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지역 어린이들에게 전달할 신발 1만 켤레를 기부받은 부산의 한 해외의료봉사단체 그린닥터스가 최근 북·미관계가 경색되면서 전달처를 찾지 못해 수개월째 신발을 창고에만 보관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여름 기부신발을 분류하고 있는 봉사자 모습. (사진=그린닥터스 제공)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로 북·미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지자, 지난해부터 조금씩 열을 올리기 시작한 민간부문의 남북교류 사업도 경색국면에 접어들어 각종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북한에서 개성공단 폐쇄 직전까지 남북협력병원을 운영한 부산지역 해외의료봉사단체 '그린닥터스'는 지난달 북한을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현재 이 계획은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지난해 4월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자, 그린닥터스는 남북협력병원을 재개장하기 위해 대북 접촉선을 가동시켜 방북을 추진해왔다.
북측 해외동포관련 기관으로부터 초청장을 받아 북한을 방문하기로 한 그린닥터스는 지난 1월 최종 참가자 명단과 프로필까지 북측에 전달하며, 방북 날짜만 조율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북측기관으로부터 '당분간은 방북은 물론 남북 협력 사업도 힘들게 됐다'는 소식이 대북라인을 통해 전해져 왔다.
그린닥터스 정근 이사장은 "남북협력병원을 재개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50여차례 관련 의료진, 전문가들과 함께 세미나를 열고 방북을 추진해왔다"면서 "하지만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사실상 방북이 확정된 일정이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힘이 많이 빠지는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부산의 한 신발유통업체가 신발 1만 켤레를 개성 어린이들에게 전달하려고 기부에 나섰지만, 북한 내 전달처를 찾지 못해 몇 달째 새 신발을 창고에 묵혀두고 있다.
북한에서 개성공단 폐쇄 직전까지 남북협력병원을 운영한 부산지역 해외의료봉사단체 '그린닥터스'는 지난달 북한을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북미관계가 경색되면서 현재 이 계획은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사진=그린닥터스 제공)
익명을 요구하는 남북협력 민간단체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판문점 회담 이후 적극적인 남북 교류 의지를 보여 온 북측 민간기구들이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연락조차 되지 않는 상황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이승희 총회장이 이달 말 묘목심기 사업을 위해 방북하기로 한 일정까지 보류되자 북한 당국이 상대적으로 통제를 덜 한 의료 ·종교 영역의 민간교류까지 제재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오고 있다.
국내 민간단체들은 제3의 국적을 지닌 대북 접촉라인을 동원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북측과의 교류를 시도하고는 있지만, 또다시 냉각기로 접어든 남북관계가 특별한 정치적 변수 없이는 회복하기 힘들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