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검찰총장.(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등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비판한 문무일 검찰총장 발언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비판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해외 순방 중인 문 총장은 남은 일정을 취소하고 조기 귀국하기로 결정했다.
2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문 총장은 범죄인인도조약 및 형사사법공조조약 체결을 위한 에콰도르 대검찰청 방문일정을 취소하고 4일 귀국할 예정이다.
애초 에콰도르 일정을 마친 뒤 9일 귀국할 계획이었지만, 패스트트랙에 올라탄 수사권 조정 법안 등 국내 현안을 고려해 일정을 앞당겼다.
특히 패스트트랙 안건에 대해 자신이 내놓은 부정적인 입장을 놓고 국회 등 정치권에서 '부적절하다'는 비판은 물론, 경찰에서도 공개적으로 반박하는 등 파장이 커진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 문 총장은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한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 등에 대해 "현재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법률안들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며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특정한 기관에 통제받지 않는 1차 수사권과 국가정보권이 결합된 독점적 권능을 부여하고 있다"면서 "올바른 형사사법 개혁을 바라는 입장에서 이러한 방향에 동의하기 어렵다"라고도 덧붙였다.
정보경찰 업무가 완벽히 분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찰에 수사종결권까지 주려는 움직임을 '독점적 권능'으로 보고,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연합뉴스)
수사권 조정법안이 현실화하면 경찰권이 필요 이상으로 강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검찰 총수의 입장이 전해지자 정치권 등에서는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서 "이 개념 없는 언행은 기득권을 포기 못 하는 검찰 권력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며 "국회의 정당한 입법 절차에 대해 정부 관료가 공공연히 반기를 드는 것이야말로 견제와 균형의 민주주의 원리를 망각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이상민 위원장도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문 총장 발언과 관련해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을 조정하자는 얘기는 누가 권한을 많이 갖고 적게 갖고 하는 밥그릇 싸움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경찰도 이날 설명자료를 통해 조정안을 정면 비판한 문무일 검찰총장의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검사가 영장청구를 위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으며, 정당한 이유 없이 경찰이 따르지 않을 경우 검사는 직무배제·징계요구를 할 수 있는 등 다양한 통제 장치가 법안에 포함됐다는 점을 밝혔다.
또 경찰이 사건을 불송치하는 경우 사건 관계인에게 이를 통보하고, 사건관계인이 이의를 신청하면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하게 돼 경찰 임의대로 수사를 종결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점도 강조했다.
반면 검찰 내부에서는 문 총장 발언이 조직 이기주의로만 비춰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패스트트랙 관련 법안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부 분위기를 강하게 전달했다는 취지다.
실제 이날 검찰 내부 통신망인 '이프로스'에는 수사권 조정 등에 대한 문제점과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글들이 다수 올라왔다.
수도권에 있는 한 검찰 간부는 "조직 이기주의 이야기가 나오지만, 검찰이 개혁을 반대하는 것도 아니고 수사권 조정도 필요한 범위 내에서 해야 한다"며 "이런 논의를 여러 가지 틀 속에 국가 전체 수사구조 개혁 측면과 국민을 위한 형사사법 체계를 고려해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지방의 또 다른 검찰 간부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문 총장 거취와 관련해 "이제 국민들이 수사권 조정 내용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는데 물러난다고 하면 관심은 후임 총장이 누구인가에 초점이 맞춰진다"며 "(사의 표명이) 좋은 전략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문 총장은 오는 4일 귀국 후 곧바로 대검 고위 간부들과 회동해 향후 검찰의 대응 방안과 사태 수습책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