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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특별한 형제' 육상효 감독 "코미디, 약한 사람들의 장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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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특별한 형제' 육상효 감독 "코미디, 약한 사람들의 장르"

    [노컷 인터뷰] '나의 특별한 형제' 육상효 감독 ②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나의 특별한 형제'를 연출한 육상효 감독을 만났다. (사진=박종민 기자/노컷뉴스 자료사진)

     

    ※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의 내용이 일부 나옵니다.

    육상효 감독은 데뷔작인 '슬픈 열대'부터 지난 1일 개봉한 최근작 '나의 특별한 형제'까지 꾸준히 코미디 영화를 만들어 왔다. 혼자서도 잘 살 수 있을 것 같은 잘난 사람들이 아니라, 어딘가 결핍된 부분이 있어 오히려 평범한 사람들의 공감을 사는 주인공이 나온다는 것도 일관된 흐름이다.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방가?방가!'는 안 해 본 일이 없지만 번번이 낙방해 백수인 주인공이 취직을 위해 부탄인 '방가'로 변신하면서 겪는 좌충우돌 이야기다. '강철대오 : 구국의 철가방'에는 연애 한 번 못해 본 모태 솔로이자 중국집 배달부인 주인공이 나오는데, 첫눈에 반한 여대생과 가까워지고 싶어 생일 파티에 가지만 그곳은 알고 보니 민주화 운동의 현장이었다. 짝사랑 상대의 호감을 얻기 위해 혁명 투사로 변신한다는 코미디다.

    지난 1일 개봉한 '나의 특별한 형제'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로, 피 한 방울 안 섞인 지체장애인 세하(신하균 분)와 지적장애인 동구(이광수 분)가 서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도우며 사는 것이 줄거리다.

    목 아래로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5살 아이 수준의 지능 때문에 고차원적인 사고를 할 수 없다는 '한계적 설정'은 강해졌지만, 이 작품은 '부족함'이 아니라 '함께 살기'에 방점을 찍는다. 약하기에 같이 살아야 하고, 같이 살기에 더 강한 거라는 메시지가 영화에 잘 녹아있다.

    지난달 22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육상효 감독은 약자와 소수자를 향한 따뜻한 시선이 돋보이는 코미디를 계속 만들어온 것에 대해 "약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코미디로 드러내기 위해 감독을 했나 보다 싶다"고 설명했다.

    일문일답 이어서.

    ▶ 모처럼의 복귀작인데, 완성된 영화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궁금하다.

    (배급 시사가) 우리 팀 말고 다른 사람과 같이 보는 최초의 시사회였던 것 같다. 아, 이분들은 어떤 부분을 좋아해 주시는구나, 어떤 부분은 안 좋아하시는구나를 알았다. 배급관은 반응이 일반 관객관보다는 좀 박하신 것 같다. (웃음)

    지난 3월 21일 열린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제작보고회에서 배우들과 육상효 감독이 풍선을 들고 있다. 왼쪽부터 배우 이광수, 이솜, 신하균, 육상효 감독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언론 시사회도 보통 관객들이 가득한 관보다는 반응이 냉정한 자리인데, 그 당시 영화 평이 꽤 좋았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웃음) 영화는 참 신기한 것 같다. 제가 이렇게 오래 했고, 모든 전문가들이 와서 만들고 배급하지만 사실 결과에 대해서는 조금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끼리는 모니터하고 의견 내면서 '이건 어떻겠다' 하고 만들지만… (좋은 반응을 들으면) '아, 이 영화가 받아들여지는구나' 하고 감독 입장에서는 감동하는 거다. 내가 의도한 어떤 것들이 어떤 사람에게 전달된다는 건 감동적인 부분이 있다.

    ▶ 말씀하신 대로, 연출자로서 그린 그림이 있었을 것이고 기대하는 부분도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그것이 최대한 손상 없이 관객에게도 전해지느냐 하는 건데, 이를 위해 어떤 점에 신경 썼는지 궁금하다.

    저는 늘 좋은 눈물은 공감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어떤 영화를 보면서 다행이거나 굉장히 기쁠 때도 눈물이 나지 않나. 그건 공감이다. 그런 눈물이 잘 전달될까 싶었다. 예를 들어 동구가 무너진 '책임의 집'에 갔을 때 동구가 느끼는 감정이 전달될까, 하고. 아직까지는 그런 데(상황에) 공감해주시는 것 같더라. 그 부분에서 많이 울었다고 한 분도 있었다.

    (세하와 동구의) 라면 장면에서도 많이 웃어주시는 것도, 기발한 장면은 아니지만 시나리오 쓸 때부터 (이 웃음이) 꼭 전달될 거로 생각했다. 관객들은 친근하고 쉽고 자연스러운 코미디를 좋아한다고 늘 생각했기 때문이다. 두 배우가 연기를 너무 적절하게 잘했다고 생각한다. 과장되지 않게. 동구는 동구대로 세하는 세하대로. 가장 기억나는 대사가 '뜨거워~'라는 분도 봤다. (일동 웃음) 우리 집 아이도 영화 보고 '뜨거워~'를 꼽았다. (웃음)

    ▶ 세하는 녹록지 않은 현실을 너무나 잘 안 나머지, 자기의 좋은 머리를 조금은 비도덕적으로 쓰는 캐릭터인데 혹시 좀 나빠 보이지 않을까 걱정은 안 들었나.

    그런 부분을 조심했다. (세하가) 휠체어 넘어뜨리고 떼쓰는 것도 거부감이 들고 비호감으로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그 정도까지는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람은 자기가 가진 조건 하에서 뭔가를 이루기 위해서 노력한다. (세하 입장에서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본다. 장애인들이 이동권을 주장하기 위해 기차 선로를 점거하면 누군가는 '뗑깡 쓰네'라고 할 수 있지만, (장애인들의 행동이) 자연스러운 거라고 생각했다.

    '나의 특별한 형제'는 지체장애인 세하와 지적장애인 동구가 서로 도우며 '함께 사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사진=명필름, 조이래빗 제공)

     

    ▶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를 만들면서 관련 단체에게 자문을 많이 구했다고 들었다.

    실제 인물들(최승규-박종렬 씨)에게 전화를 많이 했다. 아이디어가 생기면 '어떻게 하는 게 맞는지' 물었다. 또 다른 장애인분들도 많이 만났다. 사회복지사, 공무원, 장애인권 활동하시는 분들은 시나리오부터 여러 번 읽었다. 그분들이 가장 민감하게 포착할 수 있다고 봐서, 그분들 의견을 반영해서 (내용을) 수정하기도 했다.

    ▶ 장애인과 장애 이슈에 관해 영화 작업 전에는 몰랐지만, 지금은 알게 된 게 있나.

    이 문제를 접근하고 공부해가면서 깨우쳐가는 거다, 일상적인 부분에서부터. 제가 들었던 여러 가지 기억에 남는 말 중 '장애인은 뒤로 가서 숨으면 죽는다'고 하는 게 있다. 자꾸 앞으로 나와, 장애인이 우리 시야 안에 있어야 한다는 거다. 한국의 장애인 정책은 처음엔 격리 정책이었다. 시설에 놓는 것, 그러면 안 된다는 거다. 골방에 가둬두는 것도. 이건 지체장애인이나 지적장애인이나 마찬가지다. 장애인은 시설에 놔 두기만 해서는 안 되고, 자꾸 세상에 나와야지 건강해진다.

    (야외에서) 휠체어 타는 장면은, (세하와 동구가) 세상에 나간다는 것을 이미지적으로 구현한 장면이다. 이 영화 전체가 장애인을 세상 속으로 자꾸 내보내는 역할을 어느 정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뭔가를 느끼고 배운다기보다, 이분들을 익숙하고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것이 중요했다.

    호칭 같은 것도 되게 달라졌고, 많이 자연스러워졌다. 제일 중요한 건 (장애인을) 쉽게 대상화, 타자화시키지 않으려고 한다는 거다. 지금도 말하면서 언뜻언뜻 실수할까 봐 조심한다. '그 사람들'이라는 건 대상화시키는 거다. 그런 조심하는 태도는 우리 스태프와 배우들도 마찬가지였다. 영화에서도 '일반인'이라고 하는 걸 '비장애인'으로 고쳐주는 장면이 있지 않나. (영화가) 끝나고 나서는 아무도 그런 얘기(비장애인을 일반인이라고 일컫는 것)를 안 했다. 우리끼리 공부를 많이 한 셈이다.

    ▶ '나의 특별한 형제'는 실제 형제가 아니지만 서로를 누구보다 아끼고 필요로 하는 세하-동구를 통해 '가족이란 무엇인가' 묻는다.

    혈연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사랑하고 이해하느냐 하는 거다. 그런 사람들이 가족인 거다. 친모-계모를 향한 (이분법적인) 구분은 우리의 혈연주의가 낳은 스토리이지 않나. 그런 것들도 좀 무너져야 한다는 얘기를 되게 하고 싶었다. 원래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사는 거죠!'란 대사를 넣고 싶었는데 너무 노골적이라 빼기도 했다.

    육상효 감독 (사진=NEW 제공)

     

    ▶ 분량은 많지 않지만 '탈시설'과 '자립'에 관해서도 다뤘다.

    장애 운동의 방향성이 그렇다. 자립하는 것. 자립은 고립이 아니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아주 자연스럽게 섞여 사는 자립이어야 한다. 그 방향을 하려고 노력해서, 처음 시나리오에는 자립 준비하는 얘기가 더 들어갔었다. 시설을 나와 자립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저는 맞는다고 본다.

    ▶ 지금까지 선보인 영화를 보면 약자나 소수자들의 이야기에 주목해 온 경향이 보인다. 이런 주제 의식에 천착하는 이유가 있나.

    모든 감독이 그렇겠지만 과연 무엇에 관한 이야기를 할 거냐, 뭘 표현할 것이냐가 숙제다. 신자유주의 체제 속에서 강자가 되려고 경쟁하는 상황이지만, 우리는 서로 돕고 살아야 한다는 거다. 약하고 평범한 사람들은 특히. 사람이 혼자 살 수도 있다. 하지만 혼자 사는 사람도 연인이나 친구 등 누군가와 같이 있으면서 삶을 나누고 도와야 험난한 세상을 살 수 있다. 이런 마음이 주제의식으로 확고하게 있었다. 강자가 아니라 약자 얘기를 다루고 싶다는 것도.

    예술은 그런 쪽(약자)을 봐야 하는 거라고 저는 생각한다. 잘 나가는 사람을 찍더라도 그의 약한 부분을 보는 거다. 잘난 사람을 영웅처럼 칭송하면 얘기가 안 된다. 코미디라는 장르가, 약한 사람들의 장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은 영웅의 장르고 코미디는 악인의 장르라고 했다. 여기서 악인은 나쁜 사람이 아니라 하찮은 사람을 의미한다.

    오랜 세월 영화를 하면서 제가 왜 영화를 하는지 알아가는 과정이 있었다. 영화 일이 재미있을 것도 같고 유명해질 수 있다는 공명심도 있었지만, 잘못된 욕망에서 올바른 욕망 쪽으로 차츰 옮겨 왔다. 약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코미디로 드러내는 것, 그걸 하려고 나는 (영화를) 했나 보다. 그게 영화를 하면서 내가 채워야 하는 것들인가 보다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 마지막으로 '나의 특별한 형제'를 볼 관객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개봉이) 얼마 안 남았다. 친구이든 연인이든 동료든, 가까이 있는 사람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우리 영화를 보고 많이 느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도 삶은 쉽게 포기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끝>

    육상효 감독의 작품들. 왼쪽부터 '방가?방가!', '강철대오 : 구국의 철가방', '나의 특별한 형제들' (사진=각 제작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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