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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훅!뉴스] 돌아온 사학비리 교장 "감사관 앞에서 쌩쇼하면 돼"

사건/사고

    [훅!뉴스] 돌아온 사학비리 교장 "감사관 앞에서 쌩쇼하면 돼"

    • 2019-05-03 10:00

    11가지 사학비리 교장, '쌩쇼하라" 사실 은폐 시도도
    교육청 요구에 파면당했지만 민사소송으로 학교 복귀
    학교-비리교원 '한통속 소송'에 교육청도 "개입 못해"
    학교 구성원은 '망연자실'…"비슷한 사례 반복 가능성"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제보 : newsshow981@gmail.com

    ◇ 김현정> 김현정의 뉴스쇼 금요일의 코너입니다. 뉴스 속으로 훅 파고드는 시간, 훅!뉴스. CBS 심층취재팀 오수정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오늘은 어떤 얘기를 해볼까요?

    ◆ 오수정> 사학비리, 이젠 지겨울 만도 한데요. 징계 받을 사람들은 징계 받고, 학교는 정상화가 되고 있을까요? 오히려 있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는 건 아닐지, 저희 심층취재팀이 드러난 사학비리의 이후를 짚어봤습니다. 먼저 앞서 보도된 뉴스의 한 토막부터 들어보시죠.

    [녹취: 뉴스 멘트]
    "서울시교육청은 중랑구의 한 특성화고 감사결과 교사채용과 학교운영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견돼 학교장 파면을 비롯해 교직원 15명 징계를 학교법인에 요구했습니다."
    "교장과 교직원 두 명은 지난해 말 해외 연수 답사를 명목으로 나흘간 필리핀에 다녀왔습니다. 하지만 요트관광을 하고 마사지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 김현정> 어렴풋이 기억나네요. 학교 돈으로 교장과 교직원이 외유성 해외 연수를 떠났다는 거죠?

    서울시 중랑구에 위치한 송곡관광고등학교

     

    ◆ 오수정> 대학과 고등학교 3곳, 중학교와 유치원까지 아우르는 서울 송곡학원의 얘기입니다. 이 외에도 크고 작은 비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학교의 주요 자리를 설립자 가족과 친인척들이 장악한 채, 일부는 이름만 올려놓고 20년간 월급을 챙긴 사실이 드러나 지탄을 받기도 했고요.

    ◇ 김현정> 그런 비리가 적발돼 다 징계를 받지 않았어요?

    ◆ 오수정> 서울시교육청의 감사로 비리가 적발돼 학교는 어쩔 수 없이 징계위원회를 열었는데, 결정된 처벌 수위는 교육청이 요구한 것보다 대부분 낮았습니다. 그나마 송곡관광고 교장의 경우, 가장 무거운 파면 요구가 받아들여졌어요. 그런데 취재 결과 이 교장마저 학교로 돌아온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건지, 취재해 봤습니다.

    ◇ 김현정> 오늘 훅뉴스 주제, 비리로 파면을 당하고도 돌아온 교장이 돌아왔다? 언제 돌아왔어요?

    ◆ 오수정> 그제, 5월 1일자로 돌아왔습니다.

    ◇ 김현정> 교육청의 요구에 파면까지 됐으면 사실 교장의 비리가 상당했다는 얘길텐데. 어떻게 돌아오게 됐는가. 우선 교장이 비리가 뭐였는지부터 보죠.

    ◆ 오수정> 적발된 비리가 11가지입니다. 학교 예산으로 외유성 해외연수를 다녀왔고, 학생들을 위한 지원금으로 교장실 가구를 구입하고도 동아리방 시설개선을 했다고 허위보고 하기도 했습니다. 공금을 쌈짓돈처럼 쓴 사례가 한 두번이 아니었는데, 익명의 내부고발자 말로 들어보시죠.

    [녹취: 송곡학원 내부고발자]
    "교사 몇 십명이 가서 저녁 먹는다고 기록했지만 사실은 간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설립자들 중심으로 가족들에게 대접을 한 거였는데 그 때 '할머니 생일이었다더라' 뭐 이런 얘기도 있고 그런 식인데, 그 돈들이 대개 구청이나 시청에서 내려오는 돈들. 그걸 완전히 자기 돈처럼 쓰고..."

    ◇ 김현정> 구청이나 시청에서 내려오는 사업비로 학교 설립자 가족들 식사 대접을 했다는 거네요?

    ◆ 오수정> 네. 그러고도 서류상으로는 회의를 했다, 연수를 했다고 꾸며 썼다고 합니다. 이밖에 채용 과정을 멋대로 바꿔 자기 제자를 교사로 앉히기도 했고, 학생들을 수업에서 빼서 행사 도우미로 동원한 일도 있습니다.

    ◇ 김현정> 파면당할 만하네요. 이런 일들이 다 입증됐다는 거잖아요?

    ◆ 오수정> 2년 전 서울시교육청 감사에서 다 드러났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도 문제가 된 박모 교장은 주변 사람들에게 사실 은폐를 요구했다고 해요.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게 된 학교 관계자들에게 '나는 아는 바 없다, 죽을 것 같다' 이렇게 딱 잡아떼라고 시켰다는 겁니다. 저희가 당시의 녹음 파일을 입수했는데, 전 교장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박OO, 송곡학원 전 교장]
    "제가 죽고 싶습니다. 딱 그렇게 아주 강하게 나가. 죽는다는데, 자살한다는데 어떻게 할 거야? 나긋나긋하게 얘기해 화낼 것도 없어. '이걸 쓰라는 건 제가 죽을 것 같습니다. 안돼요.' 안 그러면, 아주 죽을 지경 얼굴을 하고 들어가서 쌩쇼를 해야지. 그리고 딱 빠져나가. 그거 절대로 쓰면 안 돼. 다 죽는 거야. 알겠지? 당신도 죽고 나도 죽고 다 죽어. '교장 선생님 잘 모르실 거다... 모르겠다, 잘 모르실 거 같다.' 물어보면 얘기해야 돼."

    ◇ 김현정> 몰래 녹음을 한 거기 때문에 음질이 아주 좋지는 않아요. 뭐라고 한 거냐면 교장이 '아주 죽을지경 얼굴을 하고 들어가서 쌩쇼를 해야지. 그리고 딱 빠져나가. 다 죽는 거야 알지? 당신도 죽고 나도 죽어' 이런 거예요?

    종합감사 결과 '파면'을 요구하는 서울시교육청의 징계요구서

     

    ◆ 오수정> 들으신 바와 같이, 자기가 결백하다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고 막무가내로 입을 닫고 있으라는 건데요. 결국 교육청은 학교 측에 박모 교장의 파면을 요구하고 이를 거부할 명분이 없던 학교도 교장을 파면하기에 이릅니다.

    ◇ 김현정> 이런 것들이 다 교육청 감사 결과 드러나서 파면까지 되고 교장도 받아들였고. 다 마무리가 된 일아닙니까? 그런데 그 교장이 다시 학교로 돌아왔어요?

    ◆ 오수정> 교장이던 박씨는 징계처분이 적절한지 심사하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파면을 철회해달라는 요청까지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 김현정> 거기서도 요청을 거절했다? 그럼 파면 결정이 문제 없다는 거잖아요.

    ◆ 오수정> 이렇게 상황이 일단락됐겠거니 생각했는데, 뜻밖의 법원 결정이 나옵니다.

    ◇ 김현정> 행정당국도 다 파면이 적법하다고 했는데, 법원은 교장의 손을 들어줬어요?

    ◆ 오수정> 박씨가 학교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거예요. 파면 처분을 없었던 걸로 해달라고요. 교육청은 이 사실도 뒤늦게야 알았고 전례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하는데,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의 말 들어보시죠.

    [녹취: 서울시교육청 관계자]
    "법인과 개인 간의 소송이기 때문에 그런 보고가 들어오지 않아요. 소송을 진행할 때, 감독청의 의견을 받는 게 아니라서. 법인과 개인의 소송이어서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어요. 민사 소송을 제기한 사실도 알지 못했어요. 소송 관련은 보고가 들어오거나 하지 않습니다."

    ◇ 김현정> 그 소송을 통해 교장 박씨가 파면 처분을 없었던 일로 돌려놨다는 거잖아요. 열개도 넘는 비리를 저지른 박씨한테 법원이 어떻게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어요?

    ◆ 오수정> 저희가 판결문을 입수해 보니, 사실 법원은 11가지 비리 항목 모두가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런 만큼 중징계 처분이 내려지는 게 맞다고도 했어요. 다만 파면이라는 게 너무 과하다고 한 겁니다.

    ◇ 김현정> 중징계를 받을 정도의 비리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파면까지 당할 정도는 아니다?

    ◆ 오수정> 재판부는 박씨가 학교에 공로가 있다, 당사자가 반성하고 있다, 이런 점을 참작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재판부의 판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건, 학교의 태도였습니다.

    이 재판이 잘잘못을 따져서 벌을 주는 형사재판이 아니라,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 양쪽에 결론을 내리는 민사재판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싸움의 당사자 양측이 비슷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면, 재판부는 당연히 그 입장을 토대로 결론을 내리게 되죠.

    ◇ 김현정> 박씨를 파면한 학교가, 파면을 거둬달라고 요구한 박씨와 입장이 같다고요? 학교는 파면이 옳다, 이렇게 나와야 하는 거 아닌가요?

    박모 교장이 학교 측에 제기한 파면처분 등 무효확인 민사소송 판결문. "피고는 원고 주장의 타탕성을 일응 수긍하고 있다"는 문장이 나온다.

     

    ◆ 오수정> 판결문에 이런 표현이 나옵니다. "학교는 박씨 주장의 타당성을 수긍하고 있다", "학교는 일단 교육청의 징계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한마디로, '법적으로 다투고는 있지만 학교는 파면당한 교장의 주장이 맞다고 본다, 파면 결정은 교육청이 하라고 해서 한 것일 뿐'이라는 것이죠.

    ◇ 김현정> 학교가 박씨를 내칠 의지가 애초 없었다는 건, 그간 학교의 행보를 보면 충분히 알 수 있는 부분인데... 법원이 이런 상황까지 감안해서 판결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 오수정> 일반인의 상식에선 그런데요. 재판정에선 '처분권주의'에 따라야 한다고 합니다. 어려운 말인데요, 쉽게 말해서 원고와 피고의 주장만을 듣고 판단해야 한다, 즉 박씨와 학교 측 주장만을 근거로 결론을 내야 한다는 말입니다. 서울시교육청 법률고문으로 있는 주영달 변호사의 설명 들어보시죠.

    [녹취: 주영달 변호사]
    "판사님은 그냥 심판이거든요. 권투경기하면 '너희 두 선수 싸워봐라' 하고 지켜만 보는 게 민사거든요. '교원소청심사위원회 자료 있으니까 그거 내봐라' 이렇게 하지를 못하고, 법원에서 어느 쪽에다가 이 자료를 내봐라 하는 순간 '도와주고 있네?' 이렇게 되니까."

    ◇ 김현정> 결과적으로 법원은 교장 박씨의 변명만 듣고 판결을 한 셈인데, 이런 식으로 학교하고 비리 교육자가 담합하면 앞으로도 얼마든지 징계를 피할 수 있다는 거잖아요.

    ◆ 오수정> 교육청의 감사 결과도 휴지 조각이 되고,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결정도 의미가 없게 되죠.

    ◇ 김현정> 그래서 결국 비리를 저지른 교장 박씨도 학교로 돌아올 수 있었네요?

    ◆ 오수정> 파면 결정이 철회된 뒤 학교는 정직 3개월로 처벌 수위를 낮춘 징계를 다시 내렸습니다. 이제 그 징계 기간이 끝나면서 5월 1일자로 학교에 돌아온 것이죠. 비리가 적발돼 학교를 떠나 있는 동안 못 받았던 급여도 모두 돌려받았습니다. 다시 학교로 돌아온 박씨의 말을 들어봤습니다.

    [녹취: 박OO, 송곡학원 전 교장]
    (예전 사건들이 일단락된 상태인가요?)
    "네, 제가 법적으로 다 승리했죠. 학교를 상대로 민사했지만 이거는 학교는 시키는 대로 했기 때문에 학교는 배제시키고 '우리(법원)는 교육청을 상대로 해서 너를 처분하겠다' 이렇게 나와요. 그런 식으로 표현이 나와요. 제가 민사 가처분에서도 이겼고 본원에서도 이겼기 때문에..."


    ◇ 김현정> 송곡학원은 사학비리의 대표적 사례로 지탄을 받았는데, 결국 이렇게 유야무야 끝나는 거네요.

    ◆ 오수정> 사실 송곡학원은 유은혜 현 교육부 장관의 모교로도 유명해요. 유은혜 장관이 송곡여고 2학년 재학 시절, 학교의 비리와 족벌 경영에 항의하기 위해 등교 거부를 주도하기도 했거든요.

    ◇ 김현정> 이 얘기는 학교의 문제가 그만큼 뿌리 깊은 문제가 있다는 거네요?

    ◆ 오수정> 현재도 설립자의 가족과 친인척 15명이 학교 요직에 있으면서 학교 구성원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데, 이렇게 문제가 일단락되는 건가 싶어서 허탈해 하고 있다 하네요. 그 사이에 문제제기를 했던 교사들은 학교를 떠나기도 했고요. 송곡학원 한 교사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OOO, 송곡학원 교사]
    "다 망연자실입니다. 이게 뭔 일이냐, 잘 될 줄 알았는데... 지금 형사소송중인데 다음달에 한 번 더 있거든요, 공판이. 그 결과를 교육청도 기다리고 있다는데, 저희도 무기력하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 김현정> 무기력하다는 말이 뇌리에 남네요.

    ◆ 오수정> 앞서 들으신 것처럼, 비리로 파면됐다가 학교로 돌아온 박씨를 상대로는 아직 업무방해 혐의에 대한 형사 소송이 진행 중이기는 합니다. 그 결과를 지켜볼 필요는 있을 것 같고요. 무엇보다 학교와 비리 당사자만 결탁하면 징계도 피할 수 있는, 이런 제도상의 허점을 메워야 할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런 편법이 있을 수 있다는 게 알려진 셈이기도 해서 걱정도 되는데요. 그 제도적 보완책이 있어야 할 것 같네요.

    ◆ 오수정> 송곡학원의 비리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온 장인홍 서울시의원은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하는데, 들어보시죠.

    [녹취: 장인홍 서울시의원]
    "이렇게 비리를 저지른 사람이 소송을 통해 복귀하게 되면 유사한 사례가 있는 다른 사학에도 어떤 신호가 돼서, 계속적으로 그러한 문제가 또다시 반복될 가능성이 커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립학교법이 개정돼야 하는데, 그 맹점 때문에 이런 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것 같아요."

    ◇ 김현정> 교육청의 감사 결과도 무력화하는 그 우회로를 막고, 제2의 송곡학원 같은 곳이 더 나오지 않도록 제도가 시급히 정비돼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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