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세계 노동절 129주년을 맞은 1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서울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문재인 정부의 노동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광장에서 '2019 세계 노동절 대회'를 열었다. 서울·경기·인천·강원 지역 조합원 2만7천명(주최측 추산)이 집결했다.
이밖에 충북·대전·전북·광주·대구·부산 등 12개 지역에서도 동시다발로 노동절 기념대회를 진행했다.
서울 광장 수도권 대회에는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윤소하 원내대표, 심상정 의원 그리고 민중당 이상규 대표 등 진보정당 정치인들도 참석했다.
태안발전소 비정규 노동자로 근무하다가 숨진 고(故) 김용균씨의 어머니도 자리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집회에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비정규직 철폐 ▲재벌개혁 등 노동권 강화 방안과 한반도 자주 통일을 주요 기치로 내걸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주 5일 노동과 주당 최대 52시간 노동을 법제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탄력근로제 개악을 강요받고, 최저임금을 두자릿수 인상률로 올린 지 얼마 되지 않아 저임금 노동을 강요받고 있다"며 "노동개악에 맞서는 힘찬 파업 투쟁을 조직해 제대로 된 노동의 권리를 쟁취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ILO 핵심협약 비준과 온전한 노동기본권 쟁취는 더 이상 미루거나 양보할 수 없다. 노동 기본권마저 보장되지 않는 낡은 천민 자본의 시대를 끝장내야 한다"며 "사회 양극화의 원인이 되고 노동자의 삶을 끝도 모를 불안의 나락, 차별의 수렁으로 빠뜨리는 비정규직도 완전히 철폐하자"고 외쳤다.
김 위원장의 대회사에 조합원들은 '노동개혁 저지하고 노동기본권 쟁취하자' 등 구호로 답했다. 머리에는 저마다 '단결투쟁'이라고 쓴 붉은 띠를 둘렀고, 손에는 '노동법 개악 저지' 등 주요 기치가 적힌 팻말을 들었다. 조합원들로 가득찬 서울 광장 곳곳에서 민주노총 각 지부의 깃발도 흩날렸다.
이날 집회에서는 최근 문재인 정부의 노동 정책에 대한 반감이 엿보였다.
앞서 문 대통령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사실상 불가능해졌고, 주 52시간 노동시간 단축도 경영계 요구에 따라 최근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을 추진했다.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최장 6개월로 연장하는 합의안을 내놨지만, 현재 민주노총은 이를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마찬가지로 경사노위에서 ILO 핵심협약 기준에 따른 국내 노동법 개정을 수개월째 논의하고 있지만, 노사 간 입장 차이는 좀처럼 좁혀지지 못한 상태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도 일부 비정규직에 자회사 채용 방식을 채택하면서 '비정규직의 연장'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영섭 민주노총 강원본부장은 "문재인 정부는 ILO 핵심협약 비준을 운운하면서도 알맹이가 없다"고 지적했고, 최은철 서울본부장은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자던 촛불정신은 좌절됐나"며 문 정부의 노동정책을 반(反) 노동정책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노총 16개 노조 연맹도 선언문을 내고 "지난해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의 폐기를 선언했다"며 "최저임금 노동자들을 다시 위기의 벼랑으로 내몰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이날 본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오후 3시20분쯤부터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세종대로와 태평로, 을지로에서 전체 차로를 이용해 이동한다.
이후 오후 4시부터 청와대 인근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마무리 집회를 열고 5시쯤 해산할 계획이다. 경찰은 교통 통제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91개 중대를 투입했다.
한편 민주노총과 함께 '양대노총'의 축을 이루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이날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2019 노동절 마라톤 대회'를 열었다.
마라톤 대회에는 한국노총 조합원과 외국인 노동자, 시민 등 약 1만명이 참가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정·재계 인사도 마라톤 대회에 나와 노동자들과 호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