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고난주간을 맞아 ‘아픈 역사, 연대와 희망’이란 주제로 우리 역사 속 ‘고난의 현장’을 순례했습니다.
민족의 아픈 역사가 치유되어야만 새로운 미래, 부활의 역사를 이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경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한 세기 역사 속에서 우리 민족은 씻을 수 없는 상처들을 겪었고, 그 상처는 아직 온전히 치유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고난의 현장 순례’는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을 찾아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들이 겪었던 역사를 기억하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광복 7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일제가 행한 만행은 위안부 피해자들에겐 고난의 흔적으로 남아있습니다.
일제로부터 해방된 이후에도 역사의 고난은 이어졌습니다.
대전 산내 골령골 학살지.
1950년 7월, 대전 형무소 재소자들과 대전, 충청 일원의 보도연맹원 등 7천여명이 이곳에서 군인과 경찰에 의해 집단학살당했습니다.
[녹취]
(임재근 / 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교육연구팀장)
“이곳에서 눈여겨 볼 것은 빨간 동그라미 안에 있는 탄피입니다. 유해발굴을 하다보면 이렇게 탄두가 나오는 경우는 흔히 볼 수 있어요. 왜냐면 총살을 당했기 때문에 총을 맞고 죽었기 때문에 탄두가 발견되는 건 당연한 일인데, 탄피가 유해 옆에서 발견됐다는 것은 확인사살 또는 근접사살의 증거들이죠.”
이적 가능성이 있는 인적자원을 사전에 제거하기 위한 ‘예방학살’이 자행된 겁니다.
전쟁 상황이라지만 정부가 국민을 적으로 간주해 집단학살을 가했다는 사실은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았습니다.
[녹취]
(나핵집 목사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이 땅 위에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나님께서 인도해주시고, 인간의 생명을 향해서 다른 생명을 저주하고 미워하고 희생시키는 일이 온전히 끝장이 날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도와주시길 원합니다.”
한국전쟁 중 미군이 민간인을 학살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1950년 7월 26일 미국 제1기병사단 제7기병연대 예하 부대는 노근리 경부선 철로 위에 피난민들을 모아 놓고 기관총을 발사한 데 이어, 생존자들을 철로 아래 굴다리로 몰아넣고 사흘동안 무차별 사격을 가했습니다.
[녹취]
(양해찬 / 노근리유족회 회장)
“(10살 때) 양쪽 손에 한쪽에 어머니 한족에 누님 손을 잡고 찌르니까 가야죠. 못있죠 거기에. 칼로 찌르면서 자꾸 치니까. 그래서 제일 늦게 오면서 제가 목격하고 본 것이 죽어있는 시신들입니다.”
미국 측은 미군의 만행을 계속 부인했으나 생존자들의 끈질긴 노력과 언론 보도를 통해 당시 상급부대가 보낸 명령서에 피난민을 적으로 취급하라고 지시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고난순례는 광주로 이어졌습니다.
1980년 5월 18일. 전두환 보안사령관을 비롯한 신군부 세력은 민주 정부 수립과 계엄령 철폐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던 광주시민들을 폭력적으로 진압했습니다.
사망자 163명, 행방불명자 166명, 부상 뒤 숨진 사람이 101명, 부상자 2,139명 등 수많은 시민이 희생됐습니다.
[녹취]
(장헌권 목사 / 광주NCC 인권위원장)
“(故 문용동 전도사는) 상무대교회에서 예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할아버지가) 공수부대에 의해서 구타를 당하고 여러 가지 공수부대의 만행을 보고, 이분이 도무지 참을 수가 없어서. 이분은 그동안 운동권에 있는 분도 아니고 순수하게 신학도로서 주님의 사랑의 정신, 공의와 정의의 (정신으로 항쟁에 참여했습니다).”
교회협의회가 고난주간에 아픈 역사의 현장을 찾은 건 역사의 고난을 치유하지 않고는 우리 민족에게 진정한 부활의 역사가 찾아올 수 없다는 생각에섭니다.
[인터뷰]
(이홍정 목사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3.1운동 1백년을 맞아 우리 근현대사의 고난의 기억의 현장들을 찾았습니다. 고난받는 사람들 가운데 예수 그리스도 부활의 역사적 현존이 가장 명백하게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역사의 부활이었습니다. 우리 근현대사의 부활을 위해서 고난받는 기억의 상처들을 치유하고 화해하지 않는 한 우리는 이 역사적 부활을 완성할 수 없을 것입니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우리 민족이 겪은 고난을 마주하면서 아픈 역사를 치유하기 위한 교회의 역할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CBS뉴스 최경배입니다.
(영상취재 / 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