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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세원 뜻 잊은 한국…"나도 조현병포비아?"

보건/의료

    임세원 뜻 잊은 한국…"나도 조현병포비아?"

    • 2019-04-22 14:10

    심신미약 여부 결정되지 않았는데도 일단 신상공개?
    모호한 신상공개기준..조현병 혐오 조장하기도
    조현병 환자 중 강력범죄자 비율 0.1%..전체인구의 1/5수준
    강제입원 후 스스로 목숨 끊는 환자도...진정한 치료는 불가능한가?

    CBS 라디오 '굿모닝뉴스 이강민입니다'

    ■ 방 송 : FM 98. 1 (06:05~06:55)
    ■ 방송일 : 2019년 4월 22일 (월요일)
    ■ 진 행 : 이강민 앵커
    ■ 출 연 : 이재호 기자 (한겨레21)

     


    ◇ 이강민> 굿모닝뉴스의 사회팀장, 한겨레21의 이재호기자. 어서오세요. 

    ◆ 이재호> 네, 안녕하세요.
     
    ◇ 이강민> 오늘 어떤 발제는 준비해오셨어요? 

    ◆ 이재호> 진주 아파트 방화 살인사건과 관련해서 “낙인과 편견으로 조현병 범죄 막을 수 없다”라는 주제를 준비해왔습니다.
     
    ◇ 이강민> 얼마전 진주에서 있었던 끔찍했던 사건에 대해 이야기 하는 거군요. 간단하게 사건을 짚어볼까요?
     
    ◆ 이재호> 지난주 4월17일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에서 안모 씨가 불을 지르고 화재를 피해 뛰쳐나오는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5명을 숨지게 하고 13명이 부상 당하는 끔찍한 사건이었습니다. 우선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명복을 빌고, 부상자들은 치료를 잘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 이강민> 어제 희생자 다섯분 가운데 한 분의 발인이 있기도 했죠. 그런데 이재호 기자가 방금 안씨라고 했는데 경찰이 신상을 공개하지 않았나요?

    ◆ 이재호> 네 그렇긴 합니다. 그런데 제가 경찰의 신상공개 방침에 동의할 수 없기 때문에 실명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안씨의 경우에는 편집증적 조현병을 중증으로 앓고 있었는데요 2011년 1월께부터 2016년 7월께까지 진주 한 정신병원에서 68차례 조현병으로 진료를 받은 것으로 조사가 됐어요. 문제는 조현병 환자인 범죄자에 대한 경찰의 신상공개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겁니다. 2016년 굉장히 큰 충격을 줬던 강남역 살인사건 범인은 조현병이라는 이유로 신상공개를 안했었고요. 
     
    ◇ 이강민> 조현병 환자인 범죄자에 대한 경찰의 신상공개 기준이 불명확하다? 좀 더 설명해주신다면요.  
     
    ◆ 이재호> 결국 이것 역시 오늘의 주제와 연관이 있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신상공개와 관련해 경찰청은 세부기준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는데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피의자의 얼굴공개를 신중히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긴 했었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똑같은 조현병이라고해도 오락가락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지금 신상공개를 결정하는 방법을 간단히 짚고 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 이강민> 신상공개를 결정하는 절차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 이재호>  현재 지방경찰청의 신상공개위원회 심사를 거치도록 하고 있고 여기에 민간인 전문가도 참여하도록 했습니다. 예전에는  위원회가 경찰서 단위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까 경찰서장의 성향과 생각에 따라 결정이 좌지우지 된다는 평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이것을 지방청 단위에서 판단하고, 판단할 때에도 경찰관만 참석하는 것이 아니고 소위말해서 전문가에 해당하는 정신과 의사나 여성단체 대표라든가 이렇게 민간인이 함께 참석을 하게 했고 그런 점에서는 진일보했다고 생각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공개 기준이 상당히 추상적인 개념으로 규정되어 있어요. 공개 요건이 크게 네 가지인데 흉악범에 해당해야 한다,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공익에 부합해야 한다, 신중하고 공평해야 한다, 피의자가 청소년이 아니어야 한다 이런 것입니다. 근데 그 개념들이 구체적이지 않기 때문에 여론의 향방이나, 경찰의 판단이 충분히 들어갈 여지가 여전히 남아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 이강민> 또 범인의 심신장애 요인도 중요해 보이던데요?

    ◆ 이재호>  안 씨의 경우 사전 계획성이 짙지 않느냐, 이를 두고 심신장애로 보기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있는데요. 그런데 좀 조심스럽습니다. 조현병과 범죄 관련성을 범행 계획 여부로 판단하지 않아야 한다는 해외논문도 나오고 있거든요. 따라서, 아직 심신장애인지 아닌지 여부가 판단되지 않은 상황에서 신상공개를 결정한 것에 대한 것에서 결국 정신질환자와 우리 사회의 안전에 대한 경찰의 고민 다소 얕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왜냐하면 이런 결정들이 결국은 조현병 환자는 잠재적 범죄자, 무조건 위험한 사람, 격리해야 되는 사람이라는 사회적 인식과 낙인을 확산시키는데 많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사진=연합뉴스)

     


    ◇ 이강민> 좀 더 보면.. 정확히 조현병이란 뭔가요?
     
    ◆ 이재호> 정신분열병이라고도 하는데 사고, 감정, 지각, 행동 등에 걸쳐 광범위하게 이상 증상을 일으키는 질환인데, 발병 원인을 아직 우리 의학이 규명하지 못한 상태라 두려움이 큰데요. 전세계적으로 평생 유병률이 1%에 이르는 비교적 흔한 정신질환이기도 합니다. 보건복지부 건보공단 자료로 밝힌 내용 보면 우리나라 조현병 진료 인원은 10만명 이르거든요. 게다가 전문가들은 진료 받지 않는 환자까지 포함하면 50만명에 이를 것으로 봅니다. 
     
    ◇ 이강민> 50만명? 굉장히 많네요. 환자가 소수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요.
     
    ◆ 이재호>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조현병 환자들이 숨어있다는 의미입니다. 그 외에도 많은 오해가 있습니다. 정신질환자라고 하면 잠재적 범죄자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잘못입니다. 정신질환자는 일반인 보다 범죄율이 현격하게 낮고 조현병도 예외가 아닙니다.
     
    ◇ 이강민> 일반인보다 범죄율이 낮다? 사실인가요? 얼핏 떠올려봐도 조현병 환자가 범죄를 저지른 잔혹한 사건들이 제법 떠오르거든요.
     
    ◆ 이재호>  범행이 잔혹하다보니까 보도량이 굉장히 많았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왜곡된 인식도 있을 수 있는데요. 통계를 보면요, 대검찰청의 2017년 범죄분석에 따르면 정신질환자 가운데 범죄를 저지른 비율은 0.136% 입니다. 반면 같은 기간에 발생한 전체 인구의 범죄율은 3.93%로 28.9배 높았다. 특히 살인, 강도 등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비율은 정신장애인이 0.014%로 전체 강력범죄율 0.065%를 크게 못 미치는 상황입니다.

    ◇ 이강민> 사실.. 조현병도 치료를 잘 받으면 긍정적인 케이스가 있지 않나요?

    ◆ 이재호> 이것을 마음의 감기라고도 하는데요. 조현병은 치료를 잘 받으면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정상생활을 하고 잘 지낼 수 있는 병입니다. 노벨상 수상자 중에도 있는데요 유명한 경제학자 존 내시라고요, 영화 뷰티풀 마인드로 알려진.
     
    ◇ 이강민> 아.. 그렇군요. 그런데 안씨는 범행 이전에 상당기간 치료를 받지 않은 걸로 밝혀졌던데요, 왜 치료를 안받은 걸까요?
     
    ◆ 이재호>  최근 2년 9개월 동안 진료 받은 기록이 없는 걸로 밝혀졌죠. 이 사이에 증상이 악화돼 참혹한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이고요. 그런데 정신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사회로 나오면 지속적으로 진료 받고 관리해야 하는데 환자들이 치료를 꺼리는 경우 많습니다. 취재를 해보면 이 분들이 정신병원에 강제입원해서 치료 받을 때 굉장히 큰 트라우마를 안고 나오는 경우 많습니다. 병원에서 폭력 경험하는 경우도 많지만 잘 보도되진 않죠. 그런 것 때문에 강제입원을 시킨 가족들에 대한 원망 가지는 경우도 많고요.

    실제 퇴원환자 10만명 당 110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한편으론 병원 내에서 이뤄지는 치료가 진정한 의미의 ‘치료’였는지 되물어 볼 필요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정신병원 혹은 지역 사회에 있는 정신보건센터의 치료 관리 환경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건데요. 정신보건센터는 전국에 300여개가 안될 정도로 적습니다. 게다가 인력과 예산이 너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 이강민> 일반적으로 조현병 환자는 그냥 격리하는게 최선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말씀을 들어보니 지금같은 여건에서 단순히 격리하는 것만이 최선의 방법이 아니란 생각이 드는군요.
     
    ◆ 이재호> 조현병 환자만 50만명 가량으로 추산된다고 했는데요 이 분들을 다 격리시키긴 힘들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한국은 현재도 OECD 가입국 중에서 정신질환자의 장기입원 비중이 가장 큰 국가에 속합니다. 그런데 세계적으로 정신보건의 트렌드는 병원에서 환자를 내보내고, 지역사회에서 잘 치료 받으며 살아가게 하는 겁니다. 최근에 미국도 장기 정신질환자 입원율을 낮추려고 노력하고 있고 공식적으로 전국에 정신병원 폐쇄병동을 모두 문을 닫은 이탈리아도 있습니다.
     
    ◇ 이강민> 근데 속칭 ‘안인득 방지법’ 이라는 법안이 지난 19일에 발의됐다고 하는데 그 내용 알고 계세요?

    ◆ 이재호>  경찰이 현장에서 정신질환자를 입원시킬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골자인데요, 전혀 낯선 내용은 아닙니다. 임세원 교수님이 작년에 돌아가셨을때도 사법부가 판단해서 입원을 시키자, 즉 사법입원이라는 개념을 답은 법안들이 발의됐지만 아직 통과되진 못했습니다. 반발이 심하기 때문입니다. 선진국에서는 판사나 사법부가 결정을 하는데 그 전제는 장기입원을 많이 시키지 않는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요. 지금같은 경우에 사법입원을 도입하면 지금의 시스템을 고착화한다는 우려가 나올 수 있는 부분입니다.

    ◇ 이강민> 끝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씀 있으실까요?
     
    ◆ 이재호>  이런 사건이 생기면 조현병 환자에 대한 사회적 두려움이 매우 커집니다. 일각에서는 사형시키라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하지만 정신질환자가 낙인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달라고 했던 임세원 교수가 숨진지 5개월도 채 되지 않아 일어난 일이고 故 임교수의 뜻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절대 형사정책만으로 예방할 수 없고 보건, 의료, 복지.. 우리 사회 전체가 머리 맞대야 하는 문제입니다.

    우리나라 전체 국민의 10명 중 3명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고 합니다. 굉장히 많은 숫자인데 우리 가족이나 친척 중에 한명씩은 있다는 의미라고도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고령인구에서 우울증같은 정신질환 유병률 높다는 보고도 있는데요. 앞으로 우리 역시 정신질환을 앓게 될 수 있다는 것.. 더욱 깊이 고민하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접근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 이강민> 네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불필요한 선입견을 버리고 본질적인 문제를 바라보는 노력이 필요해보이네요. 지금까지 한겨레21 이재호기자였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재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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