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두고 정치권 공방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청와대는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시한(15일)이 지나자 마자 국회에 재송부를 요청했고, 자유한국당은 이 후보자 부부를 부패방지법, 자본시장법 위반, 공무상 비밀누설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 부적절해 보이지만 '결정적 한방'은 없어
이미선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사진=윤창원 기자)
한국당이 여러 혐의로 이 후보자 측을 고발하면서 결국 논란을 일으킨 의혹들은 사법적 판단에 따라 가려지게 됐다. 그럼에도 이 후보자를 둘러싼 공방은 당분간 정치권을 뜨겁게 달굴 것으로 보인다.
보수 야당들이 이 후보자를 계속 추궁하는 건 주식 논란으로 낙마한 이유정 전 헌법재판관과 판박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 전 후보자는 '가짜 백수오' 논란이 일었던 회사 내츄럴엔도텍의 내부정보를 이용한 주식 매매를 통해 수억원대 차익을 봤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이 전 후보자는 내츄럴엔도텍에 대한 불리한 정부 조사 결과가 나온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미리 주식을 팔아 8100만 원의 손실을 피했다는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미선 후보자 역시 보유한 주식과 간접적으로 연관된 사건을 맡았고, 이 후보자 남편(오충진 변호사) 역시 관련회사의 특허소송을 맡아 내부 정보를 얻었을 것이란 의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보수 야당의 의혹 제기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우선 이 후보자가 맡은 소송은 본인이 소유한 이테크건설과 직접 관련있는 게 아니고 보험 회사 간 손해배상을 다툰 민사재판이어서 이테크건설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게 여권의 주장이다.
여권은 또 오 변호사가 거래정지 2주 전 삼광글라스 주식 2700주를 팔았지만, 이미 계열사인 군장에너지에 대한 상장설이 시장에 퍼진 상황에서 시세차익을 낼 시점에 팔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오 변호사는 CBS 김현정 뉴스쇼에 출연해 "2007년부터 이테크건설 등 주식에 투자했지만 5억 원가량 손해를 봤다"고 했다
일반 주식 투자자들의 매매 패턴에서 보면 크게 벗어난 게 없다는 것이다.
여야는 이후에도 이 후보자의 재판에서 특정회사(삼성화재)가 패소하면서 이테크건설에 구상권을 청구할수 있는지 여부를 놓고 법리싸움까지 벌이고 있다.
아직까지는 이 후보자의 불법 행위라고 단정할 만한 구체적인 정황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 후보자가 주식을 전량 매각한 후 정의당은 '데스노트'에서 이 후보자의 이름을 삭제했고, 민주평화당도 기류가 바뀌고 있다.
◇ 그럼, 최정호는 3주택이 불법이라 낙마?
(사진=연합뉴스)
'불법은 없었다'는 이유로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 강행이 수순으로 읽히지만, 그럼에도 몇가지 의문이 남는다.
인사청문회에서는 사실상 주식 논란만 따져봤지, 이 후보자가 헌법재판관으로 자질을 갖췄는지는 거의 논의되지 않았다.
이 후보자는 주식 문제에 대해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않아 여당 의원들도 답답함을 토로했다. 여당 안에서도 "'40대, 여성, 지방대'를 상징하는 이 후보자지만 청문회에서 보여준 모습은 '왜 이후보자를 꼭 임명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주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 후보자의 판사시절에 대해선 긍정적인 세평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청문회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에 대해선 높은 점주를 주는 여권 인사도 거의 없다.
아울러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 강행은 다른 후보자와 비교했을 때 적지 않은 온도차이를 보인다. 문재인 정부들어 8명의 고위 공직자가 낙마했지만, 불법 행위가 직접적인 이유가 된 사례는 드물다.
위장 전입, 논문 표절 등 청문회 '단골메뉴'에 걸려도 청문보고서가 채택되거나 임명이 강행 된 적이 있다. 결국 '국민정서법'이 크게 작용했다고 보는 게 맞다.
3주택 보유와 꼼수 증여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최정호 국토부장관 후보자가 대표적이다.
최 후보자는 부동산 가격 안정을 책임진 주부장관으로 잠실, 세종 등 요지에 여러채를 보유했다는 점이 국민정서와 거리가 있었다.
청문회를 앞두고 부랴부랴 딸에게 증여를 하고, 그집에 월세로 산 점이 여론을 더욱 악화시켰다.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역시 아들의 호화 유학 논란과 외유성 해외 출장에 대한 거짓 해명이 결정타였다.
이 후보자 역시 불법을 없었다손 치더라도 과도한 주식 보유와 이해 충돌 문제에 대한 감수성이 떨어진 게 아니냐는 게 평가가 많다.
이 후보자 측과 여당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뭔가 찜찜하다는 게 많은 국민들의 공통된 느낌일 것이다. 여론조사에서도 호의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이 이 때문이다.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 강행 배경에는 청와대에서 다른 고민이 있기 때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 후보자의 낙마여부는 인사 검증 책임자인 조국 민정수석과 정국 주도권에 직접 영향을 줄 사안이 돼 버렸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이 후보자에 대해 큰 문제가 없다고 하면서도 "(인사 시스템을) 국민 정서에 맞도록 그런 측면도 보완하는 게 좋지 않은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한 것도 지금의 인사 검증이 미흡하다는 뜻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