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가 22일 오전 국회에서 하태경, 권은희, 이준석 최고위원이 불참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패스트트랙 강행 논란으로 극심한 내분에 빠진 바른미래당은 22일 최고위원 다수의 불참 속에서도 지도부 회의를 이어갔다.
손학규 대표는 "당의 내홍이 계속되고 있다. 당 대표로서 당원과 국민께 송구스럽다. 대표직에 연연하지 않는다"면서도 "조속히 당무를 정상화해서 총선 대비체제로 당을 이끌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대표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음을 재확인한 발언이다. 손 대표는 "한쪽에선 한국당과 보수통합을 해서 민주당과 일대일로 맞서야한다는 분이 있다. 그걸 손학규가 막고 있으니 손이 내려와야 한다는 것이다"라며 4‧3 보궐선거 참패 직후 제기된 사퇴 요구의 실제 배경에 보수통합론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아울러 손 대표가 언급한 '당무의 정상화'는 당내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최고위원회의 붕괴를 막겠다는 얘기다. 최고위를 보이콧하고 있는 일부 최고위원들의 공석을 매우기 위해 2명의 최고위원을 지명하겠다는 말이기도 하다.
현재 바른미래당 최고위는 총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손 대표를 비롯해 하태경‧권은희(바른정당 출신)‧이준석 최고위원, 김수민 청년최고위원 등이 선출직이고, 김관영 원내대표‧권은희(국민의당 출신) 정책위의장 등은 당연직이다.
그간 하‧권‧이 등 바른정당계 최고위원들은 소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며 회의 참석을 거부하고 있다. 그런데 이날 권은희 정책위의장도 불참했다. 이날 회의엔 참석한 최고위 구성원은 손 대표와 김 원내대표, 김수민 청년최고위원 등 3명뿐이었다.
바른미래당 최고위의 최대 정원과 의결 정족수는 9명, '9분의 5'로 돼 있다. 하‧권‧이 최고위원에 이어 권 정책위의장까지 보이콧 대열에 합류하면 현재 '7분의 4'로 돼 있는 의결 정족수에 미달된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손 대표 입장에선 '7분의 3'으로 불리한 현재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자기 측에 동의해줄 2명을 더 선임해 '9분의 5'의 회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때문에 이동섭‧임재훈 의원 등을 추가 임명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당사자들의 동의를 아직 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 대표는 이날 권 정책위의장의 불참 이유가 지병(다래끼)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당내에선 현 지도부의 의사 결정 방식에 대한 불만이 실제 이유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강행을 위한 정개특위 및 사대특위 위원 사임 및 보임이 배경에 있다는 것이다. 지난주말 국회 사무처에서 바른미래당 사무처로 "특위 위원 사‧보임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이 접수되면서 사‧보임이 단행될 것이란 소문이 당내에 돌았다.
사‧보임 이유는 연동형 비례제와 공수처 신설,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의 안건이 묶여 있는 패스트트랙 협상에서 지도에 비해 미온적인 입장으로 판단되는 위원들을 강제로 교체하겠다는 것이다. 권 정책위의장은 바른미래당 소속 사개특위 위원이다.
이와 관련, 사‧보임 권한을 갖고 있는 김관영 원내대표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그런(사‧보임) 얘기가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는데, 그런 일은 없다"고 일축했다. "이미 사개특위 위원으로 2명이 임무를 성실히 완수해주고 있다"고도 말했다.
한편 유럽에 체류 중인 안철수 전 의원과 최근 사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 이태규 의원은 "손 대표가 새로운 비전과 대안을 제시해서 당의 공감대를 만들든지, 그게 아니면 결단을 내리든, 전당원 재신임을 묻든지, 정도를 걷는 것이 좋다"며 손 대표의 사퇴를 재차 촉구했다.
이 의원은 또 "손 대표가 '나는 사퇴할 뜻이 없다' 이렇게 말씀을 하시는데, (그래서) 전직 대표 분들이 내가 나서겠다, 이렇게 말씀하기가 어려운 것"이라고도 했다. 안 전 의원과 유승민 전 대표가 다시 당의 전면에 나서라는 요구가 당내 있으며, 그것을 위해 손 대표가 길을 비켜줘양 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