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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특별한 형제' 이광수가 밝힌 '망설임'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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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특별한 형제' 이광수가 밝힌 '망설임'의 이유

    [노컷 인터뷰] '나의 특별한 형제' 동구 역 이광수 ①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동구 역 배우 이광수를 만났다. (사진=NEW 제공)

     

    몸은 커다랗지만 다섯 살 정도의 지능을 가져 속은 어린아이 같은 지적장애인 동구. 배우 이광수는 이 역할을 제안받았을 때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 고민이 많았다. 작품도 배역도 좋았지만, 자기가 연기한다고 생각하면 걱정부터 앞섰다.

    육상효 감독은 그런 이광수에게 용기를 줬다. 육 감독은 자신이 느낀 대로, 이광수에게 연기를 잘한다고 말했다. 또한 한번 믿어보라고 했다. 그렇다고 빠른 결정을 재촉하진 않았다. 드라마 '라이브'를 찍을 때였는데, 충분한 시간을 들여 생각을 거듭했다. 이광수는 그렇게 동구가 되었다.

    가정의 달인 5월 첫날 개봉한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감독 육상효)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20년 동안 한 몸처럼 산 두 사람의 우정을 그린 휴먼 코미디다. 지체장애인 최승규 씨와 지적장애인 박종렬 씨의 실화를 극화한 이 작품에서, 이광수는 몸 좀 쓰는 동생 동구를 맡아 목 아래로는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지체장애인 세하(신하균 분)의 손발이 되었다.

    개봉을 6일 앞둔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이광수를 만났다. 영화 '좋은 친구들'(2014) 후 처음 하는 인터뷰여서 그런지 조금 더 긴장한 듯했다. 평소 말수가 적고 낯가림도 있다는 그는, 어떤 이야기를 해도 목소리가 높아지거나 커지는 일 없는 다소곳한 사람이었다.

    ◇ 망설임의 시간이 길었던 까닭

    이광수는 사실 '나의 특별한 형제' 시나리오는 재미있게, 인상적으로 봤다. 그는 "피 섞이지 않은, 장애를 가진 형제 이야기지만 관계의 중요성, 함께하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시나리오인 것 같았다"며 "주변에 있는 사람들, 가족이나 형제나 친구가 당연한 게 아니라 고마워해야 한다는 것, 저는 그런 게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이 등장하지만 (그들을) 위로하거나 도와주는 게 아닌, 사회 일원으로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것 같아서… 뭔가 과장되지 않고 그렇다고 해서 회화화되지 않고 신파도 많지 않은 것 같아서 좋았다"고 밝혔다.

    작품을 하기에 스스로 걸림돌이라고 생각한 것은 오랫동안 굳어진 '예능 이미지'였다. 이광수는 2010년부터 현재까지 SBS 간판 예능 '런닝맨'에 출연 중이다. '기린'부터 '아시아 프린스'라는 별명을 얻었고, 때로는 얍삽하고 날래며 때로는 쪼그라들고 가끔은 꿈틀하는 캐릭터는 워낙 대중의 뇌리에 강하게 박혔다. 이광수는 본인이 가진 재미있는 이미지가 장애를 가진 캐릭터를 연기할 때 방해가 될까 봐 걱정했다고.

    육상효 감독은 망설임과 고민의 시간이 길었던 이광수에게 자신을 믿으라고 독려했다. 그래서 이광수는 '나의 특별한 형제' 동구가 될 수 있었다. (사진=박종민 기자/노컷뉴스 자료사진)

     

    이광수는 "특히나 장애를 가진 분이나 가족분들이 보시기에 어떨까 싶었다. 다른 연기자들이 했을 때보다 (제) 코믹적인 요소 때문에 (캐릭터가) 더 희화화됐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처음에 걱정 많이 하고 망설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광수는 "감독님이 자신감을 좀 많이 주시고, 연기를 되게 잘한다고 봐주셨고 말씀을 많이 해 주셔서 제가 해도 괜찮을 거라는 확신을 많이 주셨다. 그래서 이번 작품을 함께하게 된 것 같다"고 전했다.

    마음의 부담과 걱정은 시사회 이후 조금 내려놓았다. 실화의 주인공인 최승규 씨가 영화를 '잘 보았다'고 해준 덕이다. 이광수는 "최승규 씨만 오셨는데, 하균이 형이 법정에서 얘기하는 씬 같은 건 본인의 마음, 본인의 생각인 것 같아서 공감이 많이 됐다고 하시더라"라며 "재밌게 보셨다고 하셔서 마음이 많이 놓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 동구를 연기하며 끝까지 놓지 않았던 것

    신하균은 언론 시사회 때 장애인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다른 작품 속 캐릭터를 참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광수는 어땠을까. 그는 이야기의 출발이 된 실존 인물을 만나고 싶어 했으나 육 감독은 생각이 달랐다.

    육 감독은 실화를 시나리오로 가져온 건 맞지만, 연기까지 실존 인물처럼 할 필요는 없다는 지론을 갖고 있었다. 두 사람을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도 보지 말라고 권했다. 그래서 '나의 특별한 형제' 세하와 동구는 최승규-박종렬 씨와 같은 부분도 있지만 신하균-이광수라는 배우를 만나며 새로워진 부분도 있다.

    일부러 바보스러워 보이는 동작을 반복하거나, 만들어진 말투를 쓰지도 않았다. 이광수는 아무리 열심히 준비하려 해도, 동구의 표정과 행동을 미리 '계산할 수 없다'는 것 때문에 걱정이 컸다고 털어놨다. 큰 동선과 대사만 숙지한 채로 그 안에서 동구의 감정 정도만 생각했다. 나머지는 현장에서 맞춰갔다.

    이광수는 "덜해야 할지 더해야 하는 건지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아서, 준비하면서도 힘들었는데 첫 촬영하고 나서 (감독님이) '이 정도 톤으로 끝까지 하면 좋을 것 같다'고 기준점을 잡아주셨다. 촬영 내내 '더했으면 좋겠다', '(힘을) 뺐으면 좋겠다' 얘기를 많이 하면서 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제 아무도 돌보지 않는 공터가 된 '책임의 집'에 혼자 간 동구의 모습. 순수하고 어린아이 같은 동구의 모습이 가장 잘 드러난 장면이다. (사진=명필름, 조이래빗 제공)

     

    육 감독이 원한 '이 정도 톤'은 어떤 것이었을까. 이광수는 "표정을 보셨을 때 이건 좀 과한 것 같다고 하면 덜하고, '이건 너무 동구스럽지 않다'라고 하시는 말로 그 선을 잡아갔던 것 같다"고 기억했다. 초반에는 이와 관련한 얘기를 자주 했지만, 차츰 이해도가 높아져 중후반부에는 얘기를 많이 안 했단다.

    동구라는 캐릭터를 가져갈 때 놓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이었냐고 묻자, 이광수는 '순수함'이라고 답했다. 그는 "감독님이 순수함은 처음부터 끝까지 놓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가장 중요한 첫 번째는 순수함이라고 말씀 많이 하셨다"고 부연했다.

    동구의 순수함이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난 장면은, 공터가 된 '책임의 집'에 혼자 가는 장면이었다. 이광수는 "처음부터 중요한 씬이라고 말씀하셨고 저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때 동구가 가장 어린아이처럼 울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셔서 그렇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 왠지 모를 측은함을 자아내는 것, 이광수의 매력

    작품을 위해 또 준비한 것으로는 '수영'이 있다. 극중 동구는 수영을 매우 좋아하고 속도도 빨라서 사회인 수영대회 상위권을 기대할 만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만 수영을 배우고, 어른이 돼서는 수영장에서 수영할 일이 없었다는 이광수는 넉 달 동안 연습에 몰두했다.

    이광수가 연습했던 곳은 주말에 장애인들도 와서 배웠다고. 실제로 장애인 선수들이 경기 출전도 했기에, 이광수는 수영도 배우고 자문도 들을 수 있었다.

    이광수는 "제가 키도 크고 몸도 티가 많이 나는 편이라 대역(쓰기)도 힘들었다. 전체적으로 촬영을 제가 해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물속에 오래 있으니까 체온이 떨어지긴 하더라. 스태프분들이 배려 많이 해 주셔서 촬영했다"고 전했다.

    극중 수영을 잘해 수영 대회에 나가는 동구 역을 연기하기 위해 이광수는 4개월 동안 수영 연습을 했다. (사진=명필름, 조이래빗 제공)

     

    물속에 오래 있어서 아마 고생 많이 했을 거라고 걱정한 건 신하균이었다. 왠지 모르게 측은함을 자아내는 구석이 있다고 한 기자가 말하자 이광수는 "그런 얘기 많이 듣는다"고 웃었다. 이어, "저도 정확히 잘 모르겠는데 저를 좋아해주시는 시청자분들도 뭔가 그런 측은함 때문에 좋아하시는 분들이 계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성동일에게도 비슷한 칭찬을 들은 적이 있다.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와 영화 '탐정'을 같이 찍은 성동일은 '재미있는 씬인데도 네가 연기해서 네가 가진 페이소스 같은 게 시청자분들한테도 잘 전달되는 것 같다'고 해 이광수에게 큰 힘을 줬다.

    ◇ 이광수가 추천하는 '나특형'의 유머러스한 장면은

    '나의 특별한 형제'는 다른 종류의 장애를 가진 세하와 동구가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면서 사는 이야기여서, 두 사람의 어울림이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동구에게 세하는 어떤 존재였을지 물으니 이광수는 "가족, 피 안 섞인 형제 이상인 것 같다. 한몸 같은, 심적으로든 신체적으로든 일단 하나일 수밖에 없는 관계"라고 답했다.

    전반적으로 따뜻한 정서의 영화이지만, '나의 특별한 형제'는 절로 웃음이 나오는 재미있는 장면이 많다. 이때 세하와 동구의 콤비 플레이가 빛을 발한다. 한 사람은 아주 똑똑하지만 몸을 전혀 못 쓰고, 다른 튼튼한 몸을 가졌지만 어린 아이 같은 지능을 가졌다는 설정은 신선한 웃음 코드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은행 업무를 보며 도장을 찾는 장면을 예로 들 수 있다. 잡동사니가 가득 든 가방에서 동구가 도장을 혼자 찾아낼 수 있도록 아주 세세한 설명을 곁들이는 세하. 다른 사람들에게는 낯설고 어쩌면 답답할 수 있지만, 둘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풍경일 뿐이다.

    배우 이광수 (사진=NEW 제공)

     

    이광수에게 재미있는 장면을 뽑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니 그는 "그 씬(은행 도장 씬)도 그렇고 편의점에서 동구가 세하 형한테 커피에 찬물을 타고 빨대를 꽂는 게 있다. 빨대 꽂기 전에 (길이를 맞춰) 빨대를 자르는 건, 감독님이 실제 두 분(최승규-박종렬 씨)을 만나보고 시나리오에 담아주신 내용이다. 이런 설정은 실존 인물에게서 가져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광수가 꼽은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는 영화 초반에 나온다. "사람이 한 번 태어나면 자기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책임이 있어서 (세하와 동구가 머무르는 곳의 이름이) '책임의 집'이라는 것"이다. 그는 "시나리오 보면서도 좋았고 연기하면서도 좋았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번 영화를 촬영하기 전에는 사실 장애인에 대해서 딱히 따로 생각을 안 하고 살았던 것 같아요. 촬영을 마치면서 관심이 생긴 것 같아요. 제가 큰일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사용해야 할 용어, 사용해야 하지 않을 용어 같은 작은 것부터 관심 갖게 됐어요. 촬영하면서 (장애인분들이) 친근하게 느껴졌는데 관객분들도 영화 보시면서 조금 더 친근하게 생각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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