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전유성 (개그맨)
◇ 김현정> 우리 코미디의 역사, 파격의 상징, 천재 개그맨. 코미디언들 사부의 사부. 바로...
◆ 전유성> 굉장히 쑥스러운 표현이에요. (웃음)
◇ 김현정> 벌써 나오시면 안 돼요. (웃음) 이렇게 불현듯 튀어나오시는 분. 예상이 안 되는 분. 그래서 재미있는 분. 오늘 개그맨 전유성 씨를 모셨습니다. 특유의 아주 무심하고 심드렁한 표정으로 느릿느릿하게 말씀하세요. 그런데 그런 묘한 표정으로 한평생 사람들을 웃겨 온...
◆ 전유성> (웃음) 그렇게 웃기는 사람들 옆에서 받쳐주는 걸 오래했을 뿐이지 저 자체가 웃기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덜 웃겼어요, 다른 사람들보다.
◇ 김현정> 선생님, 그냥 그러면. (웃음) 제가 원래 라디오는 리드라는 게 준비가 돼 있고 인사를 하기 마련인데 역시나 전유성 씨는 파격적이신 분이네요.
◆ 전유성> 제가 긴장해서 그런 것 같아요.
◇ 김현정> 제가 인사를 건네기도 전에 그냥 쑥 들어오시는 개그맨 전유성 씨. 안녕하세요?
◆ 전유성> 안녕하세요.
◇ 김현정> 반갑습니다. 영광입니다.
◆ 전유성> 네, 영광입니다.
◇ 김현정> 하하하하! 오늘 전유성 씨를 일단 모신 이유는 뭐냐 하면, 여러분, 어떻게 시사 뉴스쇼에 전유성 씨가 오시게 됐느냐. 올해가 데뷔 50주년이신데 개그맨으로서는 아주 이례적이죠. 전국 투어 콘서트를 지금 준비 중에 계세요.
◆ 전유성> 사실은 그 50주년이 됐다라는 얘기도 저는 제 스스로가 모르고 있었어요.
◇ 김현정> 그러셨어요?
데뷔 50주년 공연 앞둔 전유성
◆ 전유성> 저랑 같이 일하고 있는 친구가 50주년 됐는데 뭐 기념 콘서트 같은 거 해야 되지 않겠어요? 이렇게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그거 뭐 하니, 그냥 넘어가지 뭐 그리고. 그래도 우리 뭐 해야죠 그래서 그래? 애매하게 대답을 하고 사실은 어디 여행을 가서 책을 한 권 써볼까 하고 한 20일을 갔다 왔더니 이미 준비가 됐더라고요. 막 대관을 해놓고 그래서 그때서부터 스트레스 받으면서 이거 하지 말자 그랬더니, 이거 안 하면 큰일 납니다. 대관료 다 날리게 생겼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끌려서...
◇ 김현정> 제가 되게 멋있게 공연 설명을 드리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이 끌려서라고 이렇게 솔직하게 말씀하시니까 제가 당황스럽네요. (웃음)
◆ 전유성> 사실이 그렇습니다.
◇ 김현정> 여러분, 이렇게 저랑 지금 몇 분 대화한 소개에서도 좀 느껴지시죠? 전유성 씨는 예측 불가고요. 그래서 재미있는 사람이고 그래서 진솔한 가운데 웃음을 만들어내는 그런 개그맨이신데. 전유성 선생님, 사실은 제가 사전 조사를 쭉 해 보니까 식상한 건 딱 질색이다, 이런 말씀을 하셨던데 오늘 제가 준비한 질문은 좀 식상해가지고 걱정이네요.
◆ 전유성> 그냥 하세요.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 (웃음)
◇ 김현정> 그럼 식상한 질문 첫 질문. 올해가 데뷔 50년. 그럼 몇 살부터 시작하신 거예요?
◆ 전유성> 약 20살 때부터 했어요.
◇ 김현정> 20살 때?
◆ 전유성> 그러다 보니까 50년이 됐어요.
◇ 김현정> 그러면 연세가 어떻게 되시는지가 짐작이...
◆ 전유성> 70입니다, 70. 그래서 50주년 됐다는 것도 제가 잘 몰랐어요. 혹시 언제 기회가 되시면 저희 집에 한번 오시면 얼마나 정리를 안 하고 사는가를 보실 수 있을 텐데 집 정리도 안 하는데 내가 40주년이 됐다, 50주년이 됐다. 그거 잘 못 챙기거든요. 그래서 등 떠밀려서 50주년이 됐구나. 이렇게 생각을 했죠.
◇ 김현정> 등 떠밀려서든 어쨌든 50주년이란 이야기를 듣는 순간에 소감은 어떠셨어요, 느낌?
◆ 전유성> 아, 50주년. 50살 때만 해도 환갑은 안 될 줄 알았어요, 저는.
◇ 김현정> 나는 안 늙을 줄 알았는데?
◆ 전유성> 어느 날 보니까 환갑이 지나고 또 환갑 지난 후배들, 60이 넘은 후배들한테 야자 반말을 하고. ‘야 너 몇이냐’ 그러니까 63이래요. 63한테 ‘야, 너 몇 살이냐’ 하는 나이가 어느 틈에 돼 있더라고요. 그래서 기준을 60이면 다 먹은 걸로 치자. 그래서 얼마 전에 이홍렬 씨 몇 년 전에. 또 전영록 씨. 최근에는 이문세 씨까지 60이 넘었어요.
◇ 김현정> 맞아요.
◆ 전유성> 그래서 60 넘은 사람들은 다 나랑 맞먹고 살자. 40년 형 소리 들었으면 됐지. 뭐 더 이상 아직도 형이냐, 선배냐.
◇ 김현정> 친구로 지내자 하셨어요?
◆ 전유성> 내가 친구로 지내자고 그랬어요.
◇ 김현정> (웃음) 50년 전 20살 때 처음은 개그맨으로 시작하신 게 아니라면서요, 전유성 씨?
◆ 전유성> 저도 오늘 CBS 와서 보니까 1961년도에 플라이보이 곽규석 선생님이 퀴즈쇼를 여기서 하셨다는 흑백 사진이 있더라고요.
◇ 김현정> 사진 보셨군요, 복도에.
◆ 전유성> 그 분 원고 쓰는 일로 시작을 했어요.
◇ 김현정> 곽규석 씨 플라이보이의 원고. 그럼 작가셨네요?
◆ 전유성> 뭐 작가라는 것도 아니고. 제가 텔레비전 연기자가 되고 싶어서 탤런트 시험을 보러 가서 4번 떨어지고.
◇ 김현정> 탤런트 시험이요?
◆ 전유성> 네.
◇ 김현정> 저 그 얘기는 처음 듣는데. 탤런트가 되고 싶으셨어요?
◆ 전유성> 원래 영화배우 그런 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었는데요. 할 때마다 떨어지더라고요.
◇ 김현정> 예를 들면 로맨스 같은 거 찍고 싶으셨다던가?
◆ 전유성> 그때는 그랬어요. 그런데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녹음을 한 제 목소리를 들었어요. 그랬더니 너무너무 이상한 거예요. 콧소리가 나고 느리고 억양도 이상하고. 그래서 청춘물 주인공은 안 되겠구나. 이런 생각하고 있었죠.
◇ 김현정> (웃음) 그래서 작가를?
◆ 전유성> 그래서 제가 찾아가서 선생님 원고 누가 쓰십니까 그랬더니 선생님이 직접 쓰신다고 그래서 제가 써가지고 오면 안 될까요? 그게 말 걸기 위해서 했던 거였는데 그 약속을 제가 지키고 써가지고 가게 된 게 곽규석 선생님이랑 같이 시작을 하게 된 계기가 됐죠.
◇ 김현정> 그리고, 전유성 씨 하면 제일 많은 분들이 기억하는 프로그램이 '전유성을 웃겨라' 저희 스태프들하고도 아까 잠깐 얘기하니까 다들 그 프로그램을 가장 기억하시더라고요.
MBC 캡처
◆ 전유성> 사실은 그게 많이 한 게 아니고 한 3번 했고요. 그게 좀 반발심에서 만든 프로그램이었는데 그때. 코미디가 저질이다라는 얘기를 참 많이 했었어요.
◇ 김현정> 그때가 90년대 중후반 그때쯤 됐었죠.
◆ 전유성> 그런 얘기들을 하도 많이 하고 그래서 그렇다면 너네들이 그럼 나를 한번 웃겨봐라, 일반인들.
◇ 김현정> 아, 일반인들에게?
◆ 전유성> 그래서 사실은 통기타 살롱에서, 명동에 있는 통기타 살롱에서 내 출연료를 걸겠다. 그때 출연료 150만 원을 받았는데 하루에 5만 원씩 보태서. 그러면 웃겨봐라. 3분 동안에 나를 웃기면 내 출연료를 걸겠다 해서 그걸 한 3개월 했어요.
◇ 김현정> 그렇게 시작이 된 겁니까? 하도 저질, 저질 하니까 ‘그럼 나를 웃겨보시오,’ 여러분들이?
◆ 전유성> 저질 아닌 걸로 한번 웃겨봐라.
◇ 김현정> 저질 아닌 걸로 웃겨보시오.
◆ 전유성> 그랬더니 그때 그걸 본 PD가 방송에서도 한번 해보자 그래서 했던 게 '전유성을 웃겨라'였습니다.
◇ 김현정> 그래서 좋은 친구들이라는 프로그램 안의 코너로 '전유성을 웃겨라'가 시작됐었던. 그럼 지금껏 제일 전유성 씨를 웃겼던 사람은 누구예요?
◆ 전유성> 그때 나와서 했던 친구 중에 지금 활동하고 있는 친구가 박준형 씨.
◇ 김현정> 갈갈이. 무 가시는 분? (웃음)
◆ 전유성> 네. 그분이 웃겼어요. (웃음) 아이디어도 너무 좋았고 그래서 제가 웃었던 경우가 있고. 또 한 분은 연습을 하고 나왔는데 고무장갑을 손에 끼었거든요. 그런데 고무장갑을 끼고 연습을 안 했던 것 같아요. 고무장갑을 벗기는데 잘 안 벗겨지는 거예요. 저건 연습 안 한 거잖아요. 그때 이 사람이 너무 당황할 때 그때 제가 저도 모르게 퍽 웃어가지고 크게 웃었던 적이 한번 있었죠.
개그맨 전유성
◇ 김현정> 전유성 씨 하면 워낙 안 웃는 그 무표정한 얼굴이 익숙하신데... 지금 유튜브로도 많이들 보고 계십니다마는 그 얼굴이 딱 떠오르는데 지금 저랑 얘기하시면서는 꽤 웃으시는데요, 그래도? (웃음)
◆ 전유성> 사실은 제가 연기를 그렇게 썩 잘 하지를 못하니까 표정이 많이 무뚝뚝했어요.
◇ 김현정> 예전에?
◆ 전유성> 그러니까 선배들이 전부 다 웃으라고.
◇ 김현정> 무대에 올라가서 웃으라고.
◆ 전유성> 희극하는 사람이 왜 그렇게 웃지를 않느냐고. 그래서 여러 명한테 물어봤더니 전부 다 그렇게 하라고 해서 그때 역시 반발심으로 그렇다면 내가 안 웃는 모습을 보여주는 코미디언이 되는 건 어떨까 생각을 했었어요.
◇ 김현정> 역발상이네요, 그야말로.
◆ 전유성> 그래서 끝까지 안 웃었는데 (웃음) 제가 평상시에는 잘 웃거든요. 그래서 많이 맞았어요. 아주머니들, 용감한 아주머니들 있잖아요. 길거리 지나가다 제가 웃는 걸 보면 등짝을 한 대 딱 때리면서 ‘웃잖아! 전유성 씨도 웃네!’ 그러면서 이렇게 진짜 참 여러 번 많이 맞았어요.
◇ 김현정> (웃음) 아이고, 웃네 이러면서.
◆ 전유성> 네. 느닷없이 깜짝 놀라죠.
◇ 김현정> 오늘도 보니까 꽤 웃으세요, 전유성 씨. 재미있습니다. 개그맨 전유성 씨. 올해로 데뷔 50주년 맞은. 개그맨이라는 용어를 처음 만든 사람도 전유성 선생님이시라고 들었어요.
◆ 전유성> 그것도 '0시의 다이얼'이라는 프로그램이 예전에 심야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동아방송에. 윤형주 씨가 진행을 했고 제가 개인 스크립터를 했었어요. 공개 방송을 6개월에 한 번씩 했었는데 통기타 가수들만 계속 나오니까 좀 재미있는 얘기하는 코너를 하나 만들자 그래서 제가 개그 스테이지라고 해서 나가서 했었어요.
◇ 김현정> 그때는 작가 시절에.
◆ 전유성> 네. 그런데 출연을 제가 하러 가면 윤형주 씨가 소개할 때 개그스타 전유성입니다. 이렇게 소개를 하는데 지금은 본인 스스로가 자기를 올리기 위해서 스타입니다. 이렇게도 얘기하는데 내가 직접 나가서 개그스타 전유성입니다 하기에는 사실 이상하더라고요. 그래서 공개 방송이 끝나고 생방송을 하러 갔을 때. 그러니까 그건 녹음이었으니까. 조금 이상하다고 그랬더니 그때 영어 선생님으로 계시던 신동훈 선생님이 개그 하는 사람이니까 개그맨이라고 하지 그래. 그래서 그때부터 개그맨이란 말을 썼죠.
◇ 김현정> 개그라는 단어는 있었지만 여러분 개그맨이라는 건 없었거든요. 전유성 씨가 쓰기 시작한 게 시초입니다. 지금은 누구나 개그맨, 개그맨 이런 말을 많이 쓰는데. 50주년, 웃기는 생활 50년을 하신 분이니까 이 질문은 당연히 드려야 될 것 같아요. 전유성 씨한테 웃음이란 뭡니까? 개그란 뭡니까? 철학.
◆ 전유성> 철학은 없고요. 즐거움을 주는 조미료 같은 거라고 생각을 하죠.
◇ 김현정> 조미료요?
◆ 전유성> 그래서 시사 프로그램에서 제가 꼭 하고 싶은 얘기는 정치하시는 분들이 누굴 뽑겠냐고 저한테 많이 물어봤어요, 전에는.
◇ 김현정> 누구 뽑겠냐고?
◆ 전유성> 그러면 유머가 있는 정치인을 뽑겠다고 저는 반드시 그랬었어요.
◇ 김현정> 왜요?
◆ 전유성> 당을 떠나서. 정치하는 사람들도 유머가 좀 있어야 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고 있고.
◇ 김현정> 삶의 조미료같이 편안함, 여유로움.
◆ 전유성> 요즘에는 유머가 있으신 분들이 많이 생겨났어요.
◇ 김현정> 맞아요, 맞아요.
◆ 전유성> 그리고 또 가끔씩 어이없는 말씀을 하시면 ‘코미디 같다.’ 그러는데 사실은 그건 코미디라는 용어를 잘못 쓰는 게 아닌가 생각을 해요. 코미디라는 건 기본적으로 즐거움과 웃음을 줘야 되는데 즐거움과 웃음을 주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코미디 같다라고 하시더라고요.
◇ 김현정> 갑자기 그 생각이 나네요. 정치권에서 어이없는 상황 생기면 코미디 한다 이러는데... 그때마다 코미디언들, 개그맨들 굉장히 기분 나쁘시겠어요?
◆ 전유성> 그렇죠. 저는 그래요. 아니, 웃음을 줘야 되는데 불쾌감을 주는데 왜 코미디한다 그럴까.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 김현정> 그럴 수도 있겠네요. 50년 세월 한결같이 개그맨의 길을 걸어오신 전유성 씨. 이제 50주년 콘서트도 하고 앞으로도 계속 개그맨으로 사실 거잖아요.
◆ 전유성> 사실은 제가 서울을 떠나서 시골로 갈 적에는 연예인 안 하고 싶었어요, 이제. 그런데 가서 살다 보니까 연예인이더라고요, 제가. 남들이 볼 때는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 김현정> 본인은 아니라고 해도?
◆ 전유성>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됐더라고요. 그런데 사실 연예인으로 사는 게 굉장히 좀 불편할 때도 많고 혜택도 많이 보기는 하죠. 그런데 40대 이상은 알아보는데 20-30대 또 중고등학생들은 몰라보기 시작하니까 그 시선에서 자유로워져서 좋다라고 생각을 했었죠. 저는 뒷일, 무대 뒷일. 공연 기획일 이런 일들을 할까 합니다.
◇ 김현정> 꿈꾸고 계시죠. 자 그 이야기들 이어서 잠시 후 이어지는 저희 유튜브 댓꿀쇼에서 조금 더 풀어주실 수 있으신가요?
◆ 전유성> 네.
◇ 김현정> 그럼 본방송은 여기서 일단 인사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전유성> 네. 감사합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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