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포용성장'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 중 하나다. 이에 발맞춰 올해부터 아동수당, 돌봄교실이 큰 폭으로 확대되며 '사회 복지'가 중요한 의제로 떠올랐다. 복지는 삶의 질 향상과 직간접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되므로, 우리나라의 현 사회복지가 어떤 상황인지 객관적으로 진단할 필요가 있다. CBS노컷뉴스는 한국사회복지사협회와 함께 우리 사회복지의 실태를 점검하고, 바람직한 여론 형성을 통해 정책 의제를 설정하기 위해 전문가들의 칼럼을 연재한다.
전구훈 숭실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최상의 아동복지 : 아이들이 행복한 곳에서 행복한 곳으로 이동하는 것"
아동복지에 대한 유명한 학자들의 의견보다 이 문구가 훨씬 맘에 와 닿는 것은 왜일까?
아이들이 집에 있으면 학교에 가고 싶고, 학교가 끝나면 지역아동센터에 가고 싶고, 이후에 집에 돌아가는 것이 즐거운 상태라면 최상의 아동복지일 것이다. 그러나 학교에 가면 공부만 해야 하고, 학교폭력, 왕따 등의 문제로 가기 싫고, 학교를 마치면 못사는 애들만 가는 곳이라는 낙인이 강한 지역아동센터에 가야하고, 지역아동센터를 마치면 아무도 없는 집에 가야 하는 현실에 놓여 있다면 진정한 아동복지의 실현과는 오히려 거리가 먼 상황으로 보인다.
지금의 지역아동센터는 1980년대부터 부모의 돌봄이 부족한 빈곤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지역사회에서 자생적으로 시작된 소규모 공부방 형태로 운영되었다.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는 자료사진 (사진=연합뉴스)
그러다 2004년 아동복지법 개정을 통하여 지역아동센터로 재편되어 지역사회에서 아동돌봄서비스를 제공하며 발전해 왔다. 지역아동센터에 대한 평가에 따르면 접근성, 시설 입지 및 조건의 구비, 아동복지 전문인력 역량확보, 지역네트워크 형성, 대상아동의 자원봉사 활동의 선순환 구조 형성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내고 있지만, 여전히 지역아동센터를 바라보는 정부의 시선은 취약계층아동 전담시설, 감시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일례로 2017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다함께 돌봄센터'사업만 봐도 포용정책과 거리가 멀다.
동네 아이들을 '못사는 집 아이들'과 '잘사는 집 아이들'로 나누어 지원하려는 반인권적이고 차별·낙인 정책이 될 가능성이 높으며, 아동중심의 포용적인 지역아동복지지원체계 구축을 지원하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과도 거리가 멀어 보인다.
지역아동센터 적정 예산을(사진=연합뉴스)
기존에 헌신적으로 운영되어 왔던 지역아동센터는 지속적으로 어려움에 놓이게 되고, 오히려 역차별적인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정의롭지 못하다. 따라서 기존 지역아동센터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통합적인 아동돌봄기관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954년 지옥의 섬이라고 불릴 정도로 가난하고 위험한 하와이의 카우아이 섬이란 곳에서 신생아 833명을 대상으로 30년에 걸친 대규모 종단연구를 실시하였다고 한다. 연구 결과 대부분의 사람이 생각하듯이 어려운 환경으로 인해 대부분의 삶이 힘들었다.
그러나 심리학자 에미 워너는 더 열악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 201명을 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이 아이들은 사회부적응자로 자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연구를 시작했다. 그러나 가정과는 달리 1/3에 해당하는 72명의 아이들은 아무런 문제없이 훌륭하게 성장하였다. 문제없이 자란 아이들을 살펴보니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집안 배경이 아니고, 뛰어난 학습능력도 아니었다. 바르게 성장한 아이들 곁에는 꼭 부모가 아니어도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믿어주고 사랑해 주는 어른이 최소 한 명은 곁에 있었다고 한다.
지금까지 지역아동센터는 우리사회에서 이러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행복한 공간을 마련해 주었고, 다양한 지원을 해 주었으며, 어려움을 호소하는 부모를 만났고,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다양한 지원을 해왔다. 센터장님을 비롯한 선생님, 자원봉사자들이 아이들에게 건강한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지역아동센터가 앞으로도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제는 선별적인 대상이 아니라 누구나 편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체계를 만들어 주는 것은 이제 우리사회가 해야 할 과업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5월이다. 가정의 달을 맞아 모든 가정이 행복했으면 좋겠고, 이들을 지원하는 다양한 복지기관도 행복했으면 좋겠다. 한쪽의 일방적인 헌신만을 요구하는 사회가 아니라 더불어 같이 잘 살아가는 우리나라가 되도록 모든 국민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겠다.
글 싣는 순서 |
한국사회복지사협회 릴레이 칼럼 ① 절망적 아동복지예산 ② 포용국가와 사회복지 ③ 사회복지사 임금과 전문성 ④ 장애인의 날,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⑤ 노동절 특집, 인권 문제 단상 ⑥ 노인 빈곤율과 저출산 문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