 낼 뜻을 확인했다.
평화당 최경환 원내수석부대표는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바른미래당 내에서 그런 움직임이 있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정체성 문제가 해결된다면 중도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향후 바른미래당과의 정책 공조도 더 쉬워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평화당 또 다른 일각에서는 평화당과 바른미래당 내 호남계, 호남계 무소속 의원 등 호남계는 물론 더불어민주당 소속 인사와 보수라고 하더라도 중도 성향을 지닌 바른미래당 내 바른정당계까지 아우르는 '중도 빅텐트'라는 명분을 세우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당 대 당 통합이든, 호남계 의원들의 선 합류든, 각자 탈당 등을 통해 빅텐트로 향하든 우선 내년도 총선에서 살아남고 향후 수권 정당으로의 이미지까지 구축해야만 정계개편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평화당 지도부 관계자는 "결국 호남 의원들의 탈당도, 우리 당의 총선 준비도 명분에 달렸는데 현재 수준의 제3지대론은 충분하지 않은 수준"이라며 "바른미래당 내 바른정당계 중에도 이미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평화당' 조합의 보수 빅텐트를 주장하는 의원이 있는 만큼 빅텐트의 주도권을 쥐려면 확실한 명분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관영 원내대표.(사진=연합뉴스)
다만 평화당의 숙원 중 하나인 선거제 개편을 위한 패스트트랙의 키를 여전히 손 대표가 쥐고 있고, 바른미래당 내에서도 아직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상황에서 평화당이 먼저 손 대표를 흔드는 것은 쉽지 않다.
손 대표와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선거제 개편과 검찰개혁 패스트트랙 추진을 강행할 경우 그 파열음으로 당이 분열이 가속화 될 경우 정계개편이 쉽게 촉발되겠지만, 어떻게든 분당만은 막자는 기류에 힘이 더 실리게 되면 평화당으로서는 취할 카드가 마땅치 않아지기 때문이다.
평화당 관계자는 "호남계가 들어오고 비례대표가 풀리게 된다면 자력으로 20석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매력적인 것은 맞다"면서도 "이 문제는 결국 바른미래당의 당내 문제이고 안철수계, 유승민계 등 당내 계파들의 의견이 어느 정도 일치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