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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탁구 스타 탄생?' 안재현에 취할 때인가



스포츠일반

    '韓 탁구 스타 탄생?' 안재현에 취할 때인가

    '너 없었으면 어쩔...' 한국 탁구 대표팀 막내 안재현이 2019 세계선수권대회를 마치고 4월 30일 귀국해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의 유일한 메달인 단식 동메달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인천공항=연합뉴스)

     

    2019 세계탁구선수권대회(개인전)에 나섰던 한국 국가대표 선수단이 4월 30일 귀국했다. 이번 대회는 헝가리 부다페스트 헝엑스포에서 지난달 20일부터 예선, 22일부터 본선이 시작돼 138개 국가 600여 명 선수들이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로 펼쳐졌다.

    한국 선수단은 이번 대회 동메달 1개를 따냈다. 대표팀 20살 막내 안재현(삼성생명)이 남자 단식에서 값진 메달을 선수단에 안겼다. 한국 탁구 사상 최초로 첫 세계선수권 출전에서 메달을 따내는 역사를 썼다. 한국 남자 단식 최연소 메달이기도 하다.

    안재현의 메달은 세계 탁구계에도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대회 전까지 세계 랭킹 157위였던 안재현은 단식 본선 128강 배정을 받지 못해 예선부터 치렀다. 그러나 정상급 선수들을 잇따라 격파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1회전에서 안재현은 세계 14위 웡춘팅(홍콩)을 4 대 0으로 완파했다. 국제탁구연맹(ITTF)는 "본선 첫째 날 틀림없는 가장 큰 충격"이라고 전했다. 32강전에서 29위 다니엘 하베손(오스트리아)을 넘은 안재현은 16강전에서도 돌풍을 이으며 16살 일본의 천재이자 4위 하리모토 도모카즈를 펑펑 울렸다.

    안재현은 8강에서 10위이자 대표팀 선배 장우진(미래에셋대우)에 풀세트 끝에 3 대 4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새 역사를 완성했다. 비록 4강전에서 16위 마티아스 팔크(스웨덴)에 풀 세트 끝에 졌지만 한국 탁구는 새로운 스타 탄생을 이뤄냈다.

    하지만 안재현을 빼면 이번 대회는 엄밀히 따져 실패에 가까웠다. 간판급 선수들의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안재현이 아니었다면 초유의 노 메달 대회가 될 뻔했다. 내년 부산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단체전)과 2020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무거운 과제를 안았다.

    2019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선수권대회(개인전)에 참가했던 한국 탁구 선수단이 4월 30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 기념촬영하고 있다.(인천공항=연합뉴스)

     

    남자 대표팀은 나름 선전했다. 맏형 이상수(삼성생명), 정영식(미래에셋대우)에 장우진, 안재현까지 4명이나 단식 16강에 올랐다. 세계선수권에서 16강에 4명이 오른 것은 최초였다.

    그러나 고비를 넘지 못했다. 이상수는 마티아스, 정영식은 린가오위안(중국)에 덜미를 잡혔다. 특히 세계 6위인 이상수가 마티아스에 진 패배가 뼈아팠다. 지난 2017년 뒤셀도르프 대회 동메달을 따낸 이상수는 사상 첫 2회 연속 메달이 무산됐다.

    복식도 마찬가지. 역시 지난 대회 동메달을 따낸 이상수-정영식은 8강에서, 장우진-박강현(삼성생명)은 16강에서 마룽-왕추친(중국)을 넘지 못했다. 물론 마룽-왕추친은 이번 대회 우승을 이루긴 했지만 아쉬움이 남는 부분.

    여자팀은 2017년 대회까지 2회 연속 노 메달에 머물렀다. 단식에서는 32살 대표팀 최고참 서효원(한국마사회)이 16강에 오른 게 최고였다. 세계 11위 서효원은 1위 딩닝(중국)에 막혔다. 중국에서 귀화한 전지희(포스코에너지)도 첫 세계선수권 개인전을 32강에서 만족해야 했다. 복식조들도 조기에 대회를 접었다.

    사실 이번 대회는 준비 과정부터 아쉬움이 남았다. 올해 초 도쿄올림픽까지 이끌 남녀 국가대표 감독을 공모했지만 선임이 다소 늦어졌다. 김택수 미래에셋대우, 유남규 삼성생명 감독이 남녀 사령탑에 단일 후보로 지원한 모양새가 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추가 공모를 통해 2월 말 선임했으나 결국 김, 유 감독 체제가 됐다.

    결국 대표 선발전 최종일을 하루 앞두고 감독이 선임된 것. 대표 선수 선발 과정에서 감독의 의견이 반영될 시간이 부족했다. 물론 태극마크는 대표 선발전 성적을 통해 달게 된다. 그러나 복식의 경우 전략적으로 추가 발탁도 가능하지만 이번에는 남녀 5명씩만 뽑혔다.

    남자 복식 장우진-임종훈(KGC인삼공사)이 그렇다. 둘은 그동안 꾸준히 호흡을 맞춰 지난해 왕중왕격인 ITTF 그랜드 파이널스와 코리아오픈 우승을 차지하는 등 강호들과 겨룰 기량을 갖추게 됐다.

    하지만 임종훈이 대표 선발전에서 떨어졌다. 장우진은 박강현과 부랴부랴 짝을 이뤄 복식에 나서게 됐지만 역시 시간이 부족했다. 김택수 감독은 "사령탑 선임이 늦어져 임종훈의 추가 발탁을 요청하지 못했다"고 했고, 대한탁구협회는 "원칙 대로 선발할 수밖에 없었고, 감독의 요청이 이뤄질 상황도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한국 탁구 대표팀 장우진(왼쪽)과 안재현이 2019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단식 8강전을 마친 뒤 함께 포즈를 취한 모습.(부다페스트=대한탁구협회)

     

    여자팀은 더 심각하다.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가운데 출전을 강행하거나 선발전에 나서지 못해 역시 오래 호흡을 맞췄던 복식조가 해체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가뜩이나 선수가 나오지 않아 중국은 물론 일본에까지 밀리는 여자 탁구에서 이런 문제까지 발생하니 성적이 나올 리 만무했다.

    현재 대표팀 에이스로 꼽히는 전지희는 단식 32강전에서 북한 차효심에 0 대 4 완패를 안았다. 전지희는 세계 20위, 차효심은 81위다. 한 탁구계 인사는 "전지희가 대표 선발전부터 왼 팔꿈치 근육 손상으로 주사를 맞고 뛰었다"면서 "차효심에게 저렇게 질 게 아닌데 제대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라켓만 들고 있다가 진 셈"이라고 짚었다.

    전지희는 이시온(삼성생명)과 나선 복식에서도 16강에서 하시모토 호노카-사토 히토미에 0 대 4로 졌다. 전지희는 이상수와 함께 나선 혼합 복식에서 투혼을 불살랐지만 최강 쉬신-류시웬(중국)에 3 대 4로 분패했다. 세트 스코어 3 대 2로 앞서 이번 대회 우승팀을 꺾을 뻔했으나 내리 두 세트를 내주며 지면서 전지희는 눈물을 펑펑 쏟았다.

    당초 전지희는 재활을 위해 지난 3월 카타르오픈을 쉴 예정이었다. 하지만 출전했고, 단식 32강에 머물렀다. 대회 출전을 강행하는 이유는 랭킹 포인트를 얻기 위해서다. 내년 도쿄올림픽 출전은 물론 최대한 높은 시드를 배정받아야 메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전지희는 복식 파트너가 바뀌는 상황도 맞아야 했다. 당초 전지희는 국제대회 복식 파트너였던 양하은(포스코에너지)이 부상 등을 이유로 끝내 이번 대표 선발전에 불참하면서 이시온과 호흡을 맞춰야 했다. 이시온도 여자팀을 이끌 차세대로 꼽히지만 세계 강호들과 맞서기에는 아직은 살짝 부족한 게 사실이다.

    여자 탁구 대표팀 에이스 전지희(가운데)는 2019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완전치 않은 몸 상태로 출전해 아쉽게 노 메달에 머물렀다. 사진은 이상수(오른쪽)와 짝을 이룬 혼합 복식 8강전에서 최강 쉬신-류시웬(중국)에 분패한 뒤 아쉬운 표정으로 유남규 감독과 악수하는 모습.(부다페스트=대한탁구협회)

     

    소속팀과 복잡하게 얽힌 이해 관계 때문에 대표팀 운영이 영향을 받는다는 지적이다. 소속팀에서는 올림픽을 위한 랭킹 포인트를 따기 위해 선수의 출전을 원하고 있는 까닭이다. 한 탁구계 관계자는 "지도자 층이 엷고 선후배로 얽힌 한국 탁구계에서 소속팀 감독의 부탁을 마다하기는 쉽지 않다"고 귀띔했다.

    여자 탁구는 현재 위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뜩이나 경쟁력이 떨어져 예전부터 귀화 선수로 전력을 메우고 있다. 2007년 귀화한 당예서에서 최근 전지희, 최효주(삼성생명) 등이 그렇다. 이런 가운데 대표팀 감독이 실업팀의 입김에 휘둘린 셈이다.

    이번 세계선수권을 마친 남녀 사령탑은 절치부심, 부활을 다짐했다. 김 감독은 "안재현이 세계를 놀라게 하고 4명이 단식 16강에 들었지만 이상수, 정영식이 고비를 넘지 못했다"면서 "이건 그냥 넘기면 안 되고 결국 메달을 따내면 16강 이상에서 강적들을 이겨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금 중국 강세는 여전하고 일본도 강하다"면서 "유럽세까지 치고 올라오는 게 부담이 되는데 대비를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유 감독은 "선수들이 랭킹 포인트를 위한 국제대회 출전을 우선시하다 보니 기초적인 체력과 몸 상태가 완전치 않았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내년 부산 세계선수권(단체전)과 도쿄올림픽을 위해 특단의 조치를 내리겠다"면서 "완전히 몸을 만든 뒤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데 중점을 두고, 극한 훈련을 통해 메달에 도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회 단장을 맡은 '한국 탁구의 대부' 강문수 대한탁구협회 부회장도 현실을 인정했다. 강 부회장은 "남자는 세계 수준과 차이가 거의 없고 안재현을 통해 희망을 봤다"면서도 "그러나 메달에 다가가려면 종이 한 장의 차이를 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자부는 세계와 차이가 나는 현재 수준을 알았을 것"이라면서 "일본이 15년을 투자해 현재 황금 세대들을 길러냈듯이 대표팀 이원화를 통해 신유빈(청명중) 등 유망주들을 육성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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