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불펜에서 선발 전환한 올 시즌 벌써 2승째를 거둔 키움 우완 안우진.(사진=키움)
6억 팔의 재능이 비로소 꽃을 피우려 하고 있다.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 비록 출발은 조금 늦었지만 엄청난 잠재력은 어디 가지 않았다. 대한민국을 대표할 우완 에이스가 힘차게 날개를 펼치려고 한다.
키움의 20살 선발 안우진이다. 지난해 가을야구에서 필승 불펜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데 이어 올해는 선발 투수로 변신,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다.
안우진은 16일 경북 포항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 리그 삼성과 원정에 선발 등판해 7이닝 6탈삼진 2피안타 1볼넷 무실점 역투를 선보였다. 팀이 거둔 4 대 0 완승의 일등공신이었다.
투구수 109개 중 최고 구속은 152km를 찍었다. 7회도 150km를 넘나들 만큼 힘이 있었다. 삼성 타선은 안우진의 힘있는 속구와 날카로운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변화구에 2루까지 가지도 못했다. 안우진은 3회 2사에서 4년 연속 도루왕 박해민을 견제구로 잡아내는 모습도 보였다.
개인 1경기 최장 이닝과 최다 투구수다. 안우진은 지난 10일 kt전 6⅔이닝을 넘어 7회까지 소화했고, 지난 3일 NC전 103개를 넘어 6개의 공을 더 던졌다. 시즌을 치르면서 성장하고 있는 모양새다.
경기 후 장정석 키움 감독은 "안우진이 선발 투수로 7회까지 던져줘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며 칭찬했다. 지난 10일 kt전까지 두 경기 연속 무실점 쾌투로 2승째(1패)를 따낸 안우진은 "매 경기 1회씩 생각하고 6이닝 3실점이면 잘한 거니까 편안하게 1회 1실점씩 3번만 하면 되니까 생각한 게 도움이 됐다"고 호투의 비결을 설명했다.
사실 올 시즌 출발은 좋지 못했다. 안우진은 지난달 28일 두산과 시즌 첫 등판에서 5이닝 2탈삼진 6피안타 5볼넷 4실점했다. 안우진은 "볼넷을 내주며 스스로 무너진 거라 생각한다"면서 "처음부터 공격적으로 볼넷을 줄이면 좋은 경기 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키움 안우진은 빠른 템포에도 부드러운 투구 동작으로 상대에게 압박감을 준다는 평가다.(사진=키움)
하지만 이후 점점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3일 NC전에서 안우진은 비록 졌지만 6⅓이닝 8탈삼진 10피안타(2홈런) 5실점(3자책)으로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 이상의 투구를 펼쳤다. 안우진은 "볼넷을 안 주는 게 대량실점을 안 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점점 선발 투수로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안우진은 "선발로 던지다 보니 힘이 들 때도 있고, 그런 가운데서도 강하게 던져야 될 상황이 있다"면서 "그걸 구분하면서 신중하게 던지고 있고 적응도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불펜으로 뛰었는데 계속 대기해야 하는 자리"라면서 "선발은 처음부터 준비해 좋은 것 같고, 나만의 루틴을 만들고 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안우진은 휘문고 시절 폭행 사건에 연루돼 지난해 신인 시절 5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5월 뒤늦게 1군 무대를 밟았지만 20경기 2승 4패 1홀드 평균자책점(ERA) 7.19에 그쳤다. '국보급 투수' 선동열 전 국가대표팀 감독 이후 최고의 재능이라는 기대를 받고 계약금 6억 원을 받고 입단했지만 아쉬움이 남았다.
그런 시련을 겪어서인지 성숙한 면모도 엿보인다. 안우진은 이날 1회 1점, 4회 1점 등 타선 지원이 쉽지 않았던 데 대해 "항상 0 대 0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지고 있어도 10점 차로 이기고 있어도 0 대 0이라고 생각하기에 전혀 힘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10년차 정도 여유가 보인다는 말에 대해서도 "매 경기 항상 긴장은 되고 그게 정상"이라면서 "최대한 내 공을 던질 수 있게 만들어야 하고 공 1개를 던지면 긴장이 풀린다고 말했다.
최원태(22), 이승호(20) 등 동료 영건들의 활약도 자극을 준다. 최원태는 2017년 11승에 이어지난해 13승을 거뒀고 올해도 4경기 2승 ERA 1.64의 호성적이다. 이승호도 4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에 1승 ERA 3.46이다. 안우진은 "형들이 내 앞에서 너무 잘 던져 부담이 됐다"고 웃으면서도 "남이랑 비교하는 것보다는 내 목표가 있으니 조급해하지 않고 목표만 이루면 되니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형들과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고 확실히 시너지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요즘은 커브에 맛을 들였다. 안우진은 "백도어 슬라이더도 큰 효과가 있지만 아직 어렵다"면서 "최근에는 슬라이더보다 커브의 느낌이 좋고, 분석팀에서도 회전수 등 좋다고 하니까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을 대표할 우완 에이스로 성장이 기대된다는 말에 안우진은 일단 "이제 올 시즌 4경기만 치렀다"면서 "그렇게 되려면 몇 년 연속 잘 해야 될 거 같은데 아직은 빠르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이어 "승리를 많이 하면 좋겠지맘 목 매지 않고 목표한 대로 아프지 않고 꾸준히 한다면 10승을 꼭 이루고 싶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하지만 가슴 속에 불타는 투지는 있다. 현재 팀에서 5선발인 안우진은 "몇 년 동안 꾸준히 잘 하면 나중에는 1선발로도 뛰고 싶다"면서 "그런 욕심은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