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4당이 합의한 검·경 수사권 조정안(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29일 결국 패스트트랙에 오르자 경찰은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특히 경찰에게 1차적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이 인정되고, 검사의 경찰에 대한 수사 지휘권은 사실상 폐지한다는 법안 핵심 내용과 관련해 경찰은 "'수사권·기소권 분리'라는 큰 방향으로 나아가는 첫 걸음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찰청 관계자는 "검찰과 경찰의 관계가 '협력 관계'로 설정됐다는 게 가장 큰 의미"라며 이 같이 밝혔다. 아울러 "수사권 조정은 국민의 70%가 찬성하고 초당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만큼, 입법으로 완성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경찰 수사과정에서 검찰이 부당하게 개입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게 줄었다는 호평이다.
같은 맥락에서 경찰은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를 견제할 수 있도록 한 장치에도 주목하고 있다. 법안에 따르면 검찰은 기소나 영장청구를 위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고, 경찰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이행하도록 규정했다.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보완수사를 거부할 수 있다는 뜻도 된다.
이와 관련 경찰청 관계자는 "(정당한 거부는) 당연하게 이뤄졌어야 하는 것"이라며 "이 역시 검사가 일방적으로 지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요구'를 하고, 경찰은 받아들일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협력 관계로 나아가는 의미로 본다"고 했다.
다만 법안은 경찰이 정당한 이유 없이 보완수사 요구를 따르지 않을 경우 검찰도 해당 경찰에 대한 징계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때문에 '정당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정할지에 대해서는 향후 첨예한 쟁점이 될 전망이다.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피신조서)의 증거 능력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법안이 마련된 점도 경찰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대목이다. 피신조서란 검사 또는 경찰관이 피의자를 신문해 얻은 진술을 적어놓은 조서다.
지금까지 경찰의 피신조서는 법정에서 진술 당사자가 부인하면 증거로 쓸 수 없었던 반면, 검찰의 조서는 부인을 하더라도 믿을 수 있는 상황에서 진술이 이뤄졌다면 증거 능력을 인정해왔다.
때문에 검찰이 피의자의 자백 진술을 받아내는 데 매달리게 되고, 이에 따르는 부작용도 크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검사의 영장청구권은 헌법에 규정돼 있어 사실상 그대로 유지되는 점 등은 경찰 입장에서는 아쉬운 부분이다. 다만 경찰은 고등검찰청에 영장심의위원회를 두도록 법안에 명시된 점을 검사의 영장청구권에 대한 견제 장치로 꼽고 있다.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검찰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법원에 청구하지 않을 경우 경찰이 해당 심의위를 통해 문제제기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한편 경찰청 관계자는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함께 패스트트랙에 오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에 대해서도 "검찰 개혁의 측면에서 찬성한다"고 밝혔다. 다만 공수처에 대한 견제, 인적구성 등은 난제로 남아있다는 평가도 내부에서 교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