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열린 민주평화당 의원총회 (자료사진=윤창원 기자)
원내 4당인 민주평화당이 원내대표 교체를 앞두고 인력난에 빠졌다.
천정배 의원 추대로 한 차례 뜻을 모았지만 본인이 거절하면서 선거 예정일 당일에 다시 원점부터 논의해야 할 상황에까지 몰렸다.
평화당은 9일 의원총회를 열고 차기 원내대표 선출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지난 7일 마무리된 원내대표 후보 접수에 아무도 등록하지 않아 후보자 없는 경선을 치르게 됐다.
이같은 엇박자는 당내 의원들 일부로부터 추대를 받은 천정배 의원이 고사를 하면서부터 불거졌다.
후보 등록을 고민했던 조배숙 의원과 황주홍 의원이 모두 출마 의사를 접으면서 까지 천 후보 추대에 동참했지만 이 과정에서 당내 이견이 불거졌고 이에 부담을 느낀 천 의원이 정리에 나선 것이다.
당내에서는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천 의원이 현 당대표인 정동영 의원을 돕지 않은 사실이 공공연히 알려졌을 정도로 정 대표와의 관계가 이전처럼 돈독하지 않은 상황인 만큼 정 대표와 함께 당내 투톱으로 활동해야 하는 원내대표직을 맡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천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당이 존립의 위기에 있는 상황에서 당이 새로 살아나고 나라를 위해 기여하려면 획기적인 변화와 쇄신이 요구된다"며 "하시고 싶은 분들 중에 (원내대표를) 하시는 것이 순리"라고 말했다.
이에 당내에서는 천 의원의 의사와 당내 여론을 충분히 파악하지 않은 성급한 추대였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미 15년 전인 2004년에 열린우리당에서 원내대표를 경험했던, 6선이라는 천 의원의 체급을 고려하지 않은 추대였다는 지적이다.
천 의원을 추대하려했던 진영은 재추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천 의원의 거부의사가 분명해 가능성이 높지 않다.
천 의원의 추대 고사로 인해 장병완 현 원내대표의 연임론이 다시 부각되고 있지만 이 또한 부담이 만만치 않다.
중도성향·기획예산처 장관 출신·광주 출신으로 진보성향·전북 출신인 정동영 당 대표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앞선 천 의원 추대 시도가 당내 이견으로 불발된 상황에서 또 다른 추대를 이견 없이 이끌어 내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장 원내대표의 연임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는 의원들이 있는 데다, 장 원내대표 본인도 원내대표직을 또 맡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장 원내대표와 같이 3선인 유성엽 의원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이번에는 지역 배분이 발목을 잡고 있다.
정동영 당대표가 전북 출신인 만큼 원내대표는 전북이 아닌 광주나 전남 출신이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광주·전남 의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유 의원은 전북 정읍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출마를 고려했던 조배숙, 황주홍 등 의원들이 각자 출마해 경선을 치르면 어떻겠냐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작은 당에서 경선을 했다가는 자칫 세 대결 갈등만 크게 비쳐질 수 있다는 우려 역시 크다.
아예 새로운 인물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도 있지만 내년 총선까지 당대표와 함께 투톱 체제로 당을 이끌어갈 인물로 초선은 부적절하다는 반대 의견 또한 만만치 않다. 앞서 거론된 의원들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들은 모두 초선이다.
바른미래당의 내홍으로 김관영 원내대표가 8일 대표직에서 물러남으로써 호남발 '제3지대론'이 촉진될 계기가 마련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평화당 내 일부 의원들은 '김대중 포럼'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바른미래당과 평화당을 넘어선 새로운 세력 중심의 총선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의 시기에 총선을 위한 추진력을 얻으려면 이에 걸맞은 역할을 할 원내 사령탑을 선출해야 할 텐데 이도저도 하지 못하면서 당내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