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홍기자의 쏘왓] 박삼구 손 떠난 아시아나, 훨훨 날까?

기업/산업

    [홍기자의 쏘왓] 박삼구 손 떠난 아시아나, 훨훨 날까?

    박삼구 전 회장, 채권단에 초고속 퇴짜 맞고 1주일 만에 '백기 투항'
    25일 600억 규모 회사채 만기→1조원 ABS 조기상환 '유동성 위기 심각'
    정부, '박삼구의 아시아나'는 밑빠진 독에 물 붓기…손 떼라" 입장 명확
    박 전 회장 매각 결정에 아시아나 주가 30%까지 올라…인수전 벌써부터 시작

    ■ 방송 : CBS라디오 <임미현의 아침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임미현 앵커
    ■ 코너 : 홍영선 기자의 <쏘왓(so what)="">

    ◇ 임미현> <홍기자의 쏘왓=""> 입니다. 이 뉴스가 내 경제생활에 어떤 영향을 주는 지 알아보는 시간이죠? 홍영선 기자 나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떤 주제를 가지고 나왔나요?

    ◆ 홍영선> 어제 오늘 가장 뜨거운 이야기,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대한 얘기 가져 왔습니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 그룹 회장이 결국 아시아나항공을 팔았는데요. 금융권과 경영계부터 투자자들 심지어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하는 승객들까지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사안이었는데, 왜 박 전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을 팔 수 밖에 없었는지, 팔리면 앞으로 어떻게 되는건지 한 번 알아봤습니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자료사진

     

    ◇ 임미현> 주말부터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판다는 얘기가 나왔고 어제 결정이 된 거죠?

    ◆ 홍영선> 네 박삼구 전 회장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만나 아시아나항공 매각 의사를 전달하고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수정 자구안을 채권단에 제출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그룹 핵심 자산인 아시아나항공을 팔아서 금호고속과 금호산업 등을 살리고 아시아나항공은 이제 떨어져나가게 되는 거죠.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33.47%를 가진 최대주주이고 금호산업은 금호고속이 45.30% 지분을 가지고 있는데, 또 박 전 회장이 금호고속의 최대주주니까 이 최정점에는 박 전 회장이 있는데 결단을 내린거죠.

    (그래픽=비주얼그래픽 팀)

     

    (그래픽=비주얼그래픽 팀)

     

    ◇ 임미현> 지난 주에 금호그룹이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안이 퇴짜를 맞고 정말 빠른 시일 내 매각으로 방향이 잡혀졌네요?

    ◆ 홍영선> 네 금호그룹은 지난 9일 박 전 회장 일가의 금호고속 지분을 담보로 맡길테니 채권단에 5000억원을 지원해달라는 내용의 자구 계획안을 제출했었는데요. 채권단은 다음날 초고속으로 퇴짜를 놨습니다.

    ◇ 임미현>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을까요?

    ◆ 홍영선> 금호그룹의 자구안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나오는데요. 박 전 회장 오너 일가의 금호고속 지분을 담보로 5000억원을 빌려달라고 했는데, 박 전 회장과 아들의 금호고속 지분 42.7%는 이미 산은에 담보로 잡혀 있었고요. 새로운 담보가 박 전 회장 부인과 딸의 지분 4.8%뿐이었는데요. 시장에선 자산 가치와 앞으로 수익 가치를 고려하면 약 2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봤습니다.

    ◇ 임미현> 그러니까 새롭게 200억원을 맡길테니까 이번에는 기간도 3년으로 늘려서 5000억원을 빌려달라고 한 거네요.

    ◆ 홍영선> 네 이게 시장에서는 꼼수라는 비판을 거세게 받았고요. "내가 200만원 줄테니까 5000만원 좀 빌려주라 못 갚으면 그 200만원 가지고"라는 비아냥도 나왔고요. 산은과 금융당국 등도 당연히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미흡하다며 바로 되돌려 보낸 거죠.

    이때부터 시장에선 금호그룹이 꺼낼 카드가 아시아나항공 매각 밖에는 없다는 이야기가 나왔고요. 아마 팔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습니다.

    ◇ 임미현> 왜죠? 그렇게 금호그룹이 어려웠던 건가요?

    ◆ 홍영선>네 한마디로 박삼구 전회장의 무리한 기업 확장이 발목을 잡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 2006년 6조4000억원에 대우건설을 인수한데 이어 2008년에는 4조1000억원을 투입해 대한통운을 매입했는데, 이른바 승자의 저주에 빠지게 됩니다.

    결국 대우건설을 다시 헐겂에 매각하는 등 이때부터 현금 유동성이 급격하게 악화됐다는 게 정설입니다. 쉽게 말해서 경영을 해야 하는데 돈이 막히는 위험에 처한거죠.

    당장 1차 분수령은 오는 25일이었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이 이때 6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를 맞는데요. 금호그룹이 채권단에 자구안 퇴짜를 맞은 상태라 당장 시장에서 회사채 재발행이 쉽지 않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렇게 회사채 재발행에 실패하면 1조원이 넘는 ABS(자산유동화증권)까지 조기상환해야 하는 처지가 됩니다.

    ◇ 임미현> ABS 용어 자체가 생소한데요. 자세히 설명 좀 해주시겠어요?

    ◆ 홍영선> ABS(Asset Backed Securities)는 기업의 장래 현금 흐름 등을 기초 자산으로 해서 발급하는 채권입니다. 말하자면 미래의 이익을 담보로 현재의 자금을 창출하는 방식이죠. 아시아나항공은 여객이나 화물운송 등으로 인해 예상되는 매출 등을 담보로 ABS를 발행했고요. 그 규모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1조 988억원입니다.

    그런데 이 ABS에는 조기상환 조건이 달려 있는데요.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이 BB+이하로 하락하거나 회사채 유효신용등급이 소멸될 경우 조기상환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아시아나항공이 25일 600억 규모의 회사채 만기 전에 신용등급을 부여한 회사채를 다시 발행해야 하는데 실패할 경우 ABS까지 조기상환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건데요. 당장 1조원이 넘는 돈까지 갚아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거죠.

    이한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입니다.

    "만약에 부도가 나면 ABS같은 경우는 아시아나의 매출액이 발생해도 아시아나에 유입이 되지 않습니다. 바로 원리금 상환으로 들어가서 갚을 때까지 아시아나에는 아예 현금 유입이 안되는 거죠. ABS가 선순위여서요.

    아시아나가 비행기를 띄우면서 버는 돈은 모두 ABS를 갚는데 들어가기 때문에 아시아나는 현금이 마르겠죠. 그럼 인건비 못 주고 영업조차 못하게 되면 ABS도 문제가 생기는 거에요. ABS원리금 상환 제한이 없어지기 때문에 ABS투자자들도 다는 못 받을 수 있는 가능성도 있는데 어디까지나 이건 극단적인 상황이고요. 이걸 막으려고 산은에 5000억원을 달라고 한 거겠죠."

    ◆ 홍영선> 특히 이 문제는 ABS 투자자들에게까지 번져서 자칫 '제2의 동양사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기 때문에 사회 문제로까지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었는데요. 아까 말했듯이 ABS 규모가 1조가 넘는 금액인데 대부분이 개인투자자들이 샀다고 해요. 투자등급이 투기등급 직전이라서 기관투자자보단 고금리 수익을 노린 상호금융이나 개인들이 주로 매입한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금융당국도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투자자 피해를 대비해서 아시아나항공의 ABS 투자 실태를 들여다 보고 있고요.

    김도인 금융감독원 부원장보입니다.

    "일상적으로 신용 관련 문제가 발생하면 조사를 하는데 그런 맥락에서 조사를 했습니다. 각 증권사들이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지 어떻게 팔았는지 상시 모니터링을 하고 그런 자료들도 가지고 있죠. 기관 투자자와 개인 투자자 비율을 금융당국은 알고 있지만 몇명인지 밝히는 건 시장에 불안감을 조성할 수도 있기 때문에 밝힐 수 없습니다.

    이러한 자료는 정책당국들과도 같이 공유하고 있고요. 금호그룹과 채권단과의 자구안 계획 등의 일련의 움직임도 계속해서 주시하고 있습니다."

    ◆ 홍영선> 정부는 이러한 문제 뿐 아니라 우리나라 양대 항공사라고 할 수 있는 대한항공에 이어 아시아나까지 비틀거리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아시아나항공을 그대로 두고만 볼 수도 없는 노릇일텐데요.

    ◇ 임미현> 항공산업과 아시아나 노동자 등 부차적인 요소 등 고려해할 게 많아 보입니다.

    ◆ 홍영선> 그래서 정부는 처음부터 아시아나는 살려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박 전 회장은 손을 떼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습니다. 산업은행이 국책은행으로, 우리 세금도 들어가잖아요? 아시아나를 살리기 위해 세금을 투입할 수는 있어도 '박삼구의 아시아나'는 어차피 밑 빠진 독에 물붓기나 다름 없으니 혈세를 투입할 수 없다는 거죠.

    이건 시장과 여론도 마찬가지입니다. 금호그룹의 자구안이 퇴짜를 맞은 직후 오히려 아시아나항공은 주가가 상승했고요. 어제 또 매각 결정에 가격 제한 폭인 30%까지 가파르게 올랐습니다. 증권업계에서는 계열사 매각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 상승에 반영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SK, 한화, 애경그룹, 호텔신라 등의 유력 인수 후보군도 나오고 있고요.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입니다.

    "다른 기대감 요인 등도 있겠지만 결과론적으로 오너일가 때문에 실망스러운 부분이 컸죠. 현재 대주주인 금호산업 영향 때문에 유동성 위기가 초래가 됐고 이 부분에 대한 영향이 컸기 때문에 오너일가 신뢰에 대한 디스카운트가 컸죠.

    실질적으로 현금 흐름 측면에서 봤을 때 자금 상환이나 문제가 없어야 하는 업체인데 만기 구조를 못 맞춰서 유동성 위기가 커졌으니까요. 또 유동성 위기도 채권단이 금호그룹에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에 불거진거고요. 반대로 놓고 보면 대주주가 바뀐다라고 보면 시장에서 바라보는 대로 플러스 요인이 있는 거죠."

    ◇ 임미현> 아시아나가 박 전 회장의 손을 떠나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승객의 입장에서도 궁금하네요.

    ◆ 홍영선> 지난 해 아시아나 기내식 사태 기억하시죠. 아시아나가 기내식을 준비하지 못한 채 항공기가 이륙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이유는 아시아나가 새롭게 계약한 업체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임시로 계약한 하도급 업체가 제때 기내식을 공급하지 못해 일어난 일이었는데요.

    업계에서는 박 전 회장이 원래 거래하던 기내식 업체에 1600억원 가량을 투자하라고 요청했다가 거부되자 다른 곳으로 급히 바꾸면서 생긴 일이라고 보고, 승객의 안전과 편의는 뒷전으로 하고 기업의 이익 챙기기를 우선한 결과라는 인식이 팽배합니다.

    아시아나가 박 전 회장이 아닌, 오너리스크가 적은 곳에 팔려 안전과 고객 서비스에만 신경쓸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 임미현>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홍영선 기자였습니다.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