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4일 오전 강원도 원산 호도반도에서 발사한 여러발의 발사체 가운데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포함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으나 북한은 물론 우리 군과 미국 역시 아직은 탄도미사일로 규정하지는 않고 있다.
탄도 미사일로 결론날 경우 유엔제재 대상에 포함되는 것은 물론 남북 군사합의를 위반한 심각한 적대행위에 해당되기 때문에 논란이 확대될 수 있다.
국방부는 5일 북한이 전일 발사한 발사체에 대해 "현재까지 파악한 결과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포함해 240㎜와 300㎜ 방사포를 다수 발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정보당국은 북한이 발사한 단거리발사체와 관련해 세부 탄종과 제원을 공동으로 정밀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도 같은 날 매체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참관 아래 동해상에서 화력타격훈련을 했다며 '전술유도무기' 등 훈련에 참가한 무기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에는 ‘대구경 장거리 방사포’로 지칭한 300㎜ 신형 방사포와 240㎜ 방사포, 전술유도무기로 언급된 한 무기가 이동식 발사차량(TEL)에서 공중으로 치솟는 장면 등이 담겼다.
전문가들 중에는 지난해 2월 8일 북한군 창설 70주년 기념 열병식 때 공개된 전술유도무기와 외형과 비행 궤적이 유사해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보는 이들이 많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전술유도무기라고 언급한 것은 ‘북한판이스칸데르’라고 불리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명확하다”고 말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러시아 이스칸데르를 가져다 개발한 것으로 본다"며 "러시아조차 이 미사일을 지대지 탄도미사일 시스템이라고 하기 때문에 북한이 발사한 것도 탄도미사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회피기동을 하며 목표물을 타격해 현존하는 미사일 방어 시스템의 요격을 대부분 회피할 수 있는 위협적인 무기로 알려졌다.
낙하시 회피기동을 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로도 막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우리 군은 추가분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지난해 열병식 때 공개된 북한의 신형 전술유도무기와 유사한 형태지만 열병식과 비교해 일부 형태가 달라진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또 "발사가 처음으로 이뤄진 만큼 한미 간 더욱 정확한 평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미국이나 일본에서 탄도미사일이라는 얘기가 없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군이 처음에는 '단거리 미사일'이라고 했다가 더 폭넓은 의미의 '발사체'라고 수정한 것 등에 대해 의구심이 제기됐다.
합참은 4일 오전 9시 6분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 직후인 9시 24분에 “호도반도 일대에서 불상 단거리 미사일을 동쪽 방향으로 발사했다”고 발표했다가 40여분 후인 10시 5분에는 “불상 단거리 발사체 수발을 발사했다”고 고쳤다.
합참은 미사일이란 표현을 발사체로 변경한 것은 보다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당시 방사포와 신형 전술유도무기가 다량으로 발사되는 바람에 정확한 판단이 어려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비핵화 협상과 남북 군사합의 이행 등 큰 판을 깨지 않기 위해 군이 북한의 도발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평가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쏜 것으로 확인될 경우 유엔제재 대상인데다 적대행위를 중지하기로 한 군사합의를 심각하게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최대한 보수적으로 평가해 일단 큰 판 자체가 깨지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라는 의구심이다.
합참 관계자는 "정무적 판단이 들어간 것은 전혀 아니다”며 "이번 발사체가 탄도미사일인지 또는 순항미사일인지 등에 대해 추가적 분석이 필요하다”고 거듭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