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청소년들의 보편적인 건강권을 위해 이들에게 생리대를 무료로 지급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지난 2016년 저소득층 청소년들이 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 학교를 결석하거나 신발 깔창을 생리대 대용으로 썼다는 사연이 언론을 통해 소개되면서 사회적 이슈가 된 지 3년 만이다.
참여연대, 여성환경연대 등 시민단체와 정의당 서울시당 등은 16일 오전 권수정 서울시의원 주관으로 열린 '여성청소년 생리대 보편지급 정책을 위한 토론회'에서 이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이들이 내세우는 근거는 이른바 '보편적 건강권'이다. 여성환경연대 이안소영 사무처장은 "저소득층 중심의 선별적 복지는 그것이 무료급식이든, 생리대든 낙인과 차별을 낳게 된다"며 "거주환경이나 소득, 장애 등에 관계없이 누구나 안전하게 월경을 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독자적인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청소년들에겐 생리대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게 첫 번째 근거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한국의 생리대 가격은 개당 평균 331원 정도로 OECD 36개국 중 가장 높았다. 다른 선진국의 경우 덴마크 156원, 일본과 미국은 181원 등으로 한국보다 현저히 낮았다.
가격 부담과 함께 선별적 지원 정책이 저소득층 청소년에게 사회적 낙인이 된다는 비판도 나왔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김경희 간사는 "지난 2016년 보건복지부는 저소득층 여성이 (보건소 등을) 직접 방문해 생리대를 찾아가라는 지침을 냈다"면서 "청소년기가 예민한 때라는 것을 고려하지 못한 지침이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원 업무를 하는 강동구청 교육청소년과 구정훈 주무관도 "생리대를 받으러 와서 사무실에서 쭈뼛거리거나, 입구에 앉은 직원에게 말끝을 흐리는 많은 여성 청소년들을 봤었다"며 "직접 신청하러 오는 것도 부끄러워하는 청소년들의 경우 보호자나 친척 등이 신청하러 오는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해결책으로 서울시가 모든 여성 청소년들에게 생리대를 무상지급하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실제로 경기도 여주시는 지난달 관내의 모든 만 11세 이상 18세 이하 여성 청소년에게 생리용품 이용권을 지원하는 조례를 통과시킨 사례로 토론회에서 언급되기도 했다.
정의당 서울시당 오현주 부위원장은 "재정자립도가 30%가 안 되는 여주시도 이같이 했는데, 여주시보다 세 배 높은 서울시에서 못 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 경우 매년 400억여원의 예산이 소요되리라는 게 오 부위원장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