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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2주년 앞두고 北 발사체 시위…'대화중재' 문 대통령 고민 커질 듯

대통령실

    '취임 2주년 앞두고 北 발사체 시위…'대화중재' 문 대통령 고민 커질 듯

    4차 남북정상회담 제안에 北 20일 넘도록 묵묵부답
    靑, 고강도 도발 아닌 저강도 군사행동으로 의미축소
    '규탄'이나 '합의 파기' 표현 대신 '촉구' '합위 취지 어긋나'로 로우키 대응
    미국 내 대북 강경론, 한국당 파상공세…문 대통령 입지 좁힐 듯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9월 19일 밤 평양 5.1 경기장에서 열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평양 시민들앞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박종민기자

     

    북미 대화가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북한이 4일 군사적 긴장감을 높일 수 있는 단거리 발사체 도발을 감행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화 중재 역할에도 적잖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역사적인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1주년 행사도 남측 단독으로 치른데다, 문 대통령 집권 2년차를 불과 일주일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군사적 행동에 나서면서 한반도 비핵화 당사자이자 대화 촉진자를 자처한 문 대통령은 다소 곤혹스런 입장에 처했다.

    ◇ 北, 300mm 방사포 추정 발사체 여러 발 북동쪽으로 발사

    북한은 4일 오전 9시 6분쯤부터 9시 27분쯤까지 강원도 원산 호도반도 일대에서 단거리 발사체 여러 발을 북동쪽 방향으로 발사했다.

    발사체는 70km~200km를 날아갔고 한미 정보당국은 해당 발사체가 단거리 미사일이 아닌 300mm 신형 방사포일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국가정보원도 이날 국회에 "발사체의 고도가 높지 않고 거리가 길지 않아 미사일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지난 2015년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공개된 적이 있는 300mm 방사포는 이미 실전 배치를 마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단거리 발사체를 쏜 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형 전술무기 사격 시험을 참관했을 때인 지난달 17일 이후 처음이다.

    한미 정보당국의 판단으로 해당 발사체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서 금지하고 있는 탄도미사일일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북한이 지난 2월 말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미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가운데 나온 군사행위라는 점에서 우리 정부와 미국은 긴장하고 있다. 향후 북한이 도발 수위를 더 높여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 靑, 정의용 안보실장 주재 긴급회의…"9·19 군사합의 위반"

    청와대는 북한의 발사체 도발에 대해 지난해 9·19 군사합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즉각 반발했다.

    북한의 발사체 확인 직후부터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정경두 국방부 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 등은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에 모여 긴급회의를 열었고, 북한의 발사 배경과 의도를 분석했다.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정부는 북한의 이번 행위가 남북간 9·19 군사합의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으로 매우 우려하고 있으며, 북한이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북미간 비핵화 대화 교착상태가 장기화되고 문 대통령이 제안한 4차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북한이 이렇다할 반응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북한이 도발에 나서면서 자칫 한반도 긴장감이 극에 달했던 지난 2017년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도 일부 감지됐다.

    하지만 청와대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 '규탄'이라는 단어 대신 '촉구'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합의 파기'가 아닌 '합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대응 수위를 의도적으로 조절했다.

    북한이 비핵화 판을 완전히 깨고 나가겠다는 의미로 중·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고강도 도발을 시도한 게 아니라, 저강도 도발로 대미(對美), 대남(對南)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고민정 대변인이 "비핵화 관련 대화가 소강국면인 상태에서 (북한이) 이러한 행위를 한 데 대해 주목하면서, 북한이 조속한 대화 재개 노력에 적극 동참할 것을 기대한다"고 강조한 것도 일부 '북한 달래기'로 해석된다.

    ◇ 4차 남북정상회담 통한 북미 대화 정상화…속도조절 불가피

     


    청와대의 이같은 '로우키' 대응에도 불구하고 빠른 시간 안에 4차 남북정상회담을 열어 비핵화 대화 재개를 희망했던 문 대통령의 구상은 당분간 속도조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11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메시지를 들고 귀국한 문 대통령은 비핵화 교착국면을 풀기 위한 첫 조치로 각급 채널을 통해 북한에 4차 남북정상회담 조기 개최 의사를 전달했지만, 북한은 20일이 넘도록 묵묵부답이다.

    오히려 북러 정상회담과 중러 정상회담 등으로 전통 우방인 러시아, 중국과 가까워지면서 대미, 대남 압박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다.

    특히 지난달 최고인민회의 시정 연설에서 김 위원장이 미국과의 대화 시한을 올해 말로 한정하고 내부 결속 다지기에 돌입했다는 분석도 나오면서, 당장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낼 카드가 없다는 점도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여기에 당초 청와대는 오는 10일 문 대통령 취임 2주년에 '공기처럼 다가온 평화' 메시지를 지난 2년 주요 성과로 강조할 계획이었지만, 북한의 이번 도발로 해당 메시지의 의미는 옅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이번 발사체 도발로 미국 내 대북 강경론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또 선거제·권력기관 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대상 안건 지정)을 놓고 여야 정치권이 첨예하게 대립한 이후 장외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자유한국당의 파상 공세도 예상되면서 비핵화 대화 촉진자를 자처했던 문 대통령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주말 장외 집회에 참석해 "(문재인 정부가) 핵없는 한반도 평화 이루겠다고 했는데 그런 평화가 언제 오냐? 거짓말 아니냐"며 "(북한이 오늘 발사한) 미사일에 핵무기가 실리고 만약 북한에서 쏘면 바로 여기(광화문)에 떨어지는 것"이라고 공세를 높였다.

    나경원 원내대표 역시 "되돌릴 수 없는 미사일의 길로 가고 있다"며 "바로 (문재인 정부의) 굴종적 대북정책의 결과"라고 문 대통령을 공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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