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4당이 29일 패스트트랙을 극적으로 지정함에 따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은 바른미래당의 별도안(권은희 의원 대표발의)과 여야4당 합의안(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 대표발의) 두개가 패스트트랙 열차에 올랐다.
바른미래당과 민주당은 '두 법안의 취지가 같다'며 협상의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두 안을 뜯어보면 수사대상, 인사권, 기소권 등 여러 차이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사개특위에서 합의가 된다면 1개의 공수처 법안이 본회의까지 직행할 수 있다. 하지만 줄다리기가 계속되는 최악의 경우 2개의 공수처 법안이 동시에 본회의에 상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권은희안 vs 백혜련안…수사대상‧인사권한‧기소권 등 차이
(사진=연합뉴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29일 '권은희안'을 여야4당 합의안과 함께 패스트트랙에 태우자는 제안을 내놨다. 자당 소속 사개특위 위원인 오신환·권은희 의원에 대한 무리한 사보임으로 비판에 직면하자 새로운 카드를 낸 셈이다.
극한 대치 속에 사보임 논란까지 겹쳐 패스트트랙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민주당은 '돌파구'를 찾고자 이 안을 전격 수용했다. 고심하던 민주평화당도 찬성 결론을 내렸다. 이후 여야4당은 한국당의 거센 반발을 뚫고 정개특위와 사개특위를 열어 패스트트랙 지정에 성공했다.
이로써 사개특위에서 의결되는 패스트트랙에는 '권은희안'과 '백혜련안'이 동시에 상정된다.
국회법82조2항에 따르면 '위원회가 신속처리대상안건에 대한 대안(代案)을 입안한 경우 그 대안을 신속처리대상안건으로 본다'고 돼 있다. 패스트트랙에 같은 법안이 동시에 올라온다면, 특위에서 하나의 합의안을 도출해 패스트트랙에 태울 수 있다는 뜻이다.
바른미래당과 민주당은 "법안의 근본적 차이는 없다"는 입장이다. 합의안 도출에 자신감을 보이는 셈이다.
하지만 권은희안과 백혜련안은 세부적으로 따져보면 여러 차이점이 있어 협상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법안 명칭은 권 의원안은 '고위공직자부패수사처법안', 백 의원안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안'으로 약간 다르다.
내용면에서는 수사대상 범위에 차이를 보이고 있다. 백혜련안은 현직, 퇴직 후 2년 내 고위공직자로 제한한 반면 권은희안은 재직 및 퇴직 명시 없이 고위공직자로 규정해 범위를 넓혔다.
(사진=연합뉴스)
수사대상 범죄에서도 백혜련안은 '고위공직자범죄'로 규정했지만, 권은희안은 '부패범죄'로 좁혔다. 부패 범죄에 초점을 맞추고, 부작용이 있는 별건 범죄 수사를 방지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범죄 영역이 한정돼 있다는 반론도 있다.
권은희안은 또 백혜련안에 포함되지 않은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을 포함시켰다.
인사 권한에 있어선 백혜련안은 수사처 검사를 처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게 했다. 반면 권은희안은 수사처 검사를 처장이 임명토록 했다.
공수처장 추천위원회는 백혜련안과 권은희안이 법무장관, 행정처장, 변협회장, 여당 추천 2명, 야당 추천 2명으로 동일하다. 다만 처장 임명에 있어 권은희안은 인사청문에서 '국회 동의'를 추가했다.
핵심이 되는 기소권은 판사와 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부여하는 것은 동일하다. 하지만 권은희안에선 '기소심의위원회'이라는 제한 장치를 뒀다. 위원회는 만 20세 이상의 국민 중 심사를 거쳐 7~9명을 처장이 위촉한다. 기소권한을 국민에게 준다는 취지다.
◇ 합의 안되면 두 법안 본회의 상정 가능성도합의안이 끝내 도출되지 못한다면 사개특위에서는 두개의 법안을 그대로 법제사법위원회로 보낼 수도 있다. 법사위에서도 합의를 못 이룬다면 두개의 법안이 나란히 본회의에 상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회법상 동일한 법안일 경우 한개의 법안을 표결해야 한다는 조항은 없다. 본회의 심사기한인 60일 내로 합의를 못 마치면 두개의 공수처 법안을 표결해야 하는 것이다.
국회 의사과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두개 법안이 동시에 본회의에 올라오는 것은 불가능 한건 아니다"리며 "본회의 심사 60일 동안 각각이 충돌하지 않도록 부의 시기나 이런 부분들은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