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를 입증할 핵심 증인인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법원의 구인장 발부에도 불구하고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
8일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항소심 공판에 김 전 기획관을 증인으로 불렀지만 출석하지 않았다. 검찰 측은 "김 전 기획관에 대한 구인영장 집행이 불능됐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달 24일 재판부는 김 전 기획관에 대해 구인영장을 발부했지만 소재가 파악되지 않아 구인장이 집행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날을 포함해 6번이나 김 전 기획관에 대한 증인신문 기일을 잡았으나 건강상의 문제 등을 들어 불출석했다.
재판부는 "여러 차례 김 전 기획관을 증인으로 소환했지만 출석하지 않아서 구인장까지 발부했는데 그것도 집행이 안됐다"며 "다음 증인신문 기일을 잡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재판이 끝나기 전까지 증인의 소재가 파악되거나 증인이 출석 의사를 표하면 신문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 전 대통령 측은 "변호인들이 (증인의 소재를) 찾겠다"고 말했다. 1심 재판에서 이 전 대통령에게 유죄를 선고하는 데 김 전 기획관의 검찰 진술이 유력하게 쓰였기 때문이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김 전 기획관을 재판정으로 불러 해당 진술을 탄핵해야 하는 상황이다. 1심에서도 변호인단은 김 전 비서관이 치매를 앓고 있다며 진술의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은 막바지로 향해가고 있어 재판이 끝나기 전까지 이 전 대통령과 김 전 기획관의 법정 대면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오는 10일 이 전 대통령의 사위인 이상주 변호사에 대한 증인신문을 마지막으로 항소심 재판부에서 계획된 증인신문 일정은 끝이 난다. 이후 검찰과 변호인 양측의 쟁점별 변론과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피고인 신문 등이 남아있다.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달 중에는 결심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 전 기획관은 이 전 대통령의 고려대 상대 2년 선배다. 김 전 기획관이 1976년 외환은행에서 현대종합금융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당시 현대건설 사장이던 이 전 대통령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이 정계에 입문하던 1992년부터는 이 전 대통령 개인 자금과 사생활까지 전반적으로 관리해 'MB 집사'로 불리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이 재임하던 5년 내내 총무비서관·기획관을 맡았다.
지난해 1월 김 전 기획관은 뇌물 방조 혐의 등으로 구속된 상태에서 자동차부품업체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라고 밝히는 등 주요 뇌물혐의를 입증하는 자수서를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