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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위 "'낙동강 살인사건'은 고문 의한 허위자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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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사위 "'낙동강 살인사건'은 고문 의한 허위자백"

    "경찰 물고문하고 검찰은 기록 검토 안 해 부실수사"
    공소시효 만료로 재수사는 어려워

    정한중 검찰 과거사위원회 위원장 대행(사진=연합뉴스)

     

    과거 인권침해 의혹 등을 규명하는 검찰 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가 1990년 발생한 '낙동강변 살인사건'에 대해 경찰의 고문에 의한 허위자백과 검찰의 부실수사가 있었다고 결론내렸다.

    17일 법무부에 따르면 과거사위는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으로부터 해당 사건에 대한 조사결과를 보고받고 지난 8일 이같이 심의했다.

    낙동강변 살인사건은 1990년 1월 부산 사상구 낙동강 갈대숲에서 30대 여성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단서가 없어 수사에 난항을 겪던 경찰은 이듬해 11월 경찰관을 사칭해 금품을 빼앗은 용의자 2명을 검거해 살인자로 지목, 검찰에 송치했다.

    범인으로 지목된 최인철씨와 장동익씨는 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2013년 모범수로 감형돼 출소했지만 이후 "경찰 수사 과정에서 고문을 받아 허위자백을 했다"며 무죄를 주장해왔다.

    조사를 권고받은 조사단은 최·장씨가 경찰 수사 과정에서 물고문 등 가혹해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최·장씨는 당시 경찰이 이들을 쇠파이프로 고정해 책상 등 사이에 거꾸로 매달아 놓고 코에 물을 붓는 등 가혹행위를 했다고 주장해왔다. 최씨는 고문에 사용된 도구와 당시 경찰의 행위 등에 대해 매우 구체적으로 진술해왔다.

    또 이들은 조사를 받던 형사계 사무실이 아니라 이례적으로 별관 강력반 사무실까지 끌려가 고문을 당했다는 점과, 사무실의 구체적인 위치및 일부 구조의 변경 부분까지 지적했다.

    최·장씨는 첫 허위자백 이후에도 이후 현장검증 등이 있을때 조서내용을 변경하기 위해 수차례 물고문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경찰은 이 과정에서 현장검증이 이틀에 걸쳐 이뤄졌음에도 마치 하루에 마친것처럼 검증조서를 허위로 작성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부산 사하경찰서 유치장의 같은 방에서 수용됐던 수감자들은 "최씨 등의 손목이나 발목이 붓고 피부가 까져 있어 경찰에 요청해 안티푸라민을 발라줬다"는 등 구체적인 진술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전문가들은 최씨가 고문 과정에서 이빨과 팔 부위에 부상을 입었다는 주장에 대해 "고문으로 인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학적 소견을 밝혔다.

    조사단은 1992년 8월에도 부산 사하경찰서에서 허위자백을 강요당한 사례를 조사해 비슷한 방식의 물고문이 이뤄진 점을 확인했다. 고문 상황에서 '자백할 경우 손가락을 까딱거려라'고 지시한 내용까지 일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단은 당시 부산 사하경찰서가 강력범죄 전과가 없는 최·장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있지도 않은 가공의 특수강도 사건을 만들어냈을 수 있다고 봤다.

    해당 특수강도 사건은 '낙동강 살인사건'이 발생하기 한달 전 경찰관 한모씨가 낙동강변에서 괴한 2명에 의해 현금을 뺏기고 트렁크에 감금됐다는 내용이다.

    조사단은 한씨의 법정증언 등 진술이 계속 바뀌고 앞뒤가 맞지 않는 등 모순된 점에 주목했다. 한씨 차량의 주인에 대한 진술이 사실과 다르고, 당시 출고된 차량 트렁크에는 비상탈출 장치가 없었다는 것이다.

    또 초동수사를 했다는 부산 북부경찰서는 사건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한 데 반해 사하경찰서 수사 과정에서는 새로 등장하는 내용이 다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단은 경찰뿐만 아니라 검찰 수사도 부실했다고 결론내렸다.

    최·장씨가 검찰 수사과정에서 기존 진술을 번복하고 가혹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당시 검찰이 기록검토를 충분히 하지 않고 재판에 넘겼다는 것이다.

    조사단은 또 당시 부검소견 등 기록 검토를 면밀히 했다면 피해 여성이 최씨로부터 강제로 성관계를 당했다고 단정할 수 없고, 당시 '레베르시신경병증'이라는 희귀질병을 앓던 장씨 시력으로는 해당 범행을 저지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밖에 범행 당시 최씨는 대구에 있는 처가에 방문했다는 관련 진술조서가 있음에도 경찰이 이를 고의로 누락한 정황도 확인했다. 심지어 신체가 불편해 초등학교 2학년 정도 어휘를 구사하는 최씨 처남을 폭행하고 강제로 조서에 무인하게 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과거사위는 조사단의 해당 조사내용을 보고받은 뒤 △자백을 번복할 경우 이를 검증할 수 있는 기준과 절차 마련 △강력사건의 경우 중요증거물을 보존 혹은 공소시효 만료까지 보전하는 방안 마련 △장애인 등의 경우 신뢰관계인을 조사에 동석 △수사 기록관리 절차를 위반한 검사 등에 대한 징계절차 마련 등을 권고했다.

    다만 과거사위는 이 사건에 대해 공소시효 만료 등을 이유로 검찰에 재수사 권고는 하지 않았다. 이 사건은 문재인 대통령이 과거 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 직접 변호를 맡기도 해 관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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